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화리 중화마을 앞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한 어민이 햇빛 차단용 덮개를 열고 물고기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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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다가 폭염에 뜨거워지면서 벌써 우럭(조피볼락)이나 광어(넙치) 등 60만 마리에 가까운 양식어종이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2년 만에 최대폭으로 오른 수산물 물가를 더 자극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남해 서부와 남해 동부 연안 및 내만(도암만·가막만)에 대해 고수온 경보를 추가 발령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미 제주도 연안 전역을 비롯해 충남·경남·전남 지역 5개 내만이 경보 해역으로 지정된 상태인데, 폭염 기간이 길어지면서 확대된 것이다.
8월 22일 기준 고수온 특보 현황. 국립수산과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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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온 경보는 28도 이상 수온이 3일 이상 지속할 경우 발령되는데, 20도 안팎에서 자라는 우럭·강도다리·광어 등 양식어종에 치명적이다. 한인성 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적정 수온대를 벗어나 고수온이 장기간 지속하면 어류들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집단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1일 기준으로 전국 68어가에서 58만 마리가 고수온으로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제주 지역이 36어가로 가장 피해 신고가 많았다. 수산과학원은 적어도 이달 말까진 고수온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수온 경보가 끝난 이후에도 10일 이내까지 신고가 가능한 만큼 최종적인 폐사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진희 해수부 어촌양식정책과장은 “지난해 여름철의 경우 64어가에서 85만 마리가 고수온으로 인해 폐사했는데, 추세적으로 올해 피해가 지난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
이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수산물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산물 물가는 전년 대비 5.9% 올랐다. 이는 7월 기준으로 2011년(10.4%)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오름 폭이다. 지난달 전체 물가는 2.3% 증가했고, 농축수산물 물가는 오히려 0.5% 내렸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작황 호조로 과잉공급된 전복(-3.2%)을 제외하고 모든 수산물 물가가 올랐다. 오징어 물가는 전년 대비 13.4% 급등했고, 이외에 고등어(9.2%)·새우(8.4%)·게(7.5%)·마른멸치(5.7%)·굴(5.4%)·명태(3.8%) 등도 비싸졌다.
그간 수산물은 고물가 흐름 속에서도 그나마 전체 물가를 억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7월의 경우 전체 물가가 6.3%, 농축수산물 물가가 7.1% 오르는 동안 수산물은 3.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사료 가격이 오르내릴 때마다 직격탄을 맞는 농산물이나 축산물과 달리 수산물은 상대적으로 국제 경기 여파에 덜 민감하기 때문이다.
박경민 기자 |
그럼에도 올해 수산물 가격이 비싸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에 따른 누적 피해 영향이 크다. 국내에 들어오는 명태의 98%가 러시아산인데, 전쟁이 발발한 이후 수급이 불안정해졌다. 전 세계적인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건비·유류비가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설상가상으로 고수온 피해까지 장기화하면 당분간 고물가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본이 오는 24일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해양수산부와 각 지자체, 수협은 차광막·산소 발생기 등 고수온 대응 장비를 총동원해 어업인 피해를 최소화한다. 또 30일까지 우리 수산물을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여름휴가특별전'을 개최하는 등 소비 진작을 위해 전국적인 수산물 할인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해수부는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지 않도록 소비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정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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