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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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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고위급소통 재개…'대만 이견' 봉합한채 관계안정화 모색(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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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중 담판국면서 한미일 결속강화 부담…한국서도 '소통 필요' 목소리

이견 여전하나 상황관리 모색할듯…ARF계기 외교장관 회담 열릴지 주목

연합뉴스

4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고위급 협의
[중국 외교부 홈피 캡처.재판매 및 DB금지]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김효정 기자 = 대만 문제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중국 베팅' 발언 등으로 심상치 않은 갈등기를 보낸 한중이 모처럼 고위급 대화를 재개함에 따라 양국 관계가 '상황 관리' 국면으로 접어들지 관심을 모은다.

한중 외교부에 따르면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는 4일 베이징의 중국 외교부에서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차관), 눙룽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등과 잇달아 만났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측 초청이 있었고, 양국이 상당히 오랜 기간 준비한 회동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차관보와 쑨 부부장은 정식 회담과 오찬 등으로 3시간 이상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은 지난 3월 중국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거쳐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3기를 공식 출범시킨 이후 양국 차관급 이상의 외교 관료 간에 이뤄진 첫 정식 회담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5월 22일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아시아국) 사장이 서울에서 최용준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회동했지만, 이는 실무급 교류로 볼 수 있었다.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 '절대 반대'를 언급한 데 대해 중국이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이어 싱하이밍 대사가 6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중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면 후회한다"는 등의 비외교적 발언을 하자, 한국 외교부가 싱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면서 양국 관계는 큰 파열음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 사이에 오해를 풀 고위급 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좀처럼 대화의 기회를 잡지 못했었다.

양국의 고위 실무자가 장시간에 걸쳐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이번 회동을 통해 앞으로 한중관계를 풀어 나갈 실마리는 마련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외교차관급 회동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대만 관련 논의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쑨 부부장은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에 속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은 양국 관계의 정치적 토대와 직결된다"고 강조하고, 한국 측이 반드시 이 원칙을 엄수하고 실천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최 차관보는 한국의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은 수교 이래 변함없이 견지되어 왔다고 확인했다고 한국 외교부가 밝혔다. 한국 측의 이런 입장은 중국 외교부 발표에도 적시됐다.

윤 대통령은 대만과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론하지 않고 중국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 문제를 언급했다. 이를 놓고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변화를 주려는 것이냐는 의문을 중국 측이 품었던 점이 최근 양국 갈등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중 수교 당시의 공동보도문 내용 등을 거론하며 한국으로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받길 원했다.

결국 이번 협의를 통해 한국 측도 공식적으로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을 확인함으로써 대만 문제가 양국관계 걸림돌로 돌출됐던 상황은 일단락지었다는 평가다.

또 하나 주목되는 대목은 이번 협의 결과에 대한 중국 측 발표의 톤이다.

중국 외교부는 "중·한 관계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 있는 소통을 했다"며 "양측은 중한 관계가 당면한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하고 건전한 발전의 궤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하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측은 한중관계 악화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지 않다며 한국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촉구해왔는데, 이번엔 '공동 노력'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또 "양측은 이번 협상이 충분히 건설적이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고, 계속 양국 간 정치·외교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공감대를 기초로 삼아 양국은 한중간 고위급 소통 재개를 앞으로 계속 모색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4일 베이징에서 만난 최영삼(좌) 한국 외교차관보와 쑨웨이둥 중국 외교 부부장
[중국 외교부 홈피 캡처.재판매 및 DB금지]


중국의 미묘한 변화는 지난달 18∼19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오는 6∼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중 등으로 중국이 미국과 중대한 담판을 벌이고 있는 국면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쉽게 말해 큰 싸움에 앞서 '상대 진영(한미일)'이 일치단결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한중 관계를 관리하려는 필요를 느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중이 반도체를 둘러싸고 미국의 대중국 장비수출 통제와 중국의 원료(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등으로 묵직한 펀치를 주고받는 상황에서 한국의 좌표 설정을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목표가 이번 대화에 내포돼 있을 수 있다.

한국 정부로서도 미중이 '대화 있는 갈등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전 세계 주요국 중 거의 유일하게 중국과 고위급 정치·외교 대화를 단절한 채 관계가 갈등 일변도로 진행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에 주목했을 수 있어 보인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오는 14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첫 대면 회담을 하게 될지에 쏠린다.

한중도 미중 관계와 마찬가지로 이견이 있는 사안에서 갈등하더라도 소통을 통해 갈등이 더 커지는 것을 피하고, 경제·교역 등 영역에서 상호 이익을 유지하는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특히 머지않아 개최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나 한미일 워싱턴 정상회담은 한국이 자유진영과의 결속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데, 이를 대중관계와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게 과제가 될 수 있다.

미국도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방중 당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나름대로 갈등 방지 노력을 하는 상황을 감안해 신중한 대중국 메시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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