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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하는 민주주의… 동남아 경제마저 흔들 것” [아세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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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위기의 민주주의
미 외교협회 조슈아 컬랜직 선임연구원 서면 인터뷰

편집자주

2023년 2월 한국일보의 세 번째 베트남 특파원으로 부임한 허경주 특파원이 ‘아세안 속으로’를 통해 혼자 알고 넘어가기 아까운 동남아시아 각국 사회·생활상을 소개합니다. 거리는 가깝지만 의외로 잘 몰랐던 아세안 10개국 이야기, 격주 목요일마다 함께하세요!
한국일보

14일 태국 방콕에서 시민들이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 얼굴 그림을 담은 현수막을 들고 가두 행진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연립정부 구성 권한을 넘겨받은 하원 제2당 푸어타이당이 전진당을 버리고 군부의 손을 잡았다고 비판했다. 방콕=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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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민주주의 위기는 단순한 내부 정치 혼란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의 조슈아 컬랜직 선임연구원은 지난 8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퇴행하는 동남아시아 민주주의가 지역 경제마저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컬랜직 연구원은 미국 내 손꼽히는 동남아 전문가다. 매년 ‘민주주의 지수’를 발표하는 국제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자문도 맡고 있다. 서면 인터뷰와 그가 보내온 자료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동남아시아 민주주의 상황을 평가한다면.

“많은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세계 민주주의는 뒷걸음질 쳤다. 동남아도 예외는 아니다. 태국에선 쿠데타(2014년)가 발생했고, 필리핀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취임(2016년) 이후 가혹한 시기를 겪었다. 더 나빠질 수 없을 듯했던 동남아 민주주의는 올해 들어 최악으로 치달았다. 캄보디아는 훈센 총리의 집권당이 거의 모든 의석을 싹쓸이하는 ‘가짜 선거’를 치른 뒤 아들에게 권력을 이양해 국가를 북한처럼 만들었다. 태국에선 군부가 선거를 통해 최다 의석을 차지한 정당 대표의 총리 지명을 막았다. 동남아 국가 지도자들은 선거를 승자가 거의 독재에 가까운 권력을 얻는 ‘제로섬 게임’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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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의 조슈아 컬랜직 선임연구원.


-민주주의 후퇴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중국 간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이후) 많은 외국인들은 중국 외 투자처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동남아는 대표적 수혜 지역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민주주의 퇴보로 정치 불안이 이어지면 외국 투자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미얀마가 대표적이다. 2021년 쿠데타 이후 경제는 완전히 붕괴됐고, ‘큰손’인 일본 기업을 포함해 대부분 국가가 투자를 중단했다. 필리핀에서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독재로 외국인 투자자 발길이 뜸해졌다. 후임자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이들을 다시 끌어오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의 불안 상황도 비슷한 결과를 낳을까.

"그렇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강점이 많은 태국은 수년간 경제성장이 저조했다. 시위를 통해 표현되는 태국 국민들의 의지와 기득권 사이 대치가 불러온 불안정 때문이다. 총리 선출을 둘러싼 현재의 교착상태가 2020년 같은 대규모 거리 시위로 이어지면 해외 투자자를 더 놀라게 할 것이다. 중국 문제로부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시기인데, 민주주의 역행으로 동남아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주의 위기, 해결 방법이 있을까.

“인구가 많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의 민주화 후퇴는 많은 개발도상국들의 민주주의 운명에 나쁜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긴 쉽지 않다. 10개국을 하나로 묶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지역 인권 위기를 해결하는 데 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회원국의 민주주의 퇴보 언급이나 내정 간섭을 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면서 동남아 주요 인권 침해는 미국 정부의 ‘할 일 목록’ 중 맨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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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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