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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배신자!" 카메라 들고 기습…'개딸' 불려도 그들은 평균 5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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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전 10시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한 아파트 경로당. 이 지역 현역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민 간담회를 열었다. 그런데 50~60대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갑자기 간담회장을 난입해 “여기 이재명이 지은 데야. 어디 감히 이재명 뒤통수에 칼 꽂고 나서 여길 와” 등 소리를 질렀다. 이 여성은 문밖으로 쫓겨나면서도 “배신자! 시X 그냥 배신자!”라고 소리쳤다.

중앙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 및 일본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방류 규탄대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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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란은 구독자 1000여명의 유튜브 채널 ‘종신TV’로 생중계됐다. 한 시청자가 채팅으로 “저 여자 누구냐”고 묻자 종신TV 운영자는 “우리 현근택 단톡방에 계신 방장님”라고 답했다.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윤 의원 지역구인 성남 중원에 도전장을 낸 친(親)이재명계 인사다. 난동을 피운 여성은 간담회장 밖에서 유튜브 카메라를 향해 “(영상을) 우리 방에 올렸어? 중원구를 점령하라고 올렸냐고. 올리려면 빨리 올려. ‘방장 누님의 울부짖음’ 하하하”라고 말했다.

이 장면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팬덤과 친명계 정치인, 유튜버가 어떻게 결합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사건 뒤 윤영찬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것이 지금 70년 역사의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현실”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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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당이 주최하는 '당원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다가 '잼잼자봉단TV' 운영자를 카메라 안으로 불러들인 뒤 ″오늘 잼잼자봉단 돌 날이다. 생일 축하드린다. 감사하다″라고 홍보해주는 장면.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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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국내 정치인 가운데 유튜브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개인 유튜브 채널은 현재 구독자가 79만7000여명으로 윤석열 대통령 개인 채널 구독자(59만6000여명)보다 20만명이 많다. 이 대표를 추종하는 정치 유튜브도 ‘새날’(81만명), ‘김용민TV’(67만명), ‘이동형TV’(58만명) 등 여럿이다. ‘종신TV’ 같은 소규모 채널은 셀 수 없이 많다. 정치권에서 “문재인 팬덤이 트위터로 모였다면, 이재명 팬덤은 유튜브 기반”이란 말도 나온다.

유튜브 내 ‘친명 생태계’는 갑자기 구축된 게 아니다. 이 대표 측은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부터 유튜브를 관리해 왔다. 이 대표는 2020년 7월 대법원에서 허위사실공표 무죄 판결이 나온 나흘 뒤 이동형TV에 1시간 30분가량 출연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 중이던 2021년 8월에도 이동형TV에 출연해 이낙연 후보측을 겨냥해 “정치인 자질·역량과 관계없는 것들을 자꾸 문제 삼는 건 네거티브”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새날과 김용민TV 인터뷰에 여러차례 응했다. 당시 이 대표 경선 캠프는 유튜버 명단을 만들어 직·간접적으로 관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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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 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 1차 전국대회'에서 양문석씨가 발언하고 있다. 행사는 친명계 유튜브 채널 13곳이 동시 중계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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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서 패한 뒤 상황도 비슷했다. 이 대표는 인천 계양을 재보궐 선거운동 첫날(2022년 5월 19일), 차량의 창문을 내린 뒤 자신을 촬영하는 유튜버 카메라를 향해 “슈퍼챗 부탁합니다!”라고 외쳤다. 이 대표는 “유튜버들은 저렇게 한마디씩 하면 좋아하신다. 일종의 놀이가 됐다”고 말했다. 당 대표가 된 뒤인 지난 2월엔 당이 주최하는 ‘당원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다가 ‘잼잼자봉단TV’ 운영자를 카메라 안으로 불러들인 뒤 “오늘 잼잼자봉단 돌날”이라며 “생일 축하드린다”라고 홍보해주기도 했다.

최근엔 각종 유튜브 채널에 이 대표 대신 정청래·박찬대·장경태·이해식·김병기·민형배 등 친명 의원들이 번갈아 출연하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 검찰 수사, 체포동의안 표결, 혁신안 등 당내 주요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팬덤 입맛에 맞는 논리를 제공해 환호를 받았다.

총선을 앞두고 친명계 원외 인사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선 것도 유튜브다. ‘박시영TV’(구독자 44만명)는 최근 ‘위너 프로젝트’란 코너를 만들어 총선 경선에 나설 예정인 친명계 원외 인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김홍국 전 경기도 대변인과 강위원 전 경기농수산진흥원장이 출연했다.

