강원도 원주시 오크밸리에서 이틀간 진행된 워크숍에서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과 한병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민주당 가치확장의 장’이라는 주제로 의원들 앞에 섰다. 정 전문위원은 ‘현시기 여론 지형과 총선 전망’ 발표를 통해 “현재 여론 지형에서 ‘이탈 민주층’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탈 민주층’은 과거 민주당 지지자였으나 현재는 지지를 철회한 중도층을 의미한다. 정 전문위원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바로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 게 분명한 현실”이라며 “기존 지지층과 이탈한 중도층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연합 전략, 그런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9일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이재명 대표가 마무리 발언을 위해 연단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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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도 위원장도 ‘하반기 정국 대응 방안’ 발제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추이를 분석하면 (정부에 대한) 중도층 민심 이반이 객관적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민주당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고 냉정하다”며 “강한 야당을 원하는 지지층, 유능한 야당을 원하는 국민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은 실제 데이터로 확인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4~16일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3%로 1년여 전인 지난해 8월 8~10일 조사(33%)에 비해 10%포인트 감소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한 건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우호적이던 호남·40대·진보층이었다. 이 기간 호남 지지율은 56%서 41%로, 40대 지지율은 46%서 31%로 각각 15%포인트 빠졌다. 진보층 지지율은 61%서 43%로 18%포인트 빠졌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이탈 민주층”(정 전문위원)이자 “중도층이 민주당에 냉정하다”(한 위원장)는 근거로 볼 수 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김영희 디자이너 |
이같은 ‘집을 떠나 산으로 향하는 토끼’ 행렬은 지난 1년간 당을 이끈 이재명 대표가 추동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만 해도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적을 언급하거나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등 과감한 ‘우클릭’을 통해 중도층을 끌어당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3·9 대선 대배 직후에 6·1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보궐선거에 출마해 금배지를 달고, 두 달 만인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 출마했음에도 77.7%를 득표한 것 역시 그의 확장력에 대한 기대감이 표출된 결과로 해석됐다.
하지만 정작 대표 취임 후엔 4차례 검찰 소환 조사 등 사법 리스크에 갇히면서 ‘강한 야당’을 주문하는 강성 지지층 요구에만 집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당사 2층에 마련한 당원존에서 권리당원들과 유튜브 방송을 진행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추진, 김건희 여사 특검법 패스트트랙,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등의 강행 처리 등을 주도했다. ‘방탄 정당’ 오명을 벗기 위해 민주당은 지난 6월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지만, 최근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당내 친명계는 “당원들에게 뜻을 물어서 당론으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양경숙 의원)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성남FC 의혹으로 한 차례, 위례?대장동 의혹으로 두 차례 소환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올해만 4번째 검찰 출석이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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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집을 떠난 토끼와 집 근처 산에 머문 토끼를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을 놓고 친명계와 비명계의 해법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비명계 일각에선 총선에서 중도층 민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이재명 대표의 거취 결단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상민 의원은 29일 CBS 라디오에서 “어떤 정치적 상황이나 본인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당 대표를 물러날 수도 있겠다.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은 전날 KBS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지난 1년에 대해 “방탄·내로남불·도덕성·팬덤·사당화 이런 것밖에 남은 게 없다”고 혹평했다.
반면 친명계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방법으로 이 대표 체제의 유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의 한 중진 의원은 “집토끼를 설득하면서 산토끼를 향하는 게 정답”이라며 “이 과정서 강성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총선까지 이 대표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중진 의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 공동선대위원장을 두는 식으로 리더십을 보완하거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리더십을 교체할 수 있다”면서도 “그 결정도 이 대표가 해야 지지층이 분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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