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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일자리가 사라진다"…불안정 노동의 시대 [SDF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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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까지 전도유망한 고소득 전문 직종으로 손꼽히다 1980년대 들어 한순간에 자취를 감춰버린 직업을 아시나요? 바로 항법사입니다. 항공기의 위치와 방향을 측정하고 운항에 필요한 여러 자료를 산출하는 일을 했죠. 무선 안내국에서 쏘아 올린 전파들을 측량해 거리를 계산하거나, 지상에서 쏘아올린 강력한 조명 시설을 토대로 비행기의 위치와 항로를 가늠하는, 그야말로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했던 직업이었습니다. 이 직업은 무선통신의 발달과 GPS의 상용화로 인해 한 순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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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했던 괜찮은 직업이 기술의 발전으로 소멸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20년 발간한 한국직업사전을 보면 디지털 카메라 같은 디지털 기기 보급이 늘어나고 영화를 제작할 때 필름을 쓰지 않게 되면서 영화 필름 자막 제작원, 필름 색 보정 기사, 영화 필름 현상원이 사라졌습니다. TV 디스플레이가 LCD, OLED로 바뀌면서는 이전에 쓰이던 플라즈마 영상 패널 관련 직업(흘라즈마 영상 패널 스터퍼장비조작원, 플라즈마 영상 패널 격벽형성원 등) 11개도 송두리째 사라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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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영화 필름 현상원, 오른쪽: 버스 안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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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는 일이고, 인류는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를 고도화시켜왔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만 사라진 직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에겐 이런 변화가 삶이 뿌리째 흔들리는 비극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다가올 AI 시대에는 특정 직업군이 아니라 전체 인류의 일자리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할 거라는 경고가 도처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자동화에, 또 극심한 양극화에 밀려난 사람들 대다수가 불안정한 저임금 노동 계급으로 전락할 거란 전망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계급을 '프레카리아트'로 명명하며 무려 10여 년 전부터 주목해온 세계적 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영국 런던 SOAS 대학의 가이 스탠딩 교수입니다. 국제노동기구에 오래 몸 담은 국제 노동 연구의 권위자인 스탠딩 교수는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제안으로 유명한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의 공동창립자이기도 합니다.

AI가 바꿔놓을 미래 노동과 일자리의 모습, 여기에 인류가 대처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미래팀이 화상 인터뷰를 통해 가이 스탠딩 교수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세계 석학으로부터 듣는다' 시리즈 두 번째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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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이 주목하신 '프레카리아트'는 계급은 처음에 어떻게 구상하신건가요?

1980년대 변화하는 노동 패턴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영미권이 추진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이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자본주의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죠. 최상층의 1%도 안 되는 극소수의 부호 계급, 또 그 바로 밑의 엘리트 계급이 기존에 가진 유무형의 재산으로부터 지대(rent)[1]를 얻는 메커니즘이 공고해지면서 금융 자본이 이들에게 편중되기 시작했어요. 반면에 노동과 일에 의존하는 사람들에게 가는 몫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죠. 안정적인 풀타임 직장을 갖고 있는 '올드 프롤레타리아'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자명했어요. 새로 등장하고 있는 거대한 노동자 그룹은 프롤레타리아에 속하지도 않았고, '샐러리아트(엘리트 화이트 칼라 계층)'[2]에 속하지도 않았어요. 이들을 '프레카리아트'라고 보고 책(프레카리아트: 새로운 위험한 계급, 2014)을 썼죠.
[1] 지대 : 고전적으로는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의미. 현대에 와서는 기존 자산이 스스로 자산을 불려나가는 방식으로 얻는 불로소득을 의미.
[2] 샐러리아트: 상대적으로 안정된 봉급 생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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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프레카리아트'를 어떻게 정의하십니까?