지난 20일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국회에서 연 ‘더민주 전국혁신회의 1차 전국대회’ 행사는 친명계 유튜브 채널 13곳이 동시 중계했다. 현장에선 “혁신안을 전 당원 투표로 통과시키고, 공천에서 현역을 물갈이하자”는 요구가 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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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 참석한 권리당원들이 각자 응원하는 최고위원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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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행사에서 목소리가 컸던 사람은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이었다. 양 전 위원은 지난 6월 내년 총선 출마선언을 하면서 “수박의 뿌리요 줄기요 수박 그 자체인 경기도 안산 상록갑 국회의원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안에 반대한 비명계 의원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며 “이 썩을 놈의 새X들”이라고 외쳐 객석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유튜브 팬덤과 친명계의 결합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대표를 둘러싼 유튜브 환경은 축소지향적이고 동원적이라는 게 특징”이라며 “이 대표를 소극적으로 지지하거나 유보적인 태도를 갖는 사람마저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는 게 특히 위험한 요소”라고 말했다.

■ ‘개딸’로 불려도 평균 52.3세…권리당원 절반 2021년 이후 가입

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은 6월말 기준 245만4332명다. 대구광역시 전체 인구(235만6416명)보다 많다. 2008년 2만3233명이었던 당원 숫자는 2016년 28만7114명으로 늘었고, 온라인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증가폭이 빨라졌다. 특히 전체 당원 가운데 47.2%(115만8423명)는 이재명 대표가 대선후보로 부상한 2021년 이후 입당했다. “현재 민주당은 DNA의 절반이 바뀐 ‘이재명의 민주당’”(당직자)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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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6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의원이 된 직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 도로의 모습. 지지자들의 보낸 축하 화환이 나란히 놓여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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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분포는 2014년엔 호남(42.5%)·수도권(35.6%) 순이었는데, 현재는 수도권 당원이 42.1%로 호남(33.3%)보다 많아졌다. 평균 연령은 52.3세로, 50대 비중이 29.6%로 가장 높다. 지난해 대선 전후로 20대 여성이 대거 가입했다고 해서 민주당 권리당원이 ‘개딸’(개혁의 딸)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실제로는 ‘개이모’와 ‘개삼촌’이 주축인 셈이다.

중앙일보는 최근 민주당 권리당원 5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지난 12일 ‘촛불승리 전환행동’ 주최 촛불집회나 14일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시국미사에 참여할 정도로 적극적인 당원이다.

①지킴이 자처 = 이비인후과 의사 우모(60)씨는 지난해 12월 권리당원이 됐다. 우씨는 “이태원 참사를 보고 윤석열 정부에 너무 실망했다”며 “국민을 지켜주는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보고 싶어서 당비를 1만원씩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해 중견기업 사장을 지낸 윤모(75)씨는 은퇴 직후인 2016년 탄핵 정국 촛불집회에 참여하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윤씨는 “내 주변은 다 기득권층이다. 나라가 망하든 말든 기득권 유지만 신경 쓴다”고 말했다.

권리당원 상당수는 자신들이 바라는 대통령이나 당대표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당 활동을 한다고 했다. 요가학원을 운영하는 홍모(57)씨는 “이 대표가 대선 때 너무 근소한 차이로 졌다. 그때 비통함은 말로 할 수 없다”며 “그에게 힘을 주려면 당원이 더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 대의원으로 활동 중인 그는 “(주변) 열에 여덟은 이재명 때문에 들어왔다는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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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강성 권리당원들이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을 사랑하는 11개 단체 일동'의 명의로 대의원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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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김어준도 기득권 = 윤석열 정부만큼 기존 민주당 정치인도 불신의 대상이다. 86세대인 박모(57)씨는 “민주당은 그래도 민주세력이 지탱하고 만들어왔는데, 지금 ‘수박’의 행태는 그들의 옛 ‘타도 대상’과 똑같다”며 “정치 자영업자들이고 세금충(蟲)”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가 여러 차례 자제를 요청했던 문자 폭탄도 이들은 정당하다고 항변했다. “민주당의 주인은 당원이고, 당 대표 입장과는 다른 다수 당원의 요구가 있을 수도 있다. 그건 당내 기득권들이 뼈를 깎는 개혁·쇄신에 나서라는 것”(의사 우모씨)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민주당 혁신위 조사에서 민주당 정치인의 비호감 이유로 당원들은 ‘무능’에 이어 ‘기득권’을 꼽았다. 심지어 일부 당원은 방송인 김어준씨도 기득권으로 분류했다. “지금 말하는 수박들은 김어준이 많이 만들어줬다”(75세 윤씨)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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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직접 참여=평일에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최모(29)씨는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요구하며 농성하면 퇴근 뒤 방문해서 응원했고, 지난 11일엔 김용 전 민주연구원장의 특가법상 뇌물 혐의 재판도 직접 방청했다.

‘대의원제 개편’에 호응하는 것도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홍씨(요가학원 운영)는 “당원은 1표인데 대의원은 60표 가치를 행사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고, 윤씨(은퇴)는 “5선이고 10선이고 경선하라는 혁신안은 정말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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