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정치권 보수 진영 통합

장군들도 딸 있는데…왜 女 징병제 총대 멨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he300]병역이 먼저다④

머니투데이

#동부전선을 책임지는 육군 8군단이 이달말 해체된다. 인구절벽에 따라 병역 인구가 급감하면서 군단 규모 병력 유지가 어려워지자 3군단에 흡수 통합된다. 육군 2군단 산하로 중부전선에주둔하던 이기자부대(육군 27사단)는 이미 작년 11월 해체됐다. 이기자부대 주둔지 인근에서는 상권이 붕괴된다는 지역민들의 항의가 빗발쳤지만 더는 해당 부대를 운용할 만큼의 병력은 징병되지 않고 있다.

출산율 감소로 인해 현역 판정률을 높이는 쪽으로 병역제도가 변화해왔음에도 군대에 갈 남자는 얼마 없다. 사회 일각에서 여성 징병제로 징병 대상자의 규모를 현재보다 2배로 높여야 한다는 극단적 처방이 제기되는 이유다.


'육방'을 아시나요…고출산율이 상수였던 옛 병역제도


머니투데이

(철원=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0일 강원 철원군 육군 3사단 백골부대 OP(관측소)를 찾아 손식 사단장의 설명을 들으며 전방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2021.12.20/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60년대말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병역 제도는 고(高) 출산율을 상수로 뒀다. 이른바 '손이 귀한 집안'의 독자가 '육방'이라 불리는 6개월 방위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가능했을 정도다. 1969년부터 1992년까지는 2대 독자인 외아들 등은 현역병 복무에서 제외됐다.

저출산 시대를 맞은 현재는 외아들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을 앞두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8명이다. 합계 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평생에 걸쳐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를 말한다. 합계 출산율이 1을 밑돈 것은 여성 1명이 평균적으로는 아이를 1명도 낳지 않는다는 의미다. 육방의 시대였던 1970년 4명 넘게(합계 출산율 4.53) 출산했던 것보다 82.3% 감소했다.

19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치질, 고혈압, 시력 이상, BMI(체질량지수) 등 각종 항목에서 면제 요건이 강화된 것은 휴전 중인 여건에서 현역 병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세계 각군의 2021년 병력을 1975년 병력과 비교하면 미군 65.2%, 독일군 37.1%, 영국군 43%, 프랑스군 40.5% 수준으로 감축된 상태다. 하지만 한국군은 95.8%로 사실상 변동이 없다. 우리나라는 대략 50여만명의 병력 중 30만여명이 현역병이다. 인구 대비 1% 수준이다.

머니투데이

(논산=뉴스1) 김기태 기자 = 29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관에서 열린 22-37기 26교육연대 2교육대 신병 수료식에서 장병들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이번 수료식을 마친 2개 교육기수 훈련병 총 1701명이 이등병으로 수료하며 18개월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게 된다. 2022.6.29/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2022년 출생아수가 24만명까지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2042년 입대할 남자가 12만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병역제도와 관련한 논란이 일 때마다 우리 사회에 모병제가 채택돼야 한다는 주장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국가 재정 부담이나 안보 위협을 감안하면 모병제 전환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는 2017년 모병제를 가정해 30만명의 병력을 충당하려면 20세 남성 약 10%가 입대해 12년 이상 장기복무를 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20세 남성 10명 중 1명이 12년간 입대를 선택할 만큼의 파격적인 대우를 국가 재정으로 충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독일·프랑스 징병제 재도입 논의, 대만 의무복무 기간 확대…인구절벽 韓만 '현상 유지'?

머니투데이

(푸저우 로이터=뉴스1) 정윤미 기자 = 8일(현지시간) 대만해협 북부 마쭈열도와 가까운 중국 푸젠성 푸저우 해역에서 중국 군함이 군사훈련에 임하고 있다. 2023.4.8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독일, 프랑스 등은 각각 안보 위기 고조와 젊은이들의 국가 정체성 확립을 위해 징병제 재도입을 논의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명분이 됐다.

우리나라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뿐 아니라 중국의 대만 침공설 등 인도·태평양 역내에 불어닥친 신냉전으로 인해 안보 위협은 늘고 있다. 대만은 2024년 1월부터 기존 4개월로 축소했던 군 의무 복무기간을 1년으로 연장한다.

여성 징병제의 논의도 50만명 병력이 깨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성우회에서 제안됐다. 여성 징병제론을 두고 일각에선 젠더 갈등의 불씨라는 비판을 가하지만 성우회는 그만큼 안보 상황이 위중한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우회 소속인 예비역 장성들도 딸이나 손녀를 두고 있다. 자신의 가족까지 군에 입대시킬키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인구 절벽이 심각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성우회는 여군 확대 등 인구 절벽에 따른 안보 위협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공론할 때가 왔다고 설명했다.

예비역 육군 준장인 노양규 성우회 안보전략연구원장은 "우리가 적정 군사력을 유지하면서 국가를 생존케 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택해야 될 것인가가 문제의 핵심"이라며 "본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스터플랜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원장은 인구 절벽 문제와 관련해 "진보냐 보수냐와 같은 문제가 결코 아니고, 국가가 위기 단계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