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 파업 첫날]
수술 하루 만에 퇴원하고 진료 못 받기도
파업에 발길 돌린 환자들 "집에 갑니다"
병원 "환자 피해 최소화 위해 노력 중"
"자발적으로 진료 취소·연기할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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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투쟁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이렇게 일해야 합니다.”
“환자 보호자 쉼터 하나 없는 의료원, 노동조합이 투쟁으로 바꿔가겠습니다.”
1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건물 앞에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소속 노조원 650여명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흰 옷에 ‘우리 미래는 우리 손으로’ 라는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녹색 모자에 붉은 띠를 둘러맨 채 ‘투쟁’을 외쳤다.
이날부터 이틀간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참여하는 한 직원은 연단에 올라 “우리 노동자들의 이 목소리는 의료원을 방문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한 투쟁”이라며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유지,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등을 요구했다. 연단에 오른 직원들의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파업에 동참한 노조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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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밖이 직원들로 붐볐던 점과 달리, 병원 내부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특히 소화기센터 인근에는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내시경실에는 불이 꺼져 있었고, 안내 데스크에 앉은 직원도 한 명 뿐이었다.
의료원 관계자는 “일하는 직원이 없어서 오늘 오전에는 (소화기센터 관련) 진료나 검사를 아예 안 한다”면서 “내시경 검사나 진료를 예약했던 환자들에게는 미리 안내해 예약 날짜를 싹 다 미룬 상태”라고 말했다.
파업 영향으로 입원 환자들의 퇴원일도 빨라졌다. 지난 12일 요로결석으로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 정 모(59) 씨는 “어제 수술을 했기 때문에 원래 내일까지 입원했어야 하지만 오늘 퇴원하게 됐다”면서 “아무래도 파업 때문에 퇴원 날짜가 당겨지기는 했지만 수술 및 퇴원 과정에서 불편한 점이 따로 없었고, 몸도 괜찮은 상태라 집에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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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 내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은 이날부터 이틀간 일부 과에 대해서는 진료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 한 대학 병원 진료예약센터 직원은 “외래 진료 취소나 수술 연기 등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모두 안내 문자가 발송됐다”면서 “문자를 받은 환자 외에는 모두 그대로 진행된다고 보면 되지만, 당일 입원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알렸다. 병원 측은 외래 진료를 앞둔 환자들에게 “파업으로 인해 시설 혼잡이 예상되니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한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일부 병원들은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는 문제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서울 경희의료원 관계자는 “환자들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에서 계획을 수립해 진료가 정상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현재 언론에 병원 운영이 제대로 안되는 것 같은 모양새로 비춰지고 있는데, 물론 모든 병원이 파업으로 인한 영향이 조금씩은 있겠지만,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벌써부터 자발적으로 진료를 취소하거나 연기한 환자들도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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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의료 종사자들이 속해있는 보건의료노조는 이날부터 이틀간 인력과 공공의료 확충 등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는 19년만에 진행되는 대규모 파업이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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