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제(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아직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몇 년 후에는 '디지털 치료제'가 대중화될 전망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불면증이나 우울증, 경도인지장애 같은 질병·장애를 예방·관리·치료하는 소프트웨어(SW) 의료기기다. 1세대 치료제인 알약, 2세대 치료제인 항체·세포에 이어 3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전시회 CES에서도 2020년 이후 3년 연속 '디지털 치료제'를 핵심 기술 키워드로 선정한 바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는 이미 유수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빅파마)에 비해 규모의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빅파마들의 몸집을 더 키웠다. 미국 화이자는 코로나19로 대호황을 누리며 지난해 매출액 1000억달러(한화 약 133조원)를 달성했다. 지난해 국내 제약사 매출 1위인 유한양행이 1조7758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글로벌과 우리의 차이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치료제는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제 꿈틀대는 3세대 치료제 시장에서 빠르게 글로벌로 치고 나갈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문제의 대부분이 그렇듯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우선 부처간 소통이 안 된다. 일명 '칸막이 규제'다.
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지털 치료제로 에임메드와 웰트가 각각 개발한 불면증 개선용 인지치료소프트웨어 '솜즈(Somzz)'와 '웰트-I(WELT-I)'를 허가했다. 그런데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신의료기술평가의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다시금 받아야 하는 '이중규제'로 의료현장에선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식약처 담당자도 기자에게 아쉽고 안타깝다는 의견을 전했다. 디지털 치료제 관련 식약처 담당자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다 검증해서 전 과정 모두 보건복지부와 협업해 허가가 이뤄졌는데 의료현장에서 아직까지 사용이 안 되는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제는 보험 수가 적용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미국 디지털 치료제 1호 기업 페어테라퓨틱스는 보험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으며 파산 신청을 하고, 나스닥 상장폐지까지 통보받았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치료제에 보험 수가 적용이 어떻게 될 지 업계 시선이 쏠려 있다.
페어사 사례에도 불구하고 빅파마들은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노바티스, 베링거인겔하임, 시오노기, 오츠카제약 등은 디지털 치료제에 투자,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도 개발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 개발기업이 원천기술 확보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부 역시 적극적인 규제 개선과 전향적 지원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