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폭파 사고로 파손된 크름대교/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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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름대교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하며 테러 공격을 저질렀다고 비난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 반테러위원회(NA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이 저지른 테러 행위"라며 크름대교 폭파 사건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NAC는 "오전 3시5분 우크라이나 수중 드론 2대가 크름대교를 공격했다"며 "그 결과 다리 도로면이 손상됐다. 성인 2명이 숨지고 어린이 1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크름대교에 대한 공격이 우크라이나 정권에 의해 이뤄졌다고 비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에서 "우크라이나 정권은 테러리스트 정권으로 국제 조직범죄 그룹의 모든 특징을 갖고 있다"며 "이번 공격은 미국과 영국 특수기관의 참여하에 우크라이나가 수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도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자국 보안국(SBU)과 해군이 크름대교 폭파 사건의 배후에 있으며 수중 은폐가 가능한 드론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해군 측은 보도 내용을 부인한 뒤 정부의 공식 발표를 기다릴 것을 당부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아직 이번 사건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 남부 사령부의 나탈리아 후메니우크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러시아 측의 도발 행위일 수 있다"며 자작극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날 오전 3시쯤 크름대교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우크라이나 통신사인 RBC는 러시아로 향하는 방향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바그너그룹과 제휴한 텔레그램 채널인 '그레이존'은 이날 새벽 3시4분, 3시20분에 크름대교에서 두 차례 공격이 있었다고 전했다. 크름반도의 러시아측 행정기구인 크림공화국 세르게이 악쇼노프 주지사는 텔레그램 메시지로 "긴급 상황으로 인해 크름반도와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지역을 잇는 크름대교 통행이 중단됐다"며 "크름대교 145번째 기둥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길이 약 19㎞의 크름대교는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잇는 다리로, 러시아가 2500억루블(약 3조5000억원)을 들여 건설했다. 2018년 5월 크름대교 개통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트럭을 몰고 다리를 건넜을 정도로 공을 들여 '푸틴의 자존심', '푸틴의 다리'라고도 불렸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남부 전선에서 전투 중인 러시아군의 주요 보급로로 이용됐다.
'푸틴의 다리'는 푸틴 대통령의 생일 하루 뒤인 지난해 10월 8일에도 화염에 휩싸인 바 있다. 트럭이 폭발한 뒤 철도 구간까지 불길이 퍼져 연료를 싣고 자니가던 화물열차에 옮겨붙었다. 이로 인해 다리 일부가 무너져내리고 3명이 사망했다. 당시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간접적으로만 공격 사실을 시인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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