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7월 2%대 진입 후 연말 3% 안팎"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총재, 김웅 부총재보, 최창호 조사국장.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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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잠시 2%대까지 낮아졌다가, 연말 다시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의 지지부진한 흐름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내려 지난달 3.3%까지 내려왔다. 지난해 상반기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에 최근 유가 하락세가 맞물리면서 석유류 가격의 물가상승률 기여도가 0.72%포인트(2022년 하반기)에서 -0.5%포인트(올 1~5월)로 축소된 영향이 컸다.
근원물가 역시 둔화하는 흐름이지만, 속도가 상대적으로 매우 느린 편이라고 한은은 진단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4.3%에 도달한 뒤 지난달 3.9%까지 6개월간 0.4%포인트 둔화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가격 결정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관리품목을 제외하면 상승률이 4%대 중반까지 치솟는다. 이에 한은은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올해 근원물가 전망치를 3.3%로 2월(3%)보다 높여 잡기도 했는데, 여전히 “근원물가 전망의 상방 리스크(위험)가 다소 크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상승률. 그래픽=강준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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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물가가 높은 수준을 지키고 있는 건 서비스물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무엇보다팬데믹 이후 서비스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취업률 등 고용 상황도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근원물가를 떠받치는 모습이다. 김웅 부총재보는 "고용 상황이 좋으면 소득이 늘고 소비가 늘면서 근원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여행객 증가 등으로 대면 서비스 부문이 크게 개선되고,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의 전가가 지속될 경우 근원물가에 대한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 7월 내려가다 다시 높아진다는 게 한은의 예상 경로다. 최창호 조사국장은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5월엔 전년 동기 대비 18% 하락했고, 6월엔 하락폭이 20% 중반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런 요인이 작용해 6, 7월엔 2%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8월부터는 지난해 8월 석유가격이 크게 하락한 영향으로 반대 방향의 기저효과가 나타나 물가가 다시 오른다는 논리다. 정부 정책 측면에선 △하반기 대중교통요금 인상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조치 종료 등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 불확실성을 근거로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엔 거듭 선을 그었다. 이창용 총재는 설명회에서 “연말 물가가 2% 목표대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으면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3%대로 가는 것도 확인해야 한다”면서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최근 금리인상을 재개한 캐나다·호주와는 거리를 뒀다. 이 총재는 “호주나 캐나다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나 근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갔다”며 “우리는 3%대로 수렴하다 이후 어떻게 반응할지를 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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