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 자기 이익만 생각…흑해곡물협정 종료 움직임 강력 규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AFPBBNews=뉴스1

유럽연합(EU)이 사실상 흑해 곡물 협정 중단을 선언한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만 생각해 흑해 곡물 협정을 종료하려는 러시아의 움직임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EU는 전 세계 취약계층의 식량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EU 연대 회랑'(EU Solidarity Lanes)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농산물을 세계 시장으로 계속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는 흑해 곡물 협정이 체결되기 전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EU 연대 회랑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차량·철도 등을 추가로 동원하고 세관 업무 및 검역 속도를 높이도록 조처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오늘부터 흑해 곡물 협정은 무효"라며 "현재로서는 협정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흑해 곡물 협정은 이날 자정(한국시간 18일 오전 6시)이 시한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협정 중단 이유에 대해 "러시아 관련 사항이 이행되지 않아 협정이 효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이 충족되면 즉시 협상에 복귀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러시아 측은 자국산 식량 수출이 서방의 경제제재에 의해 방해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곡물이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러시아 은행 거래와 선박에 대한 보험 제한이 여전해 수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중단되면서 촉발된 세계 식량 위기 우려를 잠재우고자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체결됐다. 당초 이들은 협정 기한은 120일(4개월)로 정하고, 이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협정은 앞서 4개월씩 두 차례 연장됐다. 하지만 러시아의 계속된 불만 제기에 지난 3월에는 60일(2개월) 연장 합의에 그쳤다.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로 이미 세계 식량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흑해 곡물 협정 연장에 실패하면 세계 곡물 가격이 치솟는 동시에 아프리카 등 빈곤국의 식량난이 악화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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