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 응급상황 환자 생명구하지만
감염.혈전증 같은 위험성도 내포
환자혈액관리로 수혈 최소화해야
김진성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왼쪽)와 최유왕 강북연세병원 병원장은 수술 전 빈혈과 지혈 관리 등 처치를 통해 안전하고 적정한 수혈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수혈은 양날의 검과 같다. 응급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구하지만 감염이나 혈전증 같은 위험성도 안고 있다. 혈액 사용량을 관리하고 불필요한 수혈을 예방하기 위한 ‘수혈 적정성 평가’ 결과가 지난해부터 공개된 배경이다. 가이드라인에 맞게 수혈을 처방했는지, 수술 전에 환자 빈혈 여부를 파악해 교정했는지 등을 모니터링해 결과(1~5등급)를 공개한다. 슬관절치환술과 척추고정술이 평가 대상이다. 지난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김진성 교수와 강북연세병원 최유왕(정형외과) 병원장을 만나 적정 수혈과 환자 혈액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Q : 불필요한 수혈이 왜 많은가.
A : 김진성 교수(이하 김) 근골격계 수술은 환자에 따라 출혈량이 아주 다르다. 척추의 경우 같은 수술을 해도 환자에 따라 출혈량이 50~2000㏄까지 차이가 난다. 예컨대 협착증이 오래되면 혈관 신생 작용으로 정맥이 부풀고 염증 반응이 생긴다. 혈관이 나풀나풀 얇아져서 피가 잘 난다. 다분절척추유합수술에서는 수혈이 꼭 필요하다. 다만 그간 의료진이 관행적으로 수혈을 처방해 온 부분이 있다. 너무 위급한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미리 수혈을 처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A : 최유왕 병원장(이하 최) 과거에도 수혈을 덜하자는 개념은 있었으나 비용적인 문제가 크고 보험 적용도 까다로워 수혈을 많이 해왔다. 또 환자의 혈색소 수치가 일정 부분 낮아지면 반사적으로 수혈하는 경우가 많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슬관절치환술 수혈률은 78%로, 미국(8%)·영국(7.5%)보다 매우 높다.
Q : 꼭 필요한 상황과 적정량을 계획할 수 있나.
A : 김 응급하고 중증도가 높은 심장 수술은 손댈 수 없는 영역이지만 척추·관절 수술에서는 수혈을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계획된 수술이므로 환자의 위험 요소를 평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지금은 수술기구가 발전해 비침습적인 수술법이 발달했고, 정맥철분제로 대표되는 수혈 대체재와 지혈을 돕는 강력한 약제들이 보급돼 있다. 이런 것들을 잘 사용해 수혈을 줄일 수 있는 시기적인 때가 됐다. 예컨대 수술을 앞둔 고령 환자는 빈혈을 상당수 갖고 있다. 원인을 분석해 사전에 빈혈을 교정함으로써 수혈 필요성을 낮출 수 있다. 환자 스스로 혈액 생성을 촉진하고 수혈을 최소화하는 환자혈액관리(PBM)에 의료진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수혈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출산·고령화로 혈액제제 공급은 부족해진다. 반면에 중증 질환 증가로 혈액 수요는 지속해서 높아질 전망이다.
Q : 수급 불안정으로 곤란을 겪은 적이 많나.
A : 최 인공관절 수술에서는 범위가 넓거나 재수술이면 출혈이 어쩔 수 없이 많아진다. 수혈이 꼭 필요한 상황들이 있다. 이번에 코로나19를 경험하며 헌혈량이 확 줄어드는 이슈들이 발생했다. 전문병원이어서 응급도에서는 좀 밀리다 보니 혈액 공급이 제대로 안 돼 수술 일정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혈액 사용량을 관리해야 하는 필요성이 높아졌다.
Q : 수혈로 인한 부작용이 꽤 있었나.
A : 김 수혈에 따른 위험성, 즉 합병증은 바로 나타나는 건 아니다. 여러 보고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조혈 작용에 대한 예상치 않은 반응들이 나온다. 하지만 직접적인 부작용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눈에 보이는 당장의 문제가 없다 보니 의료진이 관심 갖지 않으면 적정 수혈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A : 최 이전엔 수혈을 쓰러져가는 환자를 일으켜 세우는 좋은 측면에서만 봤다. 하지만 최근엔 장기 이식에 준하는 미세한 합병증이 수혈에도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수혈로 인한 컨디션 회복보다는 염증이나 혈전 발생, 예상치 못한 이상 반응들이 존재하다 보니 이런 문제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환자의 혈액을 가지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특히 고령 환자는 동반 질환이 많아서 적정한 혈액량을 갖고 있어야 회복에도 좋다. 약제를 써 혈색소 수치를 높이고 합병증을 줄이는 방법이 다양하다. 경험적으로는 PBM을 통해 감염·혈전 발생이 감소한 것 같다. 수혈을 많이 했을 땐 환자가 주관적인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발열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Q : 평가 이후 수혈이 얼마나 줄었나.
A : 최 강북연세병원을 예로 들면 5년 전에는 전체 수술의 40% 정도는 수혈했으나 지금은 5% 미만이다. 재수술이나 광범위한 수술에만 수혈을 한다. 적정성 평가를 한 지 2년이 지났는데, 평가 자체만으로도 적정한 수혈 기준을 의료진에게 상기시켜준다. 그간엔 수혈 처방 기준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어도 환자에게 적합한지 꼼꼼히 따지기보다 경험적으로 하는 편이었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Q : 환자가 혈액 관리에서 스스로 챙길 점도 있나.
A : 김 수술 전에는 아스피린 같은 항혈전제 복용을 일정 기간 중단하라고 한다. 그런데 식품류 중에서도 출혈성 경향을 유발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흑마늘 같은 식품은 혈류를 개선해 항혈전 작용을 한다고 의학적으로 밝혀졌다. 수술 전엔 이런 식품류는 자제하는 게 좋다.
A : 최 외국의 경우 수술 한 달 전에 헌혈해 본인의 피를 수혈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 간 수혈에도 호응도가 낮은 편이다. 가능하면 자가 수혈을 하는 상황이 좋다. 또 수혈은 응급하고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받는 게 좋다는 점을 알아뒀으면 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