세 가지 관점에서 정의했습니다. 첫 번째는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불안정한 노동을 하는 삶을 받아들이도록 강요되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한 가지 직업 외에도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그 일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아요. 그들은 교육 수준에 비해 낮은 수준의 일을 하게 되는 첫 대규모 집단이기도 하죠. 그들은 일자리를 통해 직업적 내러티브와 직업적 정체성을 발전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직업이 수시로 바뀔 거라 생각하고 이에 대한 통제권을 갖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두 번째는 소득 봉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계급입니다. 연금도 못 받고 유급 휴가, 유급 질병 휴가, 유급 출산휴가, 육아휴직도 가지 못합니다. 기존의 프롤레타리아나 샐러리아트가 받아 왔던 봉급 외적인 혜택에서 모두 제외돼 있는 게 '프레카리아트'입니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빚에 의해 착취되는 삶을 사는 거죠. 실수 하나만 하면, 몸이 어느 한 군데만 아프면,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순식간에 노숙자가 되고 모든 걸 잃게 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세 번째, 이들은 시민으로서의 권리, 사회적 권리, 문화적 권리를 상실할까 봐 두려워하는 광범위한 계층으로서 국가와 독특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입니다. 이 계층에게는 불안이라는 부정적 감정도 있지만, 일이 자신의 모든 것이라는 인식으로부터 고통 받지 않기 때문에 해방감과 함께 정신적 자유의 감각도 향유합니다. 이 감각으로 인해 결국 젊고 교육받은 프레카리아트가 새 정치, 더 진보적인 정치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연 환경을, 어떻게 살지를, 다른 형태의 삶을 생각하는 그런 정치 말이죠.

Q. 이 계급의 비중이 앞으로 얼마나 커질까요? 2014년 세계경제포럼에서 '프레카리아트'란 개념이 소개 됐을 때 흥미로운 개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들이 다수가 될 거란 생각은 못 했어요. 하지만 AI 등 기술의 발전으로 '프레카리아트' 계급이 급증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저는 어디서나 이 질문을 받습니다. 41개국에서 프레카리아트 관련 강연을 600회 이상 했는데 그 때마다 '우리나라에 프레카리아트가 얼마나 되냐'고 묻거든요. 일본에서는 50%가 넘는 사람이 스스로 프레카리아트로 느낀다는 추정치를 본 적이 있습니다. 2주 전 상하이 강연에서는 모든 참석자들이 현재 중국 도시의 대다수 사람들이 프레카리아트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정확한 숫자보다는 대다수 사람이 스스로 프레카리아트로 느끼거나 프레카리아트가 되고 있다고 느낀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는 자녀가 프레카리아트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죠. 프레카리아트가 됐거나, 되고 있다는 감각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금융 위기 이후 추진된 경제 정책은 사회 복지 혜택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됐고, 이는 프레카리아트를 증가시켰습니다. AI와 기술 발전 역시 프레카리아트 계층을 증가시킨 게 분명합니다.

