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힌두사원의 꽃병·항아리·우산 등 피해
마을사원 배려로 피해 구제절차 이행해 귀국
출입국당국, 추방·입국거부 명단엔 안 올려
주민들 “관광객 일탈·여행객 상대로 범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여행이 늘면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현지문화 모독 등 일탈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한국 관광객이 현지문화 무시 행위를 저질렀다는 현지언론의 보도가 이어졌다.
한국인 관광객(가운데)이 경찰 등과 함께 인도네시아 발리 소재 사원 인근을 걷고 있다. 더띡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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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관광객 사원 기물 파손 처음 알려져
11일 더띡뉴스와 트리뷴뉴스 등 인도네시아 언론은 발리를 찾은 한국 관광객이 힌두사원의 제물을 파손했다가 구제절차를 이행했다고 보도됐다. 관광객은 자신의 잘못된 행위와 관련해 구제절차를 마무리해 발리를 정상적으로 떠날 수 있었다. 기존 외국 관광객의 잘못에 비해 일탈의 정도와 의도성은 약했다. 이런 점이 참작되고, 피해 구제행위가 적절하게 이뤄져 강제 추방되거나 향후 입국거부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지는 않았다.
인도네시아 언론에 따르면 한국 여성 관광객 연지윤(가명·41)씨는 최근 발리를 찾았다가 베사키 지역의 고아 라자(Goa Raja) 사원에 피해를 입힌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발리 경찰당국은 연씨가 피해 구제 절차를 마무리해 추방 절차 없이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발리 싱아라자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헨드라 스티아완 소장은 전날 “피해를 입은 마을의 주민들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했으며, 연씨가 사원이 주관한 정화의식에 참여해 피해를 복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통적인 방식의 구제절차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이번 사건을 입건하지 않았다.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사건을 넘기지도 않았다.
7일 한국인 관광객의 행위로 훼손된 인도네시아 발리 힌두사원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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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원 측 제안으로 전통적인 피해 구제절차 이행
앞서 이번 사건은 발리 등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상으로 유포되면서 한국 이미지 악화를 불러왔다. 영상엔 연씨가 우산, 다수의 항아리, 여러 꽃병, 제물 등 힌두교가 성스럽게 생각하는 사원의 유물을 훼손하는 모습을 담겨 있었다.
연씨의 사원 유물 훼손은 지난 7일 오후 6시 무렵 이뤄졌다. 사건 당시 사원에서 기도를 하려던 힌두교 신자들은 파손 행위에 소리치며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사원 측의 신고로 연씨는 다음날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연씨는 체포된 뒤,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면서 ‘초자연적인 부름’ 때문에 사원을 방문해 행위를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뇨만 라이 다르마디 발리 공공질서청장은 트리뷴뉴스와 인터뷰에서 연씨의 잘못을 비판하면서도 “힌두사원 측과 관광가이드들이 사원 주변을 오가는 관광객의 행위를 소홀히 다룬 측면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관광객이 의식적인 일탈은 물론 무의식적인 잘못도 저지를 수 있다”며 “관광 가이드들이 꾸준히 경계하고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원 훼손 사건은 (사원과 가이드에게) 소중한 경험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지매체들은 주민들의 발언을 인용해, “외국인 관광객의 발리 문화 모독 행위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며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러시아 관광객이 4월 인도네시아 발리의 ‘뿌띠 까유’에서 옷을 일부만 걸친 채 사진을 찍고 있다. 뿌띠 까유는 발리 힌두교도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나무다. 인스타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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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힌두문화 전통 유지…외국 여성 노린 범죄도 발생
발리는 이슬람교가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자바 등 인도네시아의 대다수 지역과 달리 힌두교를 믿는 주민이 대부분이다. 13세기에서 16세기까지 400년 동안 자바 등 인도네시아 지역을 사실상 통치했던 힌두왕국 마자파힛의 후예가 동쪽으로 이주한 배경 때문에 힌두교 문화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학자들은 발리는 다른 여행지와 구별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는 발리를 동남아에서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신앙과 관행을 지닌 곳으로 평가했다. 인도 힌두교의 3만3000명의 신이 발리 힌두교에도 존재하며, 발리 힌두교 신자들은 거주 마을에 존재하는 3개의 사원과 가족 사원 등 최소 4개의 사원을 마을 공동체에서 일상처럼 마주한다. 발리 사람에게 힌두문화 무시는 자신들의 삶과 신을 모독하는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
관광지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발리에서는 관광객의 일탈 못지않게 외국인을 상대로 한 현지인의 범죄행위도 간헐적으로 발생한다. 일례로 최근엔 공유 오토바이 호출 서비스(오졸)의 운전기사가 브라질 관광객을 발리 짐바란에서 성폭행했다가 체포된 사건이 현지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자바에서 발리로 이주한 용의자는 브라질 여성 관광객의 서비스 호출을 받은 뒤 7일 새벽 발리 짐바란에서 성폭행했으며, 경찰의 추적 끝에 다음날 오후 늦게 체포됐다. 발리가 관광지라는 점에 집착하다보면 현지인이나 관광객 모두 일탈과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상존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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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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