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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집권 연정, EU 구제금융 개혁안 비준 4개월 연기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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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이탈리아 하원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집권 연정이 30일(현지시간) 유럽판 구제금융기구인 유럽안정화기금(ESM) 개혁안에 대한 법안 심사를 4개월 연기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 이탈리아형제들(FdI) 소속의 안드레아 디 주세페 하원의원은 이날 하원에서 ESM 개혁안 비준과 관련한 토론에서 이같이 밝혔다.

하원은 내년 1월 1일 발효 예정인 ESM 개혁안을 즉각 비준해야 한다는 야당 측의 요구에 따라 이날 토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디 주세페 하원의원은 토론 중에 발언권을 얻어 4개월 연기를 요청했다.

ESM의 2021년 개혁안은 기금의 재정 여력을 늘리고 지원받는 회원국에 대해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탈리아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20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ESM 개혁안 비준을 보류하고 있다.

ESM은 2012년 유로존 채무 위기 당시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에 부닥친 유로존 국가를 지원하고자 설립됐다. 유로존 국가에 낮은 금리로 융자를 제공하지만, 그 대가로 부채 구조조정을 이행해야 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북유럽 국가들이 남유럽에 긴축을 강요하기 위한 수단으로 ESM을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이탈리아는 아직 ESM을 이용한 적이 없지만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44%로 유로존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기에 불안감은 여전하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해 12월 "내가 있는 한 이탈리아는 ESM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피로써 맹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한목소리로 비준을 다그치는 상황에서 이탈리아가 또다시 시간을 끄는 데에는 다른 속셈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탈리아 재무부의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렌조 코도뇨는 AFP 통신에 "이탈리아 정부가 EU로부터 무언가를 얻기 위한 협상 카드로 ESM 비준을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그렇다면 EU 집행부와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의회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중도 성향의 야당인 아치오네-비바 이탈리아 연합의 나이케 그루피오니 의원은 "ESM을 비준하지 않으면 국가의 신뢰도가 훼손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렌초 폰타나 하원의장은 ESM 개혁안 비준 연기 요청에 대해 다음 주에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연정이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연기 요청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고 현지 언론매체들은 전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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