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모 전 한교총 대표회장
신간 ‘꺾이지 않는 사명’ 펴내
“교회는 이념 떠나 세상의 희망돼야”
류영모 전 한교총 대표회장은 7일 인터뷰에서 “교회는 이념을 떠나 세상의 희망이 돼야 한다”며 “세상과 동떨어진 외딴 세상에 사는 교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은퇴를 앞두니 악마가 속삭이더군요. 애써 키운 교회를 왜 남 주느냐고….”
최근 신간 ‘꺾이지 않는 사명’을 출간한 류영모 전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한소망교회 담임목사)은 내년 말 은퇴를 앞두고 책을 낸 이유를 묻자 이 말부터 꺼냈다. 류 전 대표회장은 7일 경기 고양시 드림하우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세상이 한국 교회에 바라는 것은 공적인 교회, 공공의 선을 이루는 교회가 돼 달라는 것”이라며 “남에게 요구하기 전에 나부터 실천하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실례지만 목사 사위가 있지 않으십니까.
“제가 처음 교회를 개척할 때는 정말 예배드릴 공간 하나 없이 모든 것이 열악했습니다. 지금은 대형 교회(등록 신도 1만4000여 명)로 성장했지요. 그동안 제 피와 뼈를 갈아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평소에 교회 세습을 반대했습니다. 그런데도 은퇴할 때가 되니까 (자기 가슴을 가리키며) 여기서 다른 소리 하나가 들리더군요. ‘네 교회다, 네가 세웠는데 왜 남을 주려고 하느냐….’ 마귀의 소리지요. 그래서 시간 오래 끌지 말고 빨리 후임을 정하기로 결심했어요. 오래 끌면 저도 사람인지라 넘어질지 모르니까요.”
―후임은 어떻게 뽑으셨습니까.
“후보가 20여 명 됐는데, 위원회를 꾸려서 몇 차례의 논의와 투표를 거치며 추리고 추려서 한 명을 선정했습니다. 투표는 만장일치로 했지요. 당연히 저와는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고요. 교회 세습이 정말 성경적으로 틀렸느냐는 건 논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교회라면 일반 기업과는 좀 달라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교회가 설립자나 교회 지도자들의 것은 아니라고 믿지요.”
―교회 안팎에서 많은 유혹이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대형 교회 담임목사를 하면 이런저런 많은 유혹이 들어옵니다. 한교총 대표회장이면 말할 것도 없지요. 자기 진영을 위한 편향된 목소리를 내달라는 정치적 요구도 많고요. 더군다나 제가 한교총 대표회장이던 지난해에는 대선이 있었습니다. 한두 명이 찾아왔겠습니까? 조언을 듣겠다고 찾아와서는 ‘저희가 교회를 위해 뭘 도와드릴까요?’라고도 하고…. 교회도 세상 속에 있다 보니 민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걸 정권과 소통해 해결하려 하면 안 되지요.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한국 교회가 그동안 정권과 결탁해 왔던 악습의 고리를 끊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목소리 내는 건 고사하고 정치인들의 조찬 기도회 요청도 다 거절합니다.”
―세상과 동떨어진 외딴 세상에 사는 교회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더군요.
“교회 안에도 진보와 보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보수적인 교단은 교회, 성경, 하나님 중심이라는 가치를 중하게 여기다 보니 사회의 어려움과 문제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지요. 반면 진보적인 쪽은 너무 사회 문제에 집착하다 보니 교회라기보다 시민단체처럼 된 면이 있습니다. 교회는 이념을 떠나 세상의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양쪽의 장단점을 잘 수용해, 세상과 어려움을 함께하면서도 교회라는 본분을 잊지 않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