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국방장관 "일대일로 참여, 즉흥적·형편없는 행위"
"중국의 이탈리아 수출만 증가"
멜로니 총리 "일대일로 일원이지만 중국 교역량 G7 중 1위 아닌 것 역설"
12월 일대일로 탈퇴 수순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무원 경제담당 부총리가 파키스탄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방문하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거리에 중국 오성기와 파키스탄 국기가 게양돼 있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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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중국의 광역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5년간 자동 연장되는 오는 12월까지 일대일로 탈퇴를 공식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평가된다.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30일(현지시간) 자국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인터뷰에서 "새로운 실크로드(일대일로)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은 즉흥적이고 형편없는 행위였다"며 "중국의 이탈리아에 대한 수출은 증가했지만, 이탈리아의 대(對)중국 수출은 같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크로세토 장관은 이어 "지금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고 어떻게 (일대일로 사업에서) 탈퇴하느냐"라며 "중국이 경쟁자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파트너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부 장관이 7월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이탈리아 함정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월드 투어 출정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키 큰 함정' 중 하나인 이탈리아 해군사관학교 기함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20개월간 28개국 31개 항구를 방문하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 글로벌 투어에 나섰다./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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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초반인 2013년 8월 발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중국·아시아·유럽 등을 연결하는 옛 실크로드를 건설한다는 광역경제권 구상으로 주로 발전도상국이 참여했다.
중국의 지정학·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인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국가들이 '빚의 덫'에 걸렸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실제 세계은행(WB)은 지난해 4월 보고서에서 중국의 대외 융자 가운데 채무 위기에 있는 채무국의 비율이 2010년 5%에서 60%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대일로' 참여 80% 이상이 중국 기업으로 사실상 자국 이익 챙기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2019년 주세페 콘테 총리 시절,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7월 27일(현지시간)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손을 잡고 있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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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니 총리는 이날 방송된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12월 이전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이 문제는 정부 및 이탈리아 의회 내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의 일원이지만 중국과 교역량이 가장 많은 G7 국가가 아니라는 것은 '역설'이라며 이는 일로일로 없이도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달 28일 하원의원들과의 만남에선 "이탈리아는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고도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멜로니 총리와 그의 최측근 크로세토 국방장관의 이날 발언은 세계 2대 경제대국(G2)인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기대했던 경제적 실익이 없다며 중국의 경제 보복을 최소화하면서 일대일로에서 탈퇴하려는 의중을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오른쪽)가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의사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공화당·캘리포니아)의 발언을 듣고 있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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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를 막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멜로니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일대일로 공동 건설은 중국과 이탈리아 양국의 실용적 협력이 만든 새로운 플랫폼으로 윈윈의 성과를 냈다"며 "협력 잠재력을 더 발굴하는 것이 쌍방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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