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총선 이모저모

'신혼부부 증여세 면제'에 "초부자 감세냐"던 野의 돌변, 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신혼부부에 대한 증여세 공제액을 최대 3억원까지 상향하는 세법 개정안을 내놓자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부모가 자식 집 마련에 도움을 주는 문제와 직결돼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현안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3년 세법 개정안’에는 10년 동안 5000만원이었던 자녀에 대한 증여재산 공제한도를 결혼 자금 명목으로 1억원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혼인신고를 하면 부모 또는 조부모로부터 받은 1억원에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건데, 부부가 각각 1억5000만원씩 증여받을 경우 총 3억원에 대한 증여세가 최대 1940만원 면제된다.

중앙일보

지난해 9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가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인하 등 정책에 대해 '초부자감세 저지', '민생예산 확대' 등의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野, 중산층 표심에 “초부자감세 → 일부 공감” 태세 전환



지난달 31일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에선 “또 초부자 감세냐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혜택을 볼 계층은 극히 적고, 많은 청년에게 상실감과 소외감을 줄 것”(이재명 대표)이란 비판이 나왔었다. 그러나 하루 뒤인 지난 1일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증여세 감면 취지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며 “(세수 결손 대책) 부분이 해결되면 세법 개정안을 전향적으로 볼 수 있다는 (당내) 의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민주당 입장이 바뀐 셈이다.

정치권에선 야당이 입장을 선회한 이유로 내년 총선 중산층 표심을 꼽는다. ‘스윙 보터’ 성향이 강한 중산층의 최대 난제인 자녀 집 문제 해결에 숨통을 터주는 일을 단순히 ‘부자 감세’ 논리로 접근해선 안 되는 야권 내부의 반론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계청의 ‘자산 5분위별 자산·부채·소득 현황’에 따르면 자산 5분위와 4분위 가구의 평균 순자산액은 각각 13억9259만원과 5억519만원이다. 야당 관계자는 “증여를 얼마나 하느냐는 온전히 개인의 판단이지만, 순자산이 5억 이상 정도면 자녀가 결혼할 때 단 돈 몇 천만원이라도 보태주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서도 5000만원인 기본공제 한도를 7000만원으로 늘리고, ‘결혼’이 아닌 ‘출산’을 1억원 추가 공제 조건으로 넣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與 “신혼부부 집값 올린 건 文”…세수 문제는 난제



국민의힘은 중산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만큼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한도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1일 이재명 대표의 ‘초부자 감세’ 주장에 대해 “결혼하는 자녀에게 각각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주는 양가가 ‘초부자’인가”라고 반문하며 “새내기 부부마저 갈라치기 하느냐”라고 비판했다. 여당 지도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보통 중산층 부모들이 지원해주는 몇 천만원을 세금 부담 없이 주도록 하자는 것인데, 이게 초부자의 문제인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에선 야당의 비판에 역공도 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을 폭등시켜 놓고 민주당이 신혼부부 증여한도 확대를 반대하는 건 ‘제 발등 찍기’”라는 논리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송언석 의원은 최근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7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유·보 관리체계 일원화 방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민주당이 지적하는 세수 결손 문제는 여권에서도 난제로 보고 있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는 증여 공제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향후 5년간(2023~2027년) 총 4조3253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직 기획재정부 입법예고 단계이므로 많은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국회 때 ‘부자 감세’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 법인세 인하와 부동산 중과세 완화 부분은 포함시키 않았다. 그동안 야권에서 ‘부자 감세’라고 비판한 걸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실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야권 지지층이 자녀 증여세 공제한도 확대를 ‘부자 감세’로 볼 경우 민주당이 세법 개정에 동참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