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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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일간 베르덴스강(VG)에 따르면 이 같은 제안은 스티안 옌센 나토 사무총장 비서실장에게서 나왔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노르웨이 남부 도시 아렌달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끝내는 해결책으로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러시아에 양도하는 대가로 나토 회원국이 되는 것"이라면서 "다만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원하는 시기와 조건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토의 공식적인 견해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옌센 비서실장은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토 양도가 이미 나토 내부에서도 제기됐다"며 "현재 우크라이나의 전후 지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토의 공식 견해는 아니나, 고위관계자의 입을 통해 영토 양도를 전제로 한 나토 가입 언급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앞서 지난 7월 중순 나토는 리투아니아 빌뉴스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신청국이 거쳐야 하는 장기절차인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MAP)'을 면제해주기로 합의했으나, 회원국 지위 획득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옌센 비서실장의 발언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과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즉각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포기하는 대가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 "영토 양도와 나토 가입을 바꾸는 건 터무니없는 제안"이라면서 "이는 고의적으로 민주주의의 패배를 선택하고, 세계적인 범죄자를 부추기고, 국제법을 파괴한 러시아 정권을 보존하고, 전쟁을 다른 세대에 물려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측은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사실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보장이사회 부의장은 "새로운 제안과 관련해 중요한 점은 현재 우크라이나의 모든 영토가 분쟁 중"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기 위해선 고대 루스(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 일대에 형성됐던 루스인의 국가)의 수도 키이우까지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국기와 유럽연합(EU) 국기가 나토 로고와 함께 지난달 1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도심 광장에서 펄럭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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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안은 지난 6월 초 시작한 우크라이나 대반격이 중대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나왔다.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60만3700㎢) 가운데 20%(10만㎢ 이상) 정도를 점령하고 있다. 서방 일각에선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으로 동·남부 일부 점령지를 탈환해 올 연말쯤 러시아와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재 반격 속도로는 출구 없는 장기전에 대한 우려만 키운다"는 등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만 커지고 있다. 미 국민을 대상으로 한 CNN의 최근 조사에서 55%의 응답자는 '미 의회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추가 자금을 승인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전쟁 장기화로 인한 민간인 피해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개전 이후 1년 6개월 동안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는 9444명, 부상자는 1만6940명이라는 내용의 조사결과 보고서를 15일 발표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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