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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자영업자 연체율 1년 새 2.5배...가산금리 올리는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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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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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출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은행권이 자영업자 대출 가산금리를 올리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이자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자영업자의 연체를 은행권이 스스로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 6월 신규 취급한 개인사업자 보증서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연 5.068%였다. 대출금리가 정점을 찍던 지난해 11월~올 1월 기록한 5.312%보다 0.244%포인트(p) 내려왔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같은 기간 대출 기준금리도 0.448%p 하락했다. 하지만 가산금리는 오히려 2.558%에서 2.706%로 0.148%p 올랐다. 개인사업자 담보대출의 다른 축인 물적담보대출은 동시기에 가산금리가 0.112%p 줄었다. 기준금리가 0.378%p 줄어든 것에 비하면 감소폭이 1/3 수준이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의 합으로 결정된다. 기준금리는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으로, 은행채 금리 등 대출 시에 기준(준거)으로 삼는 금리다. 가산금리는 업무 원가나 리스크 관리비용·법적 비용·목표 이익률 등을 따져 은행마다 달리 책정하는 금리다. 다시 말해, 비용 원가가 줄었지만, 은행권이 자체 이익률 등을 고려해 가산금리를 올려 자영업자들이 대출금리 인하 체감이 적었다는 뜻이다.

문제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자영업자의 대출잔액과 연체율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 6월말 기준으로 315조367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4조5861억원 늘어난 수치다.

4대 은행(카드사 포함한 농협은행 제외) 자영업자 대출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6월 0.112%에서 1년 사이인 올 6월 0.276%로 약 2.5배 악화됐다. 같은 기간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연체율도 0.47%에서 1.00%가 됐다. 대형은행이 절대 연체율은 낮지만, 상승률과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

대형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개인고객의 매출감소와 담보물의 가치하락이 함께 발생했다"며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담보대출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회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올 9월을 자영업자 대출 리스크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상반기 '역대급 충당금'을 쌓으며 부실에 대비하고 있지만, 정작 자영업 차주들에 대한 대책은 미비하다.

은행권의 가산금리 체계를 손봐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올 하반기 중에 대출 기준금리 변동 시 가산·우대금리 조정폭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를 확대하고, 대출금리 내 가산금리 구성 항목의 산정 및 운영 체계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 강조하는 '금리 산정체계 공개'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은행권의 반발이나 실효성에서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정체계를 공개해서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면 모르겠지만, 오히려 은행들이 서로 눈치를 봐서 비슷한 수준에서 금리가 형성돼 경쟁이 제한될 우려도 없지 않다"고 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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