Q. '프레카리아트' 계층의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프레카리아트의 불안과 열망이 정치인들에 의해 적절히 해소되지 않는 한 정치적 괴물이 출현할 위험이 있습니다. 포퓰리스트에 귀 기울이는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은 프레카리아트 집단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다른 한 편의 프레카리아트 집단은 젊고 교육받은 집단입니다. 이들 중 다수는 교육받은 젊은 여성입니다. 이들 다수는 극우를 지지하는 대신 새로운 낙원의 정치, 생태적 균형, 사랑하는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진보적 유형의 이전과 다른 형태의 삶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나 다행인 것은 앞의 프레카리아트 그룹은 점차 늙고 있으며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후자의 프레카리아트 그룹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그룹이 세계의 새로운 정치 경제 전략, 새로운 분위기를 결정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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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2021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패배에 불복한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 의사당에 난입한 초유의 사태, 오른쪽: 2019년 2월 홀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시위를 시작해 전세계적인 기후 운동으로 이끈 그레타 툰베리.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시위는 이후 125개국 2200곳에서 백만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참여한 시위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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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후자의 '프레카리아트' 그룹에서 다수가 여성이라고 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랜 세월 동안 그 직업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 했던 돌봄 노동은 대체로 여성이 하던 일이었습니다. (이들이 다수 포함된) 새로운 프레카리아트 그룹은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길 원합니다. 서로를 돌보고, 커뮤니티를 돌보고 생태계를 돌보는 것으로 말이죠. 돌봄에 대한 발견, 공동의 것에 대한 발견, 공동체로서의 일체감, 이런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감각이 이 그룹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소득 분배 시스템을 개선하면 우리 모두가 돌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함께 더 많은 공동체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불평등, 불안정, 전쟁과 전염병, 자연재해, 역겨운 정치적 행태로 둘러싸인 복합 위기의 시대에 떠오르고 있는 긍정적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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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득 분배 시스템과 관련해 기본소득을 그동안 많이 강조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재원 마련 같은 현실적인 도전 과제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기본소득은 오늘 날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핀란드, 캘리포니아, 웨일즈 정부 등 전 세계에서 약 150개 기본소득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매우 고무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도에선 6천 명의 남성과 여성, 어린이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한 뒤 이를 받지 않은 6천 명의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특히 어린 소녀들의 영양 상태가 개선되고 교육과 건강, 일에서 모두 이전보다 나은 지표가 나왔습니다. 기본소득이 충격에 대처하는 회복탄력성을 강화해준다는 수많은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재원과 관련해서는 최근 새로 출간한 책('블루커먼즈-바다경제를 변형하기')에서 공유 자본 기금 구축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생태 위기, 불평등과 분배의 위기, 경제 불확실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기금입니다. 바다, 해저, 육지, 물, 대기 광물을 포함한 모든 '공유 자본'은 우리 모두의 것이지만 사유화, 상품화 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염되고 있죠. 이 '공유 자본'을 차지하고 개발해 이득을 얻는 사람들은 나머지 사회 구성원들에게 임대료 형태로 이를 보상해야 합니다. 예컨대 노르웨이가 공유 자본에서 이익을 취하거나 이를 오염시키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 같은 방식으로 기금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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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세 부과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피해를 끼치기 때문입니다. 탄소세를 기금으로 공동 배당금이나 기본 소득을 지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다 자원 사용에 대한 세금도 하나의 방법이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채굴되는 광물이 뭔지 아십니까? 바다 모래입니다. 콘크리트와 건물에 반드시 바다 모래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사막 모래나 심해 모래는 쓸 수 없습니다. 매년 500억 톤 이상 바다 모래가 해안 근처에서 채취되는데 이는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전 세계 해안가 원주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강제로 이주하게 하는 방식으로 프레카리아트 계급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공유 자본 기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건, 해저나 강, 토지를 개발하려면 그 비용을 사회 공공에 갚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공유 자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고, 공유 자본의 혜택을 동등하게 누려야 합니다.

Q. 기존의 '성장 담론'이 아닌 새로운 경제 레토릭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 새 책을 관통하는 주제 역시 '탈성장'입니다. 탈성장이란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경제 규모를 축소하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GDP 성장 지표를 경제와 사회 정책의 주요 목표로 덜 강조하자는 차원이지요. 자원을 고갈시키면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도시의 모든 공원을 민영화하면 시장 가치가 갑자기 올라가기 때문에 성장률도 덩달아 올라가죠. 공원 그 자체는 공공장소이기 때문에 GDP 지표상 경제적 가치가 없습니다. 정치인은 이제 GDP보다도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을 원해야 합니다. 그것은 GDP 성장률로는 잘 측정되지 않아요. 2% 성장을 하든, 1% 성장을 하든, 5% 성장을 하든 성장률을 높여서 공유지를 고갈시킨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더, 더 많은 성장만을 이야기하는 건 유아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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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총생산을 의미하는 GDP는 1930년대 경제 대공황 시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경제 성장과 국가 경쟁력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GDP에는 행복, 평화, 안전, 환경 등의 가치가 반영되지 않아 GDP와 실제 국민들 삶의 질간 간극이 커진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양적 성장 지표 대신 질적 성장을 측정하는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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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다면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돌봄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요. 가장 중요한 형태의 노동에 GDP상 0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해양 공간을 돌보는 것에 0의 가치를 부여하는 반면, 모든 물고기를 잡아 시장에서 판매하는 건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죠. 우리는 통계의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Q. 일자리가 사라지는 시대가 된다면 우리는 정체성, 인간으로서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사람을 종속적인 위치에 있게 하는 일자리를 최대한 늘리는 것은 그다지 품위 있는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자리가 줄어들었으면 좋겠어요. 대신 사람들에게 존엄을 줄 수 있는 형태의 일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창의적인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존재입니다. 자신의 삶을, 지역사회를 개선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대다수 직업은 사람들에게 그런 만족감을 주지 못 합니다.

