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인트호번 복귀 첫 게임서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
- 챔스리그 플레이오프 AC밀란戰
전성기 때 못잖은 활동량으로 어린선수들 적극적으로 이끌어
코퀴 감독 "朴, 꼭 필요한 선수"
절치부심 끝에 8년 만에 네덜란드 친정팀으로 돌아온 박지성은 여전히 '두 개의 심장'이 건재함을 증명했다. 박지성은 21일(이하 한국 시각)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AC밀란과 벌인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출전해 팀의 1대1 무승부에 기여했다.
이날 박지성은 68분만을 뛰고도 축구 전문매체 '골닷컴 이탈리아'가 선정한 '맨 오브 더 매치(경기 최우수 선수)'에 선정됐다. 경기 후 에인트호번 구단 TV프로그램인 'PSV TV'는 박지성의 지난 활약상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31일 창단 100주년을 맞는 에인트호번이 기획한 'PSV 100년사 레전드 시리즈' 영상 중 하나다.
박지성이 8년 만에 돌아온 필립스 스타디움은 많이 변해 있었다. 옛 동료라곤 벤치에 앉아 있는 필립 코퀴(43) 감독뿐이었다. 그라운드에는 평균 나이 22.5세의 어린 선수들이 뛰고 있었다. 등번호도 7번에서 33번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팬 3만5000여명은 8년 전 이곳에서 AC밀란 철벽 수비진을 상대로 선제골을 꽂아 넣었던 박지성을 잊지 않았다. 팬들로부터 '위송 빠르크(박지성의 네덜란드식 발음)' 응원가를 들으며 기운을 얻은 박지성은 이날 68분 동안 8.81㎞를 뛰었다. 교체되지 않고 90분 풀타임을 뛰었다면, 전성기 시절 12㎞까지 뛰었던 것과 맞먹는 활동량이다.
에인트호번은 전반 15분 '빗자루 머리'로 유명한 공격수 엘 샤라위(21)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에인트호번은 전반전 슈팅 수에서 13―3으로 압도했지만, 단 한 번의 역습 찬스에 골을 허용한 것이다. 오른쪽 공격수로 출전한 박지성은 측면과 중원을 오가며 어린 선수들을 이끌었다. 아직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에인트호번의 영건들에게 명문 AC밀란을 상대로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는 박지성의 모습은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듯했다. 에인트호번은 결국 후반 15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센터서클 주변에서 박지성이 넘긴 패스를 제프리 브루마(21)가 받아 벼락같은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렸고, 골키퍼에게 막혀 튀어나온 공을 팀 마타우쉬(24)가 헤딩으로 마무리 지었다.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의 불씨를 살린 골이었다.
코퀴 감독은 후반 23분 박지성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허벅지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던 박지성을 배려한 결정이었다.
1차전을 1대1 무승부로 마친 코퀴 감독은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에 만족한다"며 최근 부상을 입었던 박지성을 선발 출전시킨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코퀴 감독은 "나는 박지성이 어떤 선수인지 잘 알고 있다"며 "오늘 경기에서 박지성이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에인트호번 선수 중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경험해본 선수는 박지성(54경기 4골), 스테인 스하르스(6경기), 브루마(2경기) 등 3명뿐이었다.
에인트호번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박지성이 이번엔 AC밀란을 누르고 8년 만의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에인트호번과 AC밀란이 벌이는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은 29일 오전 3시 45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시로'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윤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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