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신속가입·우크라군 현대화 등 합의…한층 강력해진 北규탄
G7은 별도 '장기지원 선언' 발표…인태 4개국과 협력 보폭 확대
나토 정상회의 참석한 美·리투아니아 대통령과 나토 사무총장 |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12일(현지시간) 폐막한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확답'했다.
서방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 계기에 주요 7개국(G7)이 별도의 선언문도 발표하는 등 러시아를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가 '만족할 만한' 안전보장 대책을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는 평가다.
한일 정상이 파트너국 자격으로 참석한 이번 정상회의 기간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나토 무대에서도 북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규탄이 전례 없이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G7, '러 재침략 억지' 장기지원 천명…나토 가입은 여전히 불투명
이날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둘째 날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 대책'에 이목이 쏠렸다.
전날 나토 31개국이 우크라이나의 향후 가입 절차가 개시될 때 신청국이 원칙적으로 거쳐야 하는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MAP·Membership Action Plan)을 면제하기로 합의하긴 했지만, 사실상 '조건부 가입' 약속으로 우크라이나가 즉각 실망감을 표출한 바 있다.
나토는 대신 우크라이나군 현대화 등을 골자로 한 다년간 지원 프로그램과 나토와 우크라이나 간 주요 위기 대응 및 의사 결정을 하는 장관급 협의체인 '나토-우크라이나 평의회'를 약속했다.
이에 더해 G7 정상들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장기적인 군사·경제지원을 골자로 한 공동선언문을 별도로 발표했다.
러시아의 재침략을 방지하기 위한 양자·다자간 안전보장 협정 체결 논의를 즉각 개시하는 한편, 현대적인 군사장비 제공, 대러 제재·자산 동결 등 경제 대책에 대한 약속이 포함됐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회원국 간 내부 이견에 이번에도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번 정상회의 결과에 대해 '안보 승리'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리가 나토 가입 초청을 받았더라면 최상의 결과였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국 등 주요 회원국은 이와 관련해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합류하기 전 정치·경제·국방 등 전방위적인 개혁 조처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있다.
일각에서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를 추후 러시아와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폐막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하는 것은 지속적인 지원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협상 테이블에서 더 강력한 위치에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대신해 협상하는 것과 관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 |
◇ 尹대통령, '北 실질적 위협' 부각…'中대응' 인태 협력 부각
2년 연속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4개국 정상이 파트너국 자격으로 초청된 올해 정상회의에서는 대북 규탄 수위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일례로 지난해 마드리드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북한에 관한 언급이 아예 없었던 반면, 올해 정상회의에는 2년 만에 규탄 문구가 다시 포함됐다.
나토 31개국은 공동성명에서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프로그램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보장조치에 복귀하고 이를 준수하기를 촉구한다"면서 북한에 한미일을 포함한 모든 관계국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브뤼셀 공동성명 당시에는 북한의 비핵화, 한·일 언급 없이 나토 회원국인 '미국과의 협상 참여' 촉구 정도로 원론적 입장이 담겼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한국을 포함한 4개국 정상이 참여한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서도 나토 회원국 정상 상당수가 북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대서양' 안보동맹체인 나토 성격상 동아시아 지역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북한이 최근 들어 전례없이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점 등이 나토 외교 무대에도 경각심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이 소식통은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회의 연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은 이곳 빌뉴스는 물론이거니와 파리, 베를린, 런던까지 타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이라면서 나토와 긴밀 공조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한·나토 간 11개 협력 분야를 구체화한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을 체결한 데 이어 이날 군사기밀 공유망인 '전장 정보 수립·수집 활용 체계'(BICES·바이시스) 가입 추진 의사도 밝혔다.
나토는 러시아는 물론 중국에 맞선 인태 4개국과의 협력 보폭도 더욱 늘릴 방침이다. 나토는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을 '잠재적 도전'으로 규정한 바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중국의 세계적 독단(assertiveness)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은 나토, 유럽연합(EU), 인도·태평양 파트너국 간 훨씬 더 긴밀한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인도·태평양 4개국과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 협력을 더욱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안보가 지역적인 게 아니라 글로벌 현안이고, 그래서 우리가 단결한다는 것을 보여준 강력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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