이 시대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화이트 칼라, 블루 칼라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일을 다양한 조합으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또 때로는 예술적 감수성을 시험해보면서 살고 싶어 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어떤 직업적인 전문가로만 존재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에겐 다양한 재능이 있고, 어떻게 살아갈지 더는 강요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예컨대 화장실 청소, 도로 건설 직종이 자동화된다면 좋은 일이죠. 일자리를 잃는다고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 기본소득과 같은 소득 분배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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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스페인 언론과 인터뷰하는 가이 스탠딩 교수 이미지. 가이 스탠딩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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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딩 교수는 2016년 초 빌더버그 그룹[3]에 초청받아 프레카리아트와 기본소득에 대한 강의를 했다고 합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보수적인 모임이 기본소득 전도사인 자신을 초청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고 말했는데요.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한 대량 자동화로 대다수 사람들이 프레카리아트가 된다면 기업이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이걸 사줄 일반 대중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지금의 사회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미래 일자리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 같습니다.

그 미래를 살아갈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할까요? 저는 이번 인터뷰에서 "통계의 방향을 바꿔야 된다"는 스탠딩 교수의 일갈이 오래 남았습니다. 현재의 GDP로는 측정이 안 되는 자연 환경, 돌봄의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스탠딩 교수의 주장은 지난 레터('자연'도 '자산'인 시대 [Ep.154])에서 소개한 파르타 다스굽타 교수의 국내순생산[4] 개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두 세계적 석학의 통찰이 한 방향을 가리킨다는 것을 우리는 의미심장하게 받아 들여야 할 것입니다.
[3] 빌더버그 그룹: 서방의 극소수 권력 엘리트들로 구성된 비밀 모임. 1954년 만들어졌으며, 모임 자체는 비밀이 아니지만 회의의 내용을 외부로 밝히지 않기 때문에 '세계의 그림자 정부'로도 불린다. 데이비드 록펠러, 헨리 키신저, 조지 소로스, 벤 버냉키, 빌 게이츠 등이 멤버로 참석했던 서방의 정, 재계 최상위 엘리트 100여 명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4] 국내순생산(Net Domestic Product, NDP):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정확히 산출하기 위해 국내총생산에서 총 고정자본 감소분(감가삼각비)를 제외한 값이다. 즉, 국내총생산(GDP)에서 GDP를 올리는 과정에서 가치가 하락된 자연을 포함한 자산을 빼는 방식의 계산 값이다. (글: 미래팀 김민정 기자 compass@sbs.co.kr)

**이 기사는 매주 수요일 아침 발송되는 뉴스레터, 'SDF다이어리'에 먼저 소개됐습니다.
'SDF다이어리'는 SBS D포럼을 준비하는 SBS 보도본부 미래팀원들이 작성합니다.
우리 사회가 관심 가져야 할 화두를 앞서 들여다보고, 의미 있는 관점이나 시도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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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팀 sdf@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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