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전북 익산시의 한 수박 재배시설이 장맛비로 불어난 흙탕물에 침수돼 훼손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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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농가가 속출하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피해 여파로 공급이 차질이 빚자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특히 오이·상추 등 채소 가격이 일주일 새 2~3배가량 올랐다. 장마 이후 폭염이 닥치면 식품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적상추(4㎏) 도매가격은 지난 21일 기준 8만3520원으로 일주일 전 4만2120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98.3%) 올랐다. 한 달 전(1만8700원)과 비교하면 346.6% 폭등했다.
청상추(4㎏) 도매가격은 9만360원으로 일주일 만에 144.7% 올랐고, 한 달 전과 비교해 374.3% 상승했다. 또 다른 쌈 채소인 깻잎(2㎏) 도매가격도 3만4260원으로 일주일 새 52.4% 올랐다.
박경민 기자 |
오이(다다기 계통) 도매가격은 100개에 14만1250원으로 일주일 새 약 세 배로(195.7%) 뛰었다. 애호박은 20개에 3만6520원으로 같은 기간 143.8%, 시금치는 4㎏에 5만5660원으로 22% 올랐다. 시금치는 한 달 전과 비교하면 207.4% 급등했다.
호우가 쏟아진 지역에 따라 채소 가격의 운명이 갈렸다. aT에 따르면 21일 기준 배추 한 포기 가격은 4195원으로, 한 달 전(3741원)보다 454원(12.1%) 올랐다. 상추·시금치 등과 비교하면 그나마 가격 변동이 크지 않았다. 고랭지 배추 수확지 등이 몰려 있는 강원권에는 비 피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매가 급등세는 대형마트 소매가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한 대형마트의 이날 기준 적상추 가격은 200g 기준 3980원으로, 일주일 전(3480원)보다 14.4% 올랐다.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 깻잎(30잎)은 1780→1980원으로, 로메인 상추(180g)는 2680→2980원으로 각각 11.2%씩 상승했다. 잎채소 주요 산지인 충남 논산·금산 등에서 폭우 피해로 생산량이 급감한 데다 휴가철 수요 증가가 더해져 가격이 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강원도 대관령 일원의 고랭지에서 양상추를 수확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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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부터는 수박·복숭아 등 과일 가격도 오름세를 보일 조짐이다. 비가 많이 오면 과일의 당도가 떨어지거나 낙과 피해·부패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수박 하우스에 침수 피해가 있어 다음 주부터 30% 이상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복숭아도 주요 산지인 충북 음성 등에 피해가 상당해 가격이 상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집중호우발 작물 가격 인상이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상추·시금치 등 개별 품목 가격이 주로 올랐는데, 이들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수급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최대 30% 할인을 지원하는 등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추 가격이 한 달 만에 세 배 오르는 등 인상 폭이 큰 만큼 시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할인 폭보다 더 클 전망이다.
여기에다 장마 이후 닥칠 폭염이 물가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의 날씨가 식품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표한 ‘지구온난화의 인플레이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식량 가격이 비싸지고, 물가상승률도 올라간다. 연구팀은 지난해 여름철 폭염이 유럽의 식량 가격상승률을 0.67%포인트 올렸다고 분석했다. 막시밀리안 코츠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2035년엔 기후변화가 세계 식품 물가상승률을 최대 3.23%포인트 올릴 수 있다”며 “이는 전체 물가상승률에 1.18%포인트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최선을 기자, 세종=정진호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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