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만에 보건의료노조 13~14일 총파업…의료대란 오나(종합)

노조 "정부 노사교섭 태도 바뀌지 않으면 무기한 파업"

복지부 긴급상황 점검회의…의료현장 "충분한 협의 필요"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서 열린 산별 총파업투쟁 계획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7.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환자 불편 최소화를 위해 필수인력은 남겨둘 계획이지만 파업이 장기화로 치달을 경우 의료 현장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조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노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127개 지부, 145개 사업장 6만4257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율 83.07%(5만3380명)에 찬성률 91.63%(4만8911명)로 가결돼 13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표로 파업권을 확보한 조합원은 전체의 75.49%로 사상 최대 규모라는 게 노조 설명이다. 노조에는 전국 의료기관과 복지시설에서 일하는 간호사,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약사, 행정·사무·연구직, 시설관리, 영양사, 조리, 청소 등 약 8만4000여명이 가입해 있다.

노조는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간호사 대 환자 1대 5 배정 등 인력 확충 △적정인력 기준 마련과 업무범위 명확화 △불법의료 근절과 의사 인력 확충 △공공의료 확충과 회복기 지원 확대 △정당한 보상과 노정합의 이행 △노동개악 저지 등 7가지를 요구한 바 있다.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서 열린 산별 총파업투쟁 계획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7.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노조는 "사용자 측은 정부를 핑계 대며 불성실 교섭으로 일관했고, 정부도 각종 제도개선 정책 추진 일정을 미루며 노사교섭의 핵심 쟁점 타결에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다"며, 이같은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예정대로 13일 오전 7시를 기해 전면 총파업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14일까지 자신들의 요구를 사용자 측과 정부가 외면한다면 1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총파업은 지난 2004년 의료민영화 저지와 주 5일제 관철을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한 이후 19년 만이다. 당시 참여 인원은 1만여명이었는데 이번에는 6배 많다.

다만 노조는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업무에 필수 인력을 투입한다. 또 의료기관 내 응급상황에 대비해 응급 대기반(CPR팀)을 구성·가동한다. 노조는 필수 유지 업무 부서 인원 등을 제외하면 실제 참여 인원이 4만5000명 안팎일 것으로 예상했다.

노조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였던 2021년 9월에도 총파업을 예고했으나 정부와의 협상이 타결돼 파업 개시 5시간을 앞두고 철회했었다. 노조는 당시 파업 철회를 이끌어낸 '9·2 노정합의'가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는 데다 의료인력 대란이 벌어져, 이번 총파업을 결의했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노동쟁의조정 신청을 한 사업장은 △29개 사립대병원지부 △12개 국립대병원지부 △12개 특수목적공공병원 지부 △26개 대한적십자사지부 △26개 지방의료원지부 △7개 정신·재활·요양 의료기관지부 △10개 미화·주차·시설·보안 등 비정규직지부 등이다.

이번 파업에는 빅5 상급종합병원 중 서울아산병원 노조와 산하 분원이 많은 고려대학교의료원, 한림대학교의료원, 경희대학교의료원, 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등 대형의료원 노조가 참여한다. 이밖에 국립중앙의료원, 충남대학교병원, 전북대학교병원, 부산대학교병원 등 노조도 동참한다.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모습. 2023.7.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파업이 강행되면 의료 현장의 혼란은 피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의료원 관계자는 "수술실 및 응급의료센터, 중환자실은 모두 정상 가동될 예정이다. 특히 인위적인 전원 및 퇴원 계획은 없다. 다만, 비응급에 해당하는 일부 입원 환자 일정은 조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 지방의료원 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조승연 인천의료원장도 "10일 오후, 중앙노동위원회 마지막 조정 회의가 있다. 노조는 이때 협의가 안 되면 파업 수순을 밟으려 하는 모습이다. 노조도 환자의 불편을 원하지 않고, 정부의 긍정적인 답변을 바라는 마음이 강해 보인다"고 전했다.

조 원장은 "환자의 전원 및 퇴원 계획은 없고, 급하지 않은 수술은 미루는 정도의 상황이 예상된다. 노조도 외래 진료가 어렵거나 필수의료가 마비되는 등의 극단적 상황을 바라지 않고 있어 남은 기간 정부와 병원, 노조간 충분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28일 박민수 제2차관을 반장으로 의료기관 파업 상황 점검반을 구성하고 보건의료 재난 위기를 '관심' 단계로 발령하며 노조의 파업 추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10일 오후 1시 30분부터 조규홍 장관 주재하에 제2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진행 중이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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