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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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를 하다 잡혀간 노조원을 석방하라며 경찰서 앞에서 구호를 외친 노동자들에 대해 미신고 집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4~5월 일부 노조원들에 대한 부당 계약해지 철회를 촉구하며 군산시에 있는 한 공장 앞에서 옥외집회를 연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집회 도중 화물차량이 공장 안으로 진입하자 일부 노조원들은 신너 통을 던져 경찰에 체포됐다. 2021년 5월8일 A씨 등은 경찰서 앞에서 체포된 노조원들을 석방하라며 구호를 외쳐 미신고 옥외집회를 주최한 혐의도 받았다.
경찰서 앞에서 구호를 외친 행위가 ‘미신고 집회’ 개최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집시법에 따르면 옥외집회를 주최하고자 하는 자는 목적·일시·장소·주최자 등을 적은 신고서를 집회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에 제출해야 한다.
1심은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현행범으로 노조원을 체포하는 상황이 발생해 즉흥적이고 우발적으로 집회가 이뤄졌으며, 자신은 발언만 했을 뿐 집회를 주최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2심은 미신고 집회 부분을 무죄로 보고 A씨의 형량을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낮췄다.
2심 재판부는 경찰서 앞에서 벌어진 집회가 A씨에 의해 계획되고 조직된 것이 아니라고 봤다. 다른 일정에 참여하려다 경찰 제지에 막혀 우연히 모이게 된 다른 사람들과 즉석에서 즉흥적으로 집회·시위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집회에서 A씨 등의 선창으로 구호가 제창됐다고 해도, 이런 사실만으로 A씨 등이 집회 주최자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는 옥외집회를 신고한 주최자가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신고한 목적·일시·장소·방법 등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에 이르렀다고 해도 이를 신고 없이 옥외집회를 주최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다. 재판부는 이 판례를 토대로 이 사건 집회는 신고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미신고 집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서 앞에서 구호를 외친 것은 기존 집회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미신고 집회가 기존 신고 집회와 동일성이 부정되는지, 사전에 논의돼 준비됐는지 여부 등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며 “A씨 등이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옥외집회를 주최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도 “집시법이 정한 옥외집회 ‘주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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