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리자 원전 원자로 6호기 |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유럽 최대 원전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주변에서 지뢰와 자폭 드론 잔해물이 발견되는 등 시설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로 인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지난 16일 자포리자 원전을 직접 방문했을 당시 운영진으로부터 원전 냉각수를 공급하는 원전 인근 저수지 주변에 지뢰가 흩어져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교전 지역과 가까운 자포리자 원전 부근에서는 이미 지뢰 폭발 사고가 빚어진 바 있다. 작년 10월 말 원전 울타리 밖에서 지뢰가 터져 변압기와 원자로를 이어주는 전력선이 차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지난 6일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州)의 노바 카호우카 댐 폭파 사건으로 이제는 지뢰가 매설된 위치조차 가늠하기 어려워진 점이다.
물에 휩쓸린 지뢰들이 광범위하게 흩어지면서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든 상황에서 시설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원전 인근에서 또다시 지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로시 총장은 "현장 점검 당시 직접 지뢰를 발견한 것은 아니고 보고를 받은 것"이라며 "원전 주변에 이미 매설돼 있던 지뢰는 시설의 안전 기능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평가하지만 앞으로는 이 문제를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시 총장은 현장 점검 과정에서 원전 전력망과 외부 발전소 사이를 연결해주는 330㎸ 송전시설에서 폭발 잔해물을 발견하기도 했다. 원전 운영진은 이 잔해물이 송전시설을 겨냥해 날아온 자폭 드론의 일부라고 그로시 총장에게 설명했다.
330㎸ 전력선은 이미 끊긴 상태로, 자포리자 원전은 외부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유일한 송전망인 750㎸ 전력선에 의지하고 있다.
이 전력선마저 포격 속에 끊겼다가 복구되는 일이 빈발하면서 자포리자 원전은 시설 내에 비상용 디젤발전기를 항상 대기시키고 있다.
원전 전력 공급은 안전 유지에 필수적이다. 원전 내 냉각 시스템에 전력이 공급되지 못하면 원자로 과열로 핵연료봉 다발이 녹는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하고,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중대 사고가 생길 수 있다.
연료봉 과열을 막을 냉각수 확보도 핵심 안전 요소다. 자포리자 원전은 카호우카 댐의 물로 채워지는 호숫물을 원자로 및 사용후핵연료 냉각 용도로 끌어다 사용해왔는데, 이 댐이 폭파되면서 운영진이 대체 수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날 IAEA는 "지난 2주간 자포리자 화력발전소 인근 배수로에 있는 비축수에서 필요한 냉각수를 받았다"며 "수개월간 버틸 수 있는 충분한 물을 비축한 다양한 수원들로부터 냉각수를 공급받아 자포리자 원전에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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