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업계 '리플 승소'에 환호… 비트코인현물ETF 시대도 열리나?

리플. /사진제공=리플랩스.

가상자산(암호화폐) 리플(XRP)이 증권이 아니라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리플 가격이 폭등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과 미국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등 가상자산 업계 전반이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플 승소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거래소 간 소송,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승인 여부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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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 증권 아니다" 판결… 리플 등 알트코인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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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 슬로건. /사진=리플랩스 홈페이지.

1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뉴욕지방법원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는 리플 운영사 리플랩스의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와 관련해 "리플은 증권이 아니다"고 약식 판결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20년 12월 리플랩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30개월 만에 나온 결정이다.

다만 법원은 리플랩스의 기관투자자에 대한 가상자산 판매를 대규모 블록세일로 보고 증권법 적용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블록세일은 가격과 물량을 미리 정해 특정 주체에게 일정 지분을 일괄 매각하는 방식이다. 리플 자체와 거래소에서 매매가 이뤄진 경우는 증권성이 없지만 리플랩스가 기관에 직접 판매한 사례에 대해선 증권법 위반으로 판결한 것이다. 리플은 전 세계 은행 간 실시간 자금 송금을 위한 프로토콜이자 가상자산이다.

가상자산 업계에서 이번 판결을 '리플의 완승'으로 받아들이면서 리플 등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했다. 가상자산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40분 기준 리플은 전날보다 60% 오른 75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이번 폭등으로 리플은 가상자산 시가총액 4위까지 올랐다. 이더리움(8%), 바이낸스코인(6%), 카르다노(25%), 솔라나(37%) 등 주요 알트코인들도 동반 상승했다.

비트코인 가격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비트코인은 3.7% 오른 3만1428달러를 기록 중이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도 폭등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코인베이스 주가는 25% 오른 1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코인베이스는 이날 리플 재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리플 상장폐지 2년 만에 거래 재개가 이뤄지는 것이다. 크라켄 등 다른 거래소들도 리플 재상장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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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거래소 소송, 비트코인 현물 ETF 등에 긍정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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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나스닥을 통해 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재신청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이 41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진=뉴스1.

리플이 SEC와 소송에서 승리하면서 가상자산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 여부 판단이 핵심 쟁점이었던 이번 소송은 알트코인의 규제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혔기 때문이다. SEC가 패소하면서 알트코인과 거래소에 대한 강력한 규제 정책을 이어나가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석문 코빗리서치 센터장은 "미국 법원이 기존 법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해줬다"며 "투자계약 성립 여부는 자산 매각 방식에 따른다는 것이며, 자산 자체가 이를 계승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EC가 코인베이스 등 거래소를 상대로 일으킨 소송에 대해 합의로 끝내려 할 것"이라며 "미국 의회는 이를 계기로 계류 중인 (가상자산 법안) 입법 과정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SEC는 리플 등 알트코인을 미등록 증권으로 보고 코인베이스 등 거래소들에 미등록 증권 거래소 운영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인베이스를 포함한 거래소에도 긍정적인 소식"이라며 "SEC와 소송에서 코인베이스가 유리해질 것으로 보이며, 코인베이스 등 거래소에서 토큰이 대량 상장폐지될 것이라는 우려도 완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린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 여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홍 연구원은 "현물 ETF 승인을 위해선 코인베이스와 비트코인 현물 시장에 대한 감시 공유 계약을 SEC가 승인 근거로 인정해줘야 한다"며 "코인베이스가 SEC에 제소당한 상태여서 SEC 우려를 해소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코인베이스에 대한 SEC의 주요 지적사항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판결이 모든 알트코인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SEC가 불복하고 항소할 수 있으니 SEC 반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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