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오후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에서 퇴원을 요청받은 환자가 구급차에 오르고 있다. 양산=전영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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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시작되는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으로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이 900개가 넘는 병상의 환자들을 전부 퇴원 혹은 전원 조치하는 등 전국 곳곳의 병원에서 입원 환자들을 내보내는 일이 벌어졌다. 수술 및 외래진료 일정도 줄줄이 취소됐다. 국립대병원들은 ‘응급진료 불가’ 통보와 함께 119종합상황실에 환자 이송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총파업에 참여하는 인력은 서울 소재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145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등 4만여 명이다. 인력 확충과 불법 의료 근절,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10.73%의 임금 인상 등이 요구 사항이다. 이로 인한 갑작스러운 수술 취소는 몇 달씩 이를 기다려온 환자들에겐 날벼락 같은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투약받던 링거치료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중증 환자들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가중되고 이로 인해 아찔한 투약 사고까지 벌어지기도 하는 열악한 의료 환경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맞다. 간호사들이 1명당 환자 수가 선진국의 2, 3배에 달하는 업무 강도를 견디면서 연장근무를 반복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적잖은 예산과 시간이 요구되고, 일부 법 개정이 필요한 의료계 숙제들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와 의대 정원 증원에 합의했고,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와 ‘진료보조(PA) 간호사’ 제도화를 위한 협의체 가동에 들어갔다. 속도를 내지 못한 건 문제지만 뒤늦게나마 해결책을 모색 중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나서는 것은 명분이 약하고 국민 지지를 얻기도 힘들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요구”라면서 정작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려서야 되겠는가. 일각에서는 간호법 제정이 무산된 데 따른 반발성 파업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로 인한 역대급 의료 혼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절박한 환자들을 외면한 채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의료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한 해결책은 길거리가 아닌 협상 테이블에서 찾아야 한다. 노조 측이 즉각 파업을 철회하고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와 병원 또한 논의를 진전시킬 구체적인 실행안과 로드맵을 갖고 노조와 마주 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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