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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여당 수도권 몰살" 위기론 분출…진짜일까, 비윤 노림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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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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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위기론’을 두고 여권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YTN 라디오에서 “내년 총선은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인데,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대까지 떨어져 있다”며 “그러면 수도권에서는 우리 당 후보가 몰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에서 과반은 고사하고 120석도 불안한 상황이다. ‘수도권 위기론’은 맞는 말”이라고 했다.

수도권은 전체 지역구 의석 253개 가운데 121석(48%)에 달한다. 하 의원은 부산 해운대갑이 지역구지만 수도권 도전 가능성이 있는 인사로도 꼽힌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성남 분당갑)도 지난 9일 KBS라디오에서 “수도권은 심각한 위기”라며 “특히 인물난을 겪고 있는데, 수도권 현역 의원 다수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보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분을 우리가 후보로 내도 그들과 대항하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수도권 위기론은 현실이기 때문에 지도부가 인재영입과 정책발굴에 만전을 기해야한다”고 썼다.

안 의원과 윤 의원은 3·8전당대회를 앞두고 ‘수도권 대표론’을 내세웠었다. 전당대회 후 이런 논의가 잦아들었지만 신평 변호사가 최근 “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수도권은 거의 전멸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히면서 재점화한 모습이다.

경기권 중진 의원은 “수도권 선거는 학연·지연이 큰 영향을 주는 영남권 선거와는 판이하다”며 “영남 의원으로 구성된 지도부가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울산 남을),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 박대출 정책위의장(경남 진주갑) 등 현 지도부가 영남 출신임을 꼬집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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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국회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윤상현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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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이나 ‘잼버리 파행’ 등도 수도권엔 악재라는 게 여권 일부 의원의 시각이다. 서울의 초선 의원은 “고속도로 건설로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려 했다고 의심하는 중도층이 적지 않다”며 “잼버리 파행도 중앙정부의 관리능력 부족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자 주류라 할 수 있는 여당 지도부가 반박에 나섰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10일 SBS라디오에서 “앞서 8번의 국회의원 선거를 볼 때 수도권에서 우리 당이 이긴 것은 단 2번에 불과하다”며 “(기본적으로) 수도권 민심은 우리 당에 우호적이지 않다. 그런데 일부 인사가 지도부가 노력하면 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부분적인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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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이어 “수도권 위기론으로 지도부에 책임을 뒤집어씌우거나,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며 “수도권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당이 단결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고도 주장했다.

실제로 1992년 14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총 8번의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수도권에서 단 2번(1996년, 2008년)만 이겼다. 반면에 민주당 계열 정당은 5번 승리했다. 나머지 1번은 1992년으로 민주자유당(현 국민의힘) 39석, 민주당 34석으로 박빙이었지만, 통일국민당 등 나머지 야당 의석이 9석이어서 사실상 당시 여당인 민자당이 패배한 것이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래 수도권 선거는 쉽지 않은데 새로운 사실인 양 말하면서 비주류가 지나친 압박을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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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월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에서 '논쟁 사회를 위한 고민' 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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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주류는 공세를 그치지 않을 태세다. 이준석 전 대표는 10일 페이스북에 “총선까지 몇 달 남지 않았는데 수도권 선거가 어려운 상황에서 안 어려운 척하는 것은 무책임한 시간 끌기”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신당 창당’ 가능성도 시사했다.

‘수해 골프’로 당원권 정지 10개월 징계를 받은 홍준표 대구시장도 8일 “하루살이들의 권력은 한순간에 불과하다”며 지도부를 겨냥했고, 유승민 전 의원도 9일 “잼버리 파행은 윤석열 정부 책임”이라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비윤계는 수도권 위기론을 강조하면서 당내에서 좁아진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수도권 지지율이 크게 반등하지 않는 이상 이들의 주장에 힘이 더 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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