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게임 중독, 1차적인 범행 동기 될 수 없어…현실 검증력 있기 때문”
흉악 범죄 발생에 게임 자체를 범죄 동기로 지목하거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해로운 원인으로 지목하는 모습은 그간 미디어에서 종종 비춰져 왔다. 그러나 국회는 물론 전문가들도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게임중독이 범행 동기 자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적어도 현실 검증력이 있는 게임 중독은 1차적인 살인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14일 검찰 및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 부장검사)는 지난 11일 이날 살인·살인미수·절도·사기·모욕 등 혐의로 조선을 구속기소했는데, 당시 그의 범행 동기를 게임중독으로 밝혔다.
검찰은 조선이 현실과 괴리된 게임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 감정이 쌓여 계획적으로 이상동기 범죄를 저질렀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젊은 남성만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공격했다고 본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조선은 범행 당일 아침까지도 ‘1인칭 슈팅 게임’ 동영상을 시청했다. 검찰은 조선이 게임 영향을 받아 잔혹하게 범죄를 실행했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조선이 범행 당시 보인 특이한 움직임과 게임 캐릭터 사이 유사점이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게임 진흥에 목소리를 내오던 여야 국회의원들은 하나둘 검찰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대체적으로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상헌 의원은 “(검찰의 이같은 발표는) ‘게임의 폭력성을 실험하기 위해 PC방 전원을 내려보겠습니다’급 망언”이라며 “나쁜건 죄다 게임탓을 하는 스킬 쿨타임(재사용 대기시간)이 찬 것이냐”고 반문했다.
하태경 의원 역시 게임중독이라는 한 마디로 문화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하 의원은 “검찰은 의사가 아니다”라며 “(조씨를 진단하지 말고) 수사를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과외 교사를 구하는 글을 올려 피해자와 접촉해 참혹하게 살해한 정유정 씨는 범죄 수사 프로그램을 보며 살인 충동을 느꼈고, ‘화차’라는 영화를 반복 시청하면서 살인을 구체적으로 계획했다고 한다”며 “그러면 범죄의 원인은 ‘심각한 영화 중독’ 때문인가”라며 꼬집었다.
이어 “흉기 난동은 결국 정신과적 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정신·심리적인 원인을 전문가를 통해 자문을 받아야 할 일인데, 게임중독 전문가가 이를 분석하고 자문했다면 이러한 진단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현실 검증력이 없는 심각한 질환이 있어야 살인까지 이르는 것이고, 게임 중독은 살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진단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게임업계는 대부분 검찰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가 아무리 게임 과몰입 관련해 사회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한걸음 나아가려 해도 다시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중독은 질병이 아니’라고 업계 전반이 몇 년 전부터 목소리를 높여왔으며 게이머들도 이에 대해선 크게 공감해주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게임중독 키워드가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발표는 평소 슈팅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을 모두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드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도 “미래 먹거리로 게임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한 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패를 뒤집듯 스탠스를 전환하는 모습이라 아쉽다”며 “사회 부적응에 대한 좌절감과 열등감이 원인이라고 잘 조사해놓고, 게임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자극적인 프레임만을 좇는 기형적인 행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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