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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분단질서 바꿀 이유 못 찾는 남북"···끝나지 않은 정전 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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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7월 27일로 한반도 분단 70년을 맞습니다. 하지만 정전체제는 여전히 불안하고 종전의 길은 너무 험난합니다. 정전 70년의 의미와 한계, 과제를 짚어봅니다.

“반국가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의 제재를 풀어달라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
윤석열 대통령, 6월 28일 자유총연맹 창립기념식 기념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종전 논란에 불을 지폈다. 문재인 정부를 "왜곡된 역사의식과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면서다. 종전선언 제안은 "허황된 가짜 평화 주장"이라고 직격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이 간첩이냐"고 반박했다. 이재명 대표는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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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6월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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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 27일 포성이 멈춘 한반도. 이후 70년간 '정전(停戰)'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은 끊이지 않는다. 하물며 전쟁을 끝내는 '종전(終戰)'은 갈 길이 멀다. 여기에 정쟁이 개입하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다. 이래저래 불안정한 상황이다.

끊이지 않는 북의 도발...끝나지 않은 전쟁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침투·국지도발은 연평균 50건이 넘는다.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다만 행태는 달라졌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23일 "북한은 언제나 시기에 맞는 도발방식을 택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악명 높던 무장공비 침투사건은 2019년 이후 2건에 불과하다.

북한은 대신 핵과 미사일로 방향을 틀었다. 2022년 '핵무력정책'을 법제화하며 핵선제공격을 위협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북한의 각종 미사일 도발은 30차례를 훌쩍 넘어섰다. 군사기술 발전에 따라 도발의 파괴력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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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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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문재인 정부...북한 비핵화가 우선이란 윤석열 정부


노무현 정부는 2007년 10·4 선언에 '정전체제 종식'을 적시했다. 문 정부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연내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비핵화 협상과 맞물려 종전으로의 도약이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평화무드는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허망하게 끝났다. 비핵화를 종전보다 앞세우는 미국의 원칙과도 충돌했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과 대화는 사실상 단절된 상태다. 2020년과 2021년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북한을 끌어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현 정부는 종전을 거론하지 않는다. 북한의 도발을 차단하기 위한 압박이 우선이다. 대북제재 수위를 높이는 데 치중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북핵 억제를 위한 국제사회 결의가 핵무기 개발 야욕보다 강하다는 걸 보여줄 때"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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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9월 21일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뉴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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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져가는 종전선언...답을 찾기 어렵다


"정전체제를 끝내야 한다"는 주장은 매력적이다. 그래야 종전과 평화로 갈 수 있다. 하지만 길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1994년 이후 정전협정 파기를 공언해왔다. 미국, 중국 등 주변국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종전에 반대하는 국내여론을 더해 안팎으로 넘어야 할 걸림돌이 널려 있다.

대한민국의 법적 지위도 논란이다. 정전협정문에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서명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정전협정 다음 단계인 종전 논의에 참여할 수 없다. 다만 국군의 작전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한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6·25전쟁의 당사자인 남한은 당연히 정전협정의 당사자라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대북 강경책을 주장하고, 미국은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졌고, 북한은 정권마다 말을 바꾸는 한국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며 "어느 쪽도 한반도 분단 질서를 바꿀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종전을 향한 1보 전진조차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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