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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방산 기업이 왜 조선사를 사야 하나 격론…사외이사 존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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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외이사

2004년 서울대 최연소 교수 임용

“미래에 사외이사로 내린 결정 후회하지 않기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가 사양 산업인 조선업에, 그것도 분식회계와 같은 부정적인 사건이 있었던 대우조선해양(현재 한화오션)을 왜 인수해야 하는지 수천 장의 자료를 봐야 했고 열띤 격론도 벌였습니다. 서로 고성이 오갈 정도였는데요. 그룹 차원에서 육해공 방위 산업을 해보겠다는 경영적 판단을 내렸다는 생각에 모두 동의하게 됐습니다."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인수하게 된 출발점이 김승연 그룹 회장의 결단이라면, 마침표는 한화에어로 이사회의 만장일치 찬성이었다. 이후 한화에어로는 한화오션 인수를 위해 계열사 중 가장 많은 1조원을 투자했다. 사외이사로 그 과정을 함께한 김현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거수기' 취급받던 사외이사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아시아경제

김현진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자동화시스템 공동연구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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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볼 때 사외이사는 안건에 거수기처럼 찬성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경험해보니) 안건에 대해 여러 전문가가 깊이 있는 조사와 분석을 거친 자료와 보고서들이 제공되고 그런 것들을 충분한 시간에 걸쳐 보고, 의견을 정리하고 이사회에 들어갑니다. 그 속에서 치열한 고민과 논쟁이 자연스럽게 벌어집니다.”

20년간 기계항공 공학자로 연구에만 몰두해왔던 김 교수는 2021년부터 한화에어로 사외이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자신의 분야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경영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 쉬울 리 없다. 그는 "교수는 연구실에 온종일 틀어박혀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는 직업"이라면서도 "사외이사는 세금이나 기업 연구비를 받는 공대 교수로서 세상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판도를 바꿀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배울 기회"라고 했다.

인공지능(AI) 자동화 드론을 연구해온 김 교수는 '종합 우주 방산 톱티어'를 꿈꾸는 한화에어로를 어떻게 바라볼까. 그는 "한화에어로는 항공부품 제조처럼 상한선이 있는 업종에만 머무르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진 회사"라며 "한화디펜스 합병으로 종합 방산 회사로 능력을 모아 소위 육해공 기술을 보유하고 타 계열사와 시너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금 당장만 생각하면 항공우주산업에 투자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언제 그 투자가 수익으로 돌아올지도 사실 불분명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50년, 100년 후를 생각하고 항공기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우주탐사 같은 어려운 분야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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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자동화시스템 공동연구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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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런 경영 판단이 성공한 사례로 'K9 자주포'를 꼽았다. 과거 K9 자주포를 개발하게 된 이유가 독일제 자주포가 비싸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독일과 나란히 경쟁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얘기였다. 그는 "경영자의 결정이 맞았는지를 판단하기에는 10, 20년이 걸릴 수도 있는 것"이라며 "나도 사외이사로 내리는 결정이 미래에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움직이는 사물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김 교수는 광주과학고와 카이스트(KAIST)를 나와 UC버클리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UC버클리에서 전기컴퓨터공학과 연구원·강사로 활동하다 2004년에 서울대 최연소(당시 29살) 교수로 임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공대에서도 기계항공 분야에는 유난히 여학생 비율이 낮을뿐더러 항공우주 전공 여교수가 전국에 2명뿐이지만 여성으로 불편하다고 느끼기보다 오히려 장점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성 공학자라고 특별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고 특별 대우를 받고 싶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100년 전에 태어났으면 학교 문 앞에도 못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저보다 2학년 위만 해도 과학고에서 여학생을 뽑지 않았어요. 여성이라 불리한 점도 있지만, 유리한 점도 있음을 여성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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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자동화시스템 공동연구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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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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