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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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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포 포기 약속’ 이재명, 왜 체포동의안 가결 요청은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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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동의안 보이콧 방침에 비명계 “현실적 불가능”

선제적 가결 요청으로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방탄 않겠다는 의지 표명…구속영장 어려워질 것”

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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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문제로 자중지란에 빠졌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한 이 대표는 22일 자신에 대한 검찰의 2차 구속영장 청구는 부당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친이재명(친명)계는 ‘표결 보이콧’을 거론하며 이 대표를 엄호했고 비이재명(비명)계는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파기’라고 우려했다. 이 대표가 본인 문제에 대한 침묵을 깨고 체포동의안 가결을 요청해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자신을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죄로 입건한 것을 두고 “황당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정당한 영장청구라고 보냐’는 질문에는 “그게 말이 되는 소리겠나”라고 반문했다. 앞서 민주당은 ‘정당한 구속영장’에 한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문제에는 즉답을 피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정기국회 회기 중인 9월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체포동의안 표결 방침에 대해 “(검찰이) 비회기 때 당당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해서 처리하는 게 좋지 (회기 중에 청구하는 것은) 굳이 정치적 분란을 야기하는 정치공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진퇴양난에 처했다.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면 방탄 논란에 휩싸이고, 가결하면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검찰의 2차 구속영장이 정당한 영장 청구가 아니라는 취지로 말한 것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을 부결해달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정당한 영장 청구이든 그렇지 않은 영장 청구이든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당내 갈등은 커지고 있다. 친명계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보이콧과 부결을 주장해왔다. 민형배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전국대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투표를 시작하면 민주당이 일제히 빠져나오면 된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무도한 검찰이 당 대표를 잡아가려고 하면 잡아가지 말라고 해야 할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잡아가라며 도장 찍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부결을 주장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태도와 관계 없이 저는 당당하게 부결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보이콧 방침에 대해 “체포동의안을 보이콧해도 21대 국회 끝날 때까지 계속 상정된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회법상 체포동의안은 본회의 보고 때부터 72시간 이내 표결되지 않으면 그 이후 최초로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해야 한다. 투표가 불성립하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회기 중에 계속 살아있게 돼 민주당이 본회의 때마다 무한 보이콧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선제적인 가결 요청으로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 의원은 “안 그래도 방탄 정당이라는 오명이 우리 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하시키는 큰 요인”이라며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당당하게 나가겠다고 하셨으니 신상 발언을 통해 ‘가결해달라’고 해서 의원들이 자유투표로 해서 그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 스스로 가결을 요청한다면 법원이 되려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의 요청에 따라 가결한다면 가결의 정치적 의미가 달라진다”며 “국회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동의해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방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 대표를 압박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당당히 맞서겠다며 비장한 표정으로 호언장담할 때는 언제고 왜 이제 와 체포동의안 부결의 군불을 때고 있나”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 보이콧을 위해)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겠다는 것은 지금까지 네 번 했던 방탄보다 더 저질 방탄”이라며 “혁신하기 싫으면 그냥 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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