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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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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야스쿠니 신사 논란, 한일 모두 수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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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5일 광복절, 일본 고위 각료와 국회의원들이 2차 세계 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신사에 공물료를 봉납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실망과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만, 최근 진영 논리와 맞물리면서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신사를 직접 참배하지 않고, 일본 총리가 아닌 자민당 총재 명의로 공물료를 봉납한 것은 최근 한일 관계를 고려해 기존보다 수위를 낮췄다는 해석이 언론 보도를 통해 나왔습니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한국 정부가 과거보다 비판 수위를 낮춰 성명을 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정부가 한일 관계를 고려해 신사 참배와 관련해 형식적인 반응만 내놨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각종 공물료 내는 것을 정부여당 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광복절 야스쿠니 신사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 모두 수위를 낮춘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정말 그런지, 과거 사례와 비교했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 팀이 검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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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남상구 연구정책실장의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식민지 피해>를 보면, 현직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1951년 10월 18일이 처음입니다. 당시 총리는 요시다 시게루였습니다.

우리 언론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은 1975년 8월 15일, 미키 다케오 총리 때였습니다. 공식 참배는 아니습니다. 당시 기사를 보면, 미키 전 총리는 총리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신사를 방문했고, 전용차도 이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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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일본 총리의 첫 '공식' 참배는 10년 뒤인 1985년 8월 15일로 기록돼 있습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당시 총리는 패전 40주년을 맞아 각료들을 대동한 뒤 총리 자격으로 신사를 찾았습니다. 사실상 본격적인 참배의 물꼬를 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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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하지만, 다카소네 총리의 공식 참배는 한 번으로 끝났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이 격렬하게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가 본격적인 외교 현안이 된 것은 2001년 4월 취임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때였습니다. 고이즈미 당시 총리는 2006년 9월 총리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야스쿠니 신사를 매년 참배했습니다.

SBS 사실은 팀은 현직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거나, 이번처럼 공물료를 봉납한 사례를 모두 조사했습니다. 한국 외교부가 비판 성명을 내놨거나, 언론에 보도된 사례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분석 결과, 1975년 8월 15일 미키 다케오 당시 총리 때부터 2023년 8월 15일 기시다 후미오 현재 총리까지, 현직 총리의 참배는 최소 10번, 공물료 봉납은 최소 33번으로 분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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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를 보시면, 일본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한 경우는 고이즈미 총리가 6번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2013년 12월 한 번 참배했습니다. 참고로 아베 전 총리는 2020년 9월 신사를 직접 참배했지만, 그때는 총리에서 퇴임한 직후 신사를 찾은 경우라 현직 총리의 참배에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는 고이즈미 전 총리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과거 선례들을 볼 때, 기시다 총리가 한일 관계를 고려해 이번에 직접 참배를 자제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최근 10년, 특히, 한일 관계가 좋지 않았던 최근 5년만 보더라도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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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6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아베 신조 전 총리.

그렇다면, 이번에 공물료 봉납을 '총리 자격' 아닌,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했다는 것은 기존보다 수위를 낮춘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사실은 팀이 분석한 결과, 현직 총리가 신사에 공물료를 봉납한 것은 모두 33차례, 이 가운데 총리 자격이 22번, 자민당 총재 자격이 11번이었습니다. 횟수로만 보면, 총리 자격으로 봉납한 경우가 2배 더 많습니다. 정당의 대표로 봉납한 경우보다, 국가 대표로 봉납한 경우가 훨씬 잦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8월 15일만 따로 떼어 분석하면 결과가 좀 다릅니다. 8월 15일은 우리 입장에서는 광복절, 일본 입장에서는 패전일로 한일 양국 모두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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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직 총리가 8월 15일 공물료를 봉납한 경우를 살펴보니, 모두 총리 명의가 아닌 자민당 총재 명의로 돼 있었습니다. 한일 관계가 좋았든 좋지 않았든, 적어도 우리의 광복절만큼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반발을 의식해 국가 대표 자격이 아닌, 정당 대표 자격으로 공물료를 봉납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일본 현직 총리가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고 공물료를 봉납한 것, 그리고 총리 자격이 아닌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보낸 것은 그간의 관행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이 이번에 수위를 낮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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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정부가 형식적인 성명에 그쳤다는 비판을 검증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일본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및 공물료 봉납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먼저, 외교부가 지난 8월 15일 내놓은 성명 전문을 보겠습니다.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정부와 의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 끝.
- 외무부, 야스쿠니 신사 공물료 봉납 및 참배에 대한 외교부 대변인 논평, 2023년 8월 15일


사실은팀은 우리 외교부가 현직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혹은 공물료 봉납에 대해 내놨던 성명을 모두 분석했습니다. 1996년 이후 모두 44개의 성명이 그 대상입니다.

이들 성명의 평균 글자수(공백 제외)는 194개, 이번 성명의 글자수는 143개입니다. 최근 5년 평균 글자수는 154개로 그간의 추이를 고려할 때, 양적인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특정 키워드가 얼마나 많이 반복됐는지 살펴봤습니다. 단순 현상을 나열하는 키워드, 가령, 일본, 정부, 역사, 신사, 참배, 야스쿠니, 우리, 이런 말들은 제외하고, 평가를 내린 키워드만 따로 묶어서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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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성명에서 위의 키워드가 쓰인 방식은, '과거'의 '침략 전쟁'을 '미화'한 것에 '유감'을 나타낸 뒤, '책임'있는 인사들의 '성찰'과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하는 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번에 내놓은 외교부 성명을 다시 읽어보면, 과거에 내놨던 성명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외교부 역시 관례대로, 이전과 달라진 것 없이 성명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한국 정부도, 일본 정부도, 한일 관계의 변화에 발맞춰 야스쿠니 신사와 관련해 태도가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이번 팩트체크는 정무적 맥락이 고려되지 않은, 역사적 사실과 텍스트 그대로의 분석입니다. 한일 관계처럼 예민한 현안은 어쩌면 사실 그 자체보다도 해석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 사실은 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그간 야스쿠니 신사 문제를 한일 양국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봤는지 역사적 궤적을 살펴보고, 지금의 한일 관계 속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살펴봐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의 팩트체크로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 팀은 야스쿠니 신사 논란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이 기존보다 수위를 낮췄다고 볼 수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온라인 의견 등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사실은 팀이 외교부 성명을 기준으로, 현직 일본 총리의 역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혹은 공물료 봉납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번 광복절은 그간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에 사실은 팀은 두 의견 모두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합니다.


(작가 : 김효진, 인턴 : 염정인·여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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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기자 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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