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조달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저출산 정책 해외 사례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연구는 한국보다 먼저 초저출산을 경험한 국가들의 임신·출산·양육 지원 정책을 분석하기 위해 시행된다.
저출산에 빠졌다가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국가와 실패한 국가를 두루 살펴 정책 효과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프랑스와 스웨덴, 독일 등은 초저출산에 진입한 뒤 출산율 반등에 성공했다. 독일은 2005년 합계출산율이 1.34명 수준으로 내려앉은 뒤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 1.6명을 기록했다. 프랑스와 스웨덴 역시 1990년대 최저 수준이었다가 반등했다.
반면 홍콩과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 따르면 홍콩의 합계출산율은 0.8명을 기록하며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싱가포르 역시 작년 역대 최저 수준인 1.05명으로 떨어졌다.
복지부 차원에서 해외 저출산 연구가 진행된 것은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그간 일본 등 가까운 국가들의 저출산 정책 모니터링이 이뤄졌지만, 저출산 극복 모범 사례로 불리는 유럽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는 3년 만에 착수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한국의 출산율이 급감해왔다는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 처음으로 1명 아래(0.98명)로 떨어진 뒤 매년 하락해 지난해엔 0.78명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매월 출생아 수가 전년 동월 수준을 하회해 0.7명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매년 수십조 원에 달하는 예산이 저출산 극복을 위해 쓰이고 있는 가운데 정책 도출의 기본 단계인 사례 분석이 외면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저출산 대응 예산은 51조7000억원이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라 예산을 편성한 2006년부터 30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관광지 개발, 창업자 발굴 등 애먼 곳에 저출산 예산 수십억 원이 들어가지만 정책을 위한 실질적인 연구는 늦어진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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