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조사 대상서 제외된 단지 1곳 추가
철근누락 아파트 5곳도 임의로 제외
"주공·토공 간 자리 나눠먹기 팽배"
임원 5인 사표, 설계·감리·시공 떼내기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한준 사장이 인사하고 있다. 이 사장은 91개 아파트 단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철근이 누락된 단지 5곳이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고 자체 판단해 지난 발표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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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자신의 거취를 정부에 맡기겠다고 11일 밝혔다. 모든 임원이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LH가 부실공사가 발생한 아파트 규모를 축소해서 공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책임론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사장은 LH 스스로는 혁신이 불가능하다면서 경찰 등 외부기관의 조사를 바탕으로 구조조정을 포함한 조직 쇄신을 진행하겠다고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장관과 LH 사장은 LH 혁신과 건설 카르텔 혁파를 차질 없이 이행하라"고 국토교통부에 지시했다.
이 사장은 이날 서울 논현동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망가진 조직을 혁신하기 위한 첫 조치로 상임이사 5인 모두의 사표를 제출받았다”면서 “저의 거취도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의 뜻에 따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사장으로서 LH가 가장 기본적 통계조차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자료에서 임의로 뺐다는 사실에 참담하고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다시 한번 사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사장은 전날 정상적 보고체계가 아닌 경로로 철근이 누락된 LH 아파트 단지 5곳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LH는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된 이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LH 아파트 91곳에 대해서 전수조사를 실시해 15곳에서 철근이 누락됐다고 지난달 31일 밝힌 바 있다. 이달 9일에는 무량판 구조가 적용돼 추가로 조사가 필요한 LH 아파트가 10곳 더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해명이 거듭 바뀌면서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LH 아파트는 최종적으로 102개, 부실공사가 발생한 LH 아파트는 모두 20곳으로 늘었다.
이 사장은 “(5곳이) 누락된 사유를 확인하니 많은 기둥 가운데 3, 4개 정도 하자가 있어 지난달 31일 발표 이전에 이미 자체 보강한 상태라서 보고에서 뺐다는 것”이라면서 “이 보고를 제3자를 통해서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둥이 하나만 문제가 있어도 안전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담당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사안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보고에서 제외한 것은 너무 안일하고 어이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LH 자체적으로는 혁신을 진행할 수 없다고도 못 박았다. 이 사장은 2009년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통합된 이후, 현재까지도 내부적으로 조직이 통합되지 않았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주공 출신과 토공 출신으로 나뉘어 '자리 나눠먹기'가 판치는 등 내부통제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현재 감사원의 공익감사와 경찰의 부실공사 수사, 공정거래위원회의 카르텔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이를 바탕으로 구조조정 등 쇄신 작업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구체적 쇄신안으로는 LH에서 설계와 감리, 시공 기능을 떼어내는 방안을 언급했다. 여기에 지난 정부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2,400여 명이 담당하는 주거 급여 관련 업무도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이관하는 방안으로 개선하겠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 사장은 “기본적으로 본사 조직과 지역 본부의 내근 조직을 대폭 줄이겠다”면서 “그 조직을 현장에 대폭 투입해 현장 시행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제가 LH에 몸담는 동안에는 반드시 인력과 조직을 쇄신해 작지만 국민께 헌신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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