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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K팝 男아이돌 음악보다 J팝 유튜브서 더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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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 속출한 올 상반기 가요 시장>
유튜브 인기곡 톱50에 J팝 8곡.... 6년 전 노래 역주행까지
톱15에 한국 남자 가수 노래 전무... K팝으로 획일화된 국내 음악 반작용 J팝 소비로
상반기 첫 5000만 장 돌파... 'BTS 공백' 음반시장은 역성장
한국일보

국내 J팝 바람을 이끈 일본 가수들. 이마세(가운데)의 음악은 일본보다 한국 유튜브에서 더 많이 재생됐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순으로 아이묭, 요아소비, 요네즈 켄시, 유우리. 유니버설뮤직, 소니뮤직코리아뮤직 등 제공


K팝 남자 아이돌의 노래보다 J팝이 더 많이 울려 퍼졌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공백으로 쪼그라들 줄 알았던 음반 시장 매출은 오히려 1.5배 증가했다. 유튜브 재생수와 음반 판매량 등으로 짚어 본 이변이 속출한 올 상반기 가요계 풍경이다.

"도쿄· 오사카보다 서울" J팝에 무슨 일이

사람들이 음악을 가장 많이 찾아 듣는 유튜브에서 J팝의 돌풍이 몰아쳤다. 1월 6일부터 6월 22일까지 유튜브뮤직 인기곡 주간 차트 톱100 영상 재생수를 취합해 본 결과, 올 상반기 톱15에 J팝 세 곡이 포함됐다. 이마세의 '나이트 댄서'(6위·5,223만)와 요아소비의 '아이돌'(11위·4,137만), 요네즈 켄시의 '킥백'(12위·3,788만) 순이다. 최근 3개월 기준 이마세와 요네즈 켄시의 음악이 전 세계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지역도 일본 도쿄와 오사카가 아닌 서울이었다. 한국이 J팝 유행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2017년 발표된 아이묭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던가'(24위·2,396만)와 2021년 공개된 유우리의 '베텔게우스'(32위·1,920만), 2018년 나온 요네즈 켄시의 '레몬'(36위·1,804만) 등 J팝 8곡이 톱50에 줄줄이 등장했다. J팝에 '입덕'한 국내 청취자들이 좋아하는 일본 가수의 옛 노래까지 찾아 들으면서 국내 최신 차트에 6년 전 발표된 일본 노래가 차트를 역주행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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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유튜브 인기곡 톱50 속 J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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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국내에서 일본 음악이 득세하는 동안 K팝 남성 아이돌의 음악은 차트에서 줄줄이 밀려났다. 같은 기간 톱15에 이름을 올린 한국 남자 가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반일 정서로 그간 '물밑'에서 소비되던 J팝이 강력한 팬덤으로 세계 음악 시장을 호령하는 K팝 남자 아이돌 노래보다 국내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일은 이례적. 소수 마니아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것과 달리 J팝을 듣는 청취자층이 두터워졌다는 의미다.

이런 변화는 K팝 댄스곡으로 획일화된 국내 음악 시장에 대한 반작용과 무관하지 않다. K팝이 팬덤을 공고히 하기 위해 세계관을 복잡하게 만들고, 퍼포먼스를 돋보이려는 음악에 치우치면서 그런 경향이 짙은 남자 아이돌그룹의 음악이 대중과 멀어지기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도헌 음악평론가는 "듣기 편한 멜로디와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에 대한 갈증이 이마세 등 J팝 인기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이런 현상을 바라봤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도 "K팝 일변도인 국내 음악시장에서 색다른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대중이 J팝 소비로 대리만족하고 그렇게 J팝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도 J팝 열풍에 불을 지폈다. '최애의 아이'(요아소비 '아이돌')와 '체인소맨'(요네즈 켄시 '킥백'), '스즈메의 문단속'(레드윔프스 '스즈메') 그리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텐피트 '제제로감')에 삽입된 노래들도 톱100에 여럿 포함됐다. 일본보다 한국 유튜브에서 음악 재생수가 높았던 이마세는 국내 음반 유통사 유니버설뮤직코리아를 통해 "저도 한국 가수의 음악을 듣고 있기 때문에 일본어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서로 통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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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스트레이키즈는 새 앨범 '5 스타'를 500만 장 넘게 팔았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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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 간 음반 판매량 변화. 상반기 기준. 올해는 1월1일부터 6월17일까지 집계.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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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음반 판매 1억 장 첫 돌파 예상"

K팝 남자 아이돌은 인기곡 차트에서 힘을 쓰지 못했지만 음반 시장의 '폭풍 성장'을 주도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6월 17일까지 CD와 LP 등 K팝 음반은 5,123만 장(상위 400위 기준)이 팔렸다. 협회가 2010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상반기에 음반 판매량 5,000만 장 돌파는 이번이 처음. 스트레이키즈는 앨범 '5 스타'를 505만 장(음반 판매 1위) 팔아치웠고, 세븐틴은 'FML'로 488만 장(2위)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의 공백에도 2018년 데뷔한 스트레이키즈 등 제4세대 K팝 아이돌그룹의 활약으로 해외 음반 수출액도 올 상반기 1억683만 달러(1~5월, 관세청 집계)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8,406만 달러) 대비 약 27% 늘어난 규모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특정 그룹 쏠림을 벗어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에스파, 엔하이픈, 르세라핌 등 여러 그룹이 음반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했다"며 "안정적인 성장으로 올해 앨범 판매량은 처음으로 1억 장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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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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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은 '뉴진스 천하'

여성 그룹의 음악은 건재했다. 뉴진스는 'OMG'(8,165만)와 '디토'(7,712만), '하입 보이'(6,193만)로 유튜브 상반기 인기곡 순위 1, 2,4위를 휩쓸었다. 아이브도 노래 '아이엠'(3위·7,000만)과 '키치'(5위·5,351만)로 톱5에 두 곡을 올렸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박상희 인턴기자 km66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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