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수권법에 AI포함]美의회 "AI는 국가안보 직결"
AI 경쟁력 아직 中 압도 못해
국방부 시스템 취약점 식별 등
NDAA 수정안에 대응안 담아
내년 대선앞 여론조작 우려에
AI 콘텐츠에 워터마크 표시 등
백악관·7개 기업 안전장치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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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정책과 규제가 최근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래 전쟁을 지배할 AI 무기 경쟁에서 중국에 밀릴지도 모른다는 절박감과 내년 대선에서 AI로 생성되는 가짜 뉴스가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정치권이 AI 시대의 새로운 질서 만들기에 직접 나선 것도 민간에만 맡기기에는 AI가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크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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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 시간) 미 정치권에 따르면 미 의회가 최근 AI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는 것은 미국의 국방력이 AI 분야에서 중국에 비해 충분한 지배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당 연설에서 밝힌 세계적 수준의 군대를 위한 중국의 전략은 첨단 AI를 바탕으로 한다”며 “반면 미 국방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첨단 기술을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프로그램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AI 기술과 플랫폼이 방산 기업이 아닌 혁신적인 민간기업에서 탄생하는 반면 관료적 프로세스를 갖춘 미 국방부가 이를 빠르게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미 의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안보를 총괄하는 국방수권법(NDAA) 수정안에 AI에 관한 종합적인 대응책을 담았다. 국방부 및 전 부처의 AI 시스템에 대한 취약점을 식별하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수정안을 주도하고 있는 공화당의 마이크 라운즈 의원은 “현재 AI를 사용하고 있는 부처별로 그들의 계획이 무엇이고 AI를 활용하는 적들로부터 우리나라를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미 상원에서 초당적으로 발의된 ‘글로벌 기술 리더십 법안’ 역시 AI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 법안에는 AI와 같은 중요한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평가할 ‘글로벌경쟁분석국’을 설립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공화당의 마이클 베넷 의원은 “반도체·AI 등 전략기술 분야 경쟁력이 중국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며 “신흥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주도하는 AI 규제는 내년 미국 대선에서 선거 정보 조작이나 가짜 뉴스가 범람할 수 있다는 민주당 내 위기감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구글·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등 AI 대표 기업 7곳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백악관과 두 달간의 논의를 거친 끝에 21일 AI가 만든 콘텐츠에는 워터마크 표시를 넣는 등 안전장치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간기업 대표들과의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책임감 있는 AI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번 합의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앞으로 AI를 통제할 행정명령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딥페이크 등 AI를 활용한 정보 조작은 미국에서 이미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다. 올 5월 펜타곤(국방부 청사)으로 보이는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진이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 것이 단적인 예다. AI가 합성한 가짜 사진으로 미 증시가 한때 출렁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랜스젠더 여성을 향해 폭언을 퍼붓는 모습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교도소에 수감된 모습 등이 온라인에 확산되기도 했다. 공화당 소속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지난달 자신의 대선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을 백악관에서 껴안고 입맞춤하는 듯한 합성사진을 트위터 계정에 올려 미 정치권의 공분을 샀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AI가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최근 생성형 AI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도 허위 정보와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역시 올 5월 미 의회의 AI 청문회에 참석해 “AI가 내년 대선에서 거짓 정보를 퍼뜨릴 수 있다”며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미국 정치권이 AI 시대의 규칙과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AI 시대의 미래를 아직 속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 기술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허위 정보 확산 및 보안 등과 관련해 윤곽을 그리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미국 의회 내부에 많은 의견 불일치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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