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군용물자 보급선을 향해 물대포를 쏘는 중국 해안경비정 |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대립하는 필리핀을 이틀 연속 거칠게 비난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8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내고 필리핀을 향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에 좌초된 군함을 즉시 예인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양국 간 갈등은 지난 5일 중국 해경이 스프래틀리 군도 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 좌초된 필리핀 군함에 보급품과 건축 자재를 전달하려던 필리핀 해경선을 향해 물대포를 쏘면서 시작됐다.
필리핀은 1999년 이곳에 자국 군함이 좌초했다며 해당 선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10명 안팎의 해병대원을 상주시키고 있지만, 중국은 필리핀이 불법으로 해당 암초를 점거하고 있다고 맞서 왔다.
이 때문에 중국과 필리핀은 좌초 군함 문제로 잊을 만하면 갈등을 빚고 있다.
남중국해 세컨드 토마스에 좌초된 필리핀 군함 |
대변인은 이날 "런아이자오는 중국 난사군도의 일부로, 이미 필리핀 측에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며 "필리핀은 좌초된 군함을 즉시 예인하고, 런아이자오를 무인·무시설 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필리핀에 여러 차례 협상을 제안했지만 필리핀 측이 군함 수리 자재를 운반한 것이 갈등의 발단이 됐다며 이번 물대포 발사는 자국의 주권과 해양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대변인은 다만 "필리핀은 중국의 중요한 해상 이웃 국가"라며 "중국은 계속해서 대화를 통해 필리핀과 해상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고 양국 관계와 해상 정세의 안정을 수호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국수주의 성향의 관영 환구시보도 필리핀을 강하게 비난했다.
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중국 해경선이 훨씬 크기 때문에 필리핀 선박을 직접 봉쇄하면 충돌하거나 침몰할 수 있어 물대포를 사용한 것"이라며 "미국이나 다른 강대국 심지어 일본이었다면 (중국 측 대응의) 강도는 훨씬 공격적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필리핀이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는 미중 전략 경쟁 사이에서 이득을 얻으려는 것이고 미국이 필리핀과 군사 안보 협력을 적극 추진하기 때문"이라며 "필리핀이 환상을 빨리 포기할수록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이 주는 개발과 협력의 혜택을 더 빨리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필리핀 외교부는 자국 해양경비대 함정에 물대포를 쏜 중국을 비난하며 황시롄 필리핀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해 강하게 항의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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