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두목으로 군림하며 각종 사건 휘말려…지난해 팔순 잔치 열기도
2010년 공갈 혐의로 체포되는 '칠성파' 두목 이강환 모습 |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영화 '친구' 속에 나오는 부산의 양대 폭력 조직 중 하나로 알려진 칠성파의 원조 두목인 이강환 씨가 19일 숨졌다.
이에 따라 전·현직 폭력조직원들이 조문할 것으로 예상돼 경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칠성파 조직 두목 이강환(80) 씨는 이날 새벽 부산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이씨는 지병이 악화해 치료받던 중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빈소는 부산 남구의 한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경찰은 형사 인력을 동원해 장례식장에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병으로 사망했고 다른 특이점은 없다"며 "빈소가 차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아 폭력조직으로 보이는 조문객은 없고 현재까지 조용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부산의 한 호텔에서 팔순 잔치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당시 전현직 조폭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예상돼 경찰이 상황관리에 나섰고, 행사는 우려와 달리 비교적 조용하게 끝났다.
이씨는 2006년부터 뇌경색과 소아마비 후유증 등으로 상·하반신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의존해 생활해왔다.
이씨는 일선에 물러난 지 오래됐지만 아직 조직 내에서는 두목으로 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칠성파는 남포동 등 부산 중심가에서 활동하던 폭력배들로 구성돼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초대 두목으로 알려진 이씨는 칠성파에 30년 넘게 군림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하거나 폭력 사건에 연루돼 수사선상에 여러 차례 올랐다. 일본 조직(야쿠자)과 의형제를 맺고 자금 지원을 받는다는 소식 등이 알려져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칠성파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당국의 집중 단속 속에 1990년대 들어 여러 조직으로 갈라져 세력이 급격히 약화했다.
칠성파는 이후 2001년 영화 '친구'의 소재로 등장하면서 다시 대중의 입에 오르내렸다.
당시 배우 유오성 씨가 칠성파 조직원으로 연기했지만, 이씨를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니다.
이씨는 2010년 공갈 혐의로 공개수배 후 체포돼 포토라인 앞에 섰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칠성파는 2021년 부산의 한 장례식장과 서면 한복판에서 라이벌 조직으로 불리는 '신20세기파'와 난투극을 벌였고, 당시 70여 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부산 한 장례식장 앞 조직폭력배 보복폭행 장면 |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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