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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이슈 미술의 세계

[매경CEO특강 ] 밑바닥 업무 경험도 자산…일단 도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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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일을 시작할 때는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냥 해봐라'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한 우물만 파며 20년째가 되니 전문가가 됐구나 알게 됐다. 책을 읽어도 경험의 중요함은 이길 수 없다. 많은 경험을 하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

미술품 경매는 세계 최고 부자들이 수백억 원의 그림을 거침없이 사들이는 예술계의 가장 화려한 이벤트다.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 미술 시장을 향한 관심이 커지면서 소더비도 지난해 한국 사무소를 설립했다. 작년 10월부터 이곳을 이끌고 있는 윤유선 소더비코리아 대표는 최근 한양대에서 진행된 매경 CEO 특강에서 꿈을 좇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응원을 보냈다.

윤 대표는 미국 스미스칼리지에서 미술사와 정치학을 공부하고 뉴욕대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꽃길'만 걸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첫 업무는 보잘것없었다. '세계 미술 수도' 뉴욕에서 부푼 꿈을 안고 들어간 베리힐 갤러리에서 안내데스크 리셉셔니스트로 일을 시작했다. 굉장히 크고 화려한 갤러리 1층 리셉션 데스크를 혼자서 하루 종일 지켰다. '내가 이러려고 대학원 공부를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지만 참고 버티자 디렉터(전시감독)의 어시스턴트가 해고를 당하면서 그 자리로 가게 됐다.

2002년 한국으로 돌아와 천안 아라리오갤러리 디렉터를 맡게 됐다. 서울에서 천안까지 하루 4시간 출퇴근을 했지만 갤러리 오픈을 앞두고 뉴욕, 런던 등에서 작품을 구입해 전시하는 등 다양한 일을 배웠다. 윤 대표는 "내 능력보다 큰 일을 하게 되면서 돌아보면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밑바닥부터 일해본 게 갤러리 오픈에 큰 자산이 됐다"고 털어놨다.

2004년 갤러리현대로 이직했지만 2006년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2007년에 아라리오 뉴욕의 개점을 맡아 이끌었다. 그러다 40세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13년 그렇게 가고 싶었던 크리스티에서 스페셜리스트로 이직 제안이 왔다. 윤 대표는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 있고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같은 미술계였지만 업무가 전혀 달랐다. 갤러리는 소규모였지만 크리스티 홍콩에선 수백 명의 직원이 일했다. 첫 1년은 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4년을 채우니 기회가 생겼다. 필립스 옥션 한국 대표로 돌아올 기회를 얻은 것이다.

세계 3대 경매사는 모두 런던에서 비슷한 시기에 태동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58년 은행가가 소유한 마네의 '팔레트를 든 자화상' 등 인상파 걸작 8점이 소더비에서 공개 경매로 열렸다. 연예인과 파파라치도 올 만큼 성황이었고 78만파운드(약 13억원)의 큰 판매액을 올리며 '이브닝 세일'(대표작 경매)의 효시가 됐다. 이후 3사는 미술품 경매를 경쟁적으로 열고 있다.

윤 대표는 "경매는 쉽게 말해 2차 시장이고 당근마켓과도 비슷하다. 제일 중요한 건 수요와 공급이다. 고객이 1차 시장에서 살 수 없을 때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일이다. 저희는 추정가를 도출하고 경매가 이뤄지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가 소더비 런던에서 2018년 11월 '풍선을 든 소녀'를 낙찰과 동시에 파쇄해 세계적 화제를 모은 사건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 작품은 2021년 다시 경매에 나와 20배가 넘는 수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윤 대표는 "23년간의 경력을 돌아보니 결국 경매도 내가 잘하는 일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포레스트 검프'를 정말 좋아한다. 검프는 단순하게 생각하니까 멀리도 간 거다. 여러분도 단순하게 꿋꿋하게 한번 이겨나가보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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