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르포] 유리창 통해 전기 만든다…차세대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상용화 '코앞'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력연구원 개발 막바지, 전력수급 불균형 해결 기대

도심에서 쓸 전기, 도심에서 생산 가능

기존 태양전지 대비 경제·효율성 높아

올해 파일럿 가동…2030년까지 대량생산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유리창호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가상 시뮬레이션 모습. 건물 유리창 중간을 제외한 곳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설치해놨다. 설치된 태양전지를 통해 전기가 생산되면 옆에 있는 풍력발전소와 가로등이 자동으로 켜진다./사진=장예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전//아시아투데이 장예림 기자 = 아파트·빌딩과 같은 건물 유리창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대가 다가왔다.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이 차세대 태양광으로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전지 기술을 접목한 '유리창호형(건물일체형) 태양전지 기술' 개발이 막바지에 돌입하면서다. 전력연구원은 연내 파일럿 양산에 돌입한 후 내년부터는 상용화 단계에 돌입하겠다는 목표다.

4일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전력연구원에서는 신재생에너지연구소 페로브스카이트프로젝트팀 연구원들이 페로브스카이트 연구에 한창 몰두하고 있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와 달리 간단한 용액 공정을 통해 손쉽게 만들 수 있어 차세대 태양전지로 각광 받고 있다. 유니스트(UNIST)·한화큐셀 등 국내 굵직한 기관 및 기업들도 페로브스카이트 연구에 나서고 있다. 한화큐셀의 경우 페로브스카이트 연구에 약 1000억원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전력연구원이 개발중인 유리창호형 태양전지 발전시스템은 현재 대두되고 있는 재생에너지의 편중화를 해결해 전력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주로 대형 발전소는 해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도심에서 떨어진 지역에 세워지는데, 이로 인해 전력 수요가 많은 서울 등은 전기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송·변전망을 구축해 전력이 남는 곳에서 전력이 부족한 곳까지 전기를 끌어와야 하는데, 송·변전망 구축이 더뎌지면서 전력수급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 전력연구원의 이 기술은 도심에 설치가 가능해 전력 소비처에서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유도해 에너지 효율화를 향상시킬 수 있다. 도심에서 쓸 전력을 도심에서 자체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한전 전력연구원에서 제작한 15×15㎠ 창호형 페로브스카이트 모듈./제공=전력연구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두 개의 유리 사이에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넣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 페로브스카이트를 얼마나 균일하게 도포하느냐가 기술 핵심이다. 페로브스카이트 두께에 따라 유리 투명도를 조절하고, 투명도에 따라 효율성도 결정된다. 투명해질수록 효율이 낮아진다.

전력연구원에서 개발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국내·외 연구들과 다른 'PIN(역구조) 방식'이다. 전력연구원이 PIN구조 방식을 채택한 것은 NIP(정구조) 방식보다 안정성과 경제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노용진 선임연구원은 "공정 과정에 있는 증착 기술이 이미 상업화된 기술이기에 양산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PIN 구조 방식은 7개 과정으로 진행된다. 우선 레이저를 통해 투명한 전극을 심어주는 'ITO(Indium Tin Oxide)' 과정부터 시작한다. 이어 P타입 태양전지→코팅→페로브스카이트 광활성층→증착(열·원자·스파터)→N타입 태양전지 등을 차례대로 넣어준다. 이후 ITO로 마무리를 한다.

무엇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은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원자재 의존도가 현저히 낮다는 것이 장점이다. 현재 호주 등에서 페로브스카이트를 수입해 오고 있지만, 화학적 결합 등을 통해 페로브스카이트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또한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효율성 및 경제성도 뛰어나다. 전력연구원은 5X5㎠ 크기 모듈에서 19.8%의 효율을 달성했는데, 일반적으로 가정이나 산 등에서 볼 수 있는 실리콘 태양전지는 21% 내외 효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력연구원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활용하면 지금보다 더 넓은 면적에 설치해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남은 전기를 전력시장에 판매하면 추가적인 소득 창출도 가능하다. 실리콘 소재 대비 가격도 저렴하다.

노 선임연구원은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는 구조물도 만들어야 하고 판도 필요하다. 또 송·변전에 대한 비용과 시간이 수반되지만, 이 기술의 경우 어차피 건물은 짓는 데다가 건물 전면에 하지 않고 태양이 잘 들어오는 곳에 선별적으로 설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력연구원의 최종 목표는 15X15㎠ 모듈에서 18% 이상 효율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 모듈이 완성되면 전력연구원은 100개의 모듈을 붙여 1.3X1.3㎡ 크기의 모듈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총 20㎾(킬로와트) 규모가 된다.

아시아투데이

한전 전력연구원에 구축된 대면적 페로브스카이트 모듈 제조 시스템./제공=전력연구원



특히 전력연구원은 독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무항용매 공정 기술'을 이용해 대면적 1㎠ 이상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서 21.29%의 효율을 달성했다. 이는 무항용매 공정으로 제조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중 현재까지 가장 높은 효율이다. 노 선임연구원은 "전력연구원이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 광활성층 내 결함 억제를 위한 부동태화 첨가제 기술과 무항용매 공정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열과 습도에 취약하다. 이에 전력연구원은 국제표준 IEC 61646 주요 시험항목의 안정성 테스트 결과 △내습-내열성 시험 및 빛 안정성 시험에서 초기 성능 대비 1000시간 이후에도 95% 이상 성능을 유지하는 결과를 확보했다. 이는 그동안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에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수분·산소 및 빛에 대한 안정성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서, 유리창호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상용화하기 위한 큰 성과를 의미한다.

아울러 극한 환경 조건인 -40℃에서 85℃까지 열사이클 시험 결과, 200 사이클 후에도 92% 이상 성능을 유지하는 성과를 냈다. 이로써 유리 창호형 태양전지 소자의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전력연구원은 확보한 제조 공정 기술과 고효율·고내구성 반투명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원천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유리창호형 대면적 반투명 페로브스카이트 모듈 제작 시스템 설계 및 모듈 제조 시스템 구축했다. 올해 말 파일럿 라인을 설치·가동한 후 내년부터 협력사를 통해 상용화 단계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시제품 현장 평가를 위해 20㎾급 규모 이상의 유리창호형 태양전지 발전시스템을 구축해 실증에 들어간다. 2030년에는 본격적인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중호 전력연구원장은 "전력연구원의 유리창호형 반투명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을 실증 및 상용화하여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