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흡연 줄었는데 폐암 '1위'…무슨 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구화 된 한국인의 몸, 암 지도도 급변

위암-간암 줄고 폐암-전립선암-유방암 급증

인구 고령화로 65세 이상, 폐암 경계 대상 1호

한국인의 식생활·신체 조건이 서구화되면서 암 발생 추이도 변하고 있다. 위암·간암 등이 줄어드는 반면 폐암·유방암·전립선암 등이 많아지는 등 서구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폐암은 흡연율 감소에도 불구하고 인구 고령화·대기오염 증가 등으로 사실상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 자리를 차지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암 종류별로 살펴보면 위암은 발생 건수 기준 2010년 2위에서 2020년 4위로 내려앉았다. 간암도 이 기간 5위에서 7위로 하락했다. 그러나 서구형 암, 즉 폐암은 4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이 기간에 1위를 차지한 갑상샘암은 검진 기술의 발달로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종양까지 암으로 진단된다는 ‘과잉 진단’ 논란이 제기돼 왔다. 폐암이 사실상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 됐다는 것이다. 또 유방암과 전립선암도 각각 6·7위에서 5·6위로 한 계단씩 상승했다. 10년 새 전립선암은 109%, 유방암은 112%, 자궁체부암은 85% 증가해 2배가량 발생률이 높아졌다.

위암 발생 감소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률이 낮아지고 식습관이 서구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검진 위내시경 검사가 보편화돼 위 관련 질환을 신속 발견·치료하고 있는 것도 위암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간암과 자궁경부암도 예방접종 활성화, 안전한 성생활과 각자 그릇에 덜어 먹기 등의 식습관 변화로 감소 추세다.

반면 서구형 암은 증가세가 가파르다. 폐암·대장암은 인구의 고령화가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폐암 발병률은 65세 이상에서 10만 명당 1480명으로 전체 암중 1위다. 위암, 대장암보다 폐암이 더 많다. 특히 남성의 경우 흡연 이력이 있는 고령에서 폐암의 발생률이 높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와 비교해 폐암에 걸릴 위험이 15~80배까지 증가하고 간접흡연에 노출될 경우 1.2~2배까지 증가한다. 폐암은 여성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10년 새 여성 암 순위 5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비흡연자가 80%인데, 요리 시 흡입하는 조리 매연과 간접흡연이 주원인이다.

전립선암도 2010년에 비해 109.2% 증가하며 폐암, 위암에 이어 남성의 주요 암 3위를 기록했다. 동물성 지방이 많은 육류를 많이 먹는 식생활의 변화 때문이다. 유방암의 경우 2016년 이후 여성 주요 암 중 1위를 계속 차지하고 있다. 2010~2020년새 112.1%나 급증했다. 여성호르몬 노출 기간이 길수록(이른 초경 늦은 폐경), 출산력이나 수유력이 없는 경우, 고연령 출산, 음주 등이 유방암 유발 요인으로 꼽힌다.

자궁체부암(주로 자궁내막암)도 2015년까지 발생률 10위권 밖이었지만 10년 동안 85.7% 증가해 여성암 8위를 차지했다. 고칼로리 섭취를 통한 과체중. 폐경 이후 인구의 증가, 호르몬 보충요법의 활용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자궁내막암은 가장 처음 비만과의 관련성이 알려진 암이다. 비만하면 자궁내막암 발생위험이 2~11배 높아진다.

이처럼 서구형 암의 증가는 기름진 식습관 및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 인구고령화와 연관이 깊다. 올해 3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모든 연령대의 비만(허리둘레) 유병률이 증가했다. 특히 성인 남성은 2011년 27.2%에서 2021년 40.3%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균형 잡힌 식사하기, 식이섬유와 비타민이 풍부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 섭취하기를 권한다. 또 주 5회 하루 30분 이상 걷기 또는 운동으로 체중 유지하기, 금연·금주, 정기검진 받기 등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