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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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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연극 연출 이래은 "퀴어가 이웃으로 산다는 걸 기억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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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6일 개막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도은 작가·나희경 프로듀서와 제작

연합뉴스

연극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제작진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이래은 연출(왼쪽부터), 도은 작가, 나희경 프로듀서가 15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6.15. cjs@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관객들이 연극을 보고서 퀴어가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도록 여운을 남기고 싶어요."

지난 15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만난 이래은 연출은 퀴어 연극을 만드는 목표를 이같이 소개했다. 그는 도은 작가, 나희경 프로듀서와 함께 다음 달 6일 서울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개막하는 연극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이하 이사다)를 제작했다.

'이사다'는 퀴어 커플의 생애를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관객은 두 여성 윤경과 재은이 2007년 서로를 처음 만나 친구에서 연인으로 거듭나고, 딸 재윤을 입양해 가족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2099년까지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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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은 연출
[국립정동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연출은 퀴어 커플의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 혐오를 무대에 재현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일상에서 만남과 이별이 겹쳐 있는 순간을 통해 퀴어 커플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는 "혼인신고서가 반려되자 두 사람이 곧바로 유언장을 쓰는 장면이 가장 퀴어적인 순간"이라며 "모든 커플이 헤어짐을 겪지만, 사랑에 빠지면 언젠가 헤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더 선명하게 느끼는 것이 퀴어 커플"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그러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순간, 일상의 가벼운 순간을 담고 있어요. 현실에는 분명히 살고 있는데 보이지 않는 이들의 삶을 그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연극은 제목과 정반대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도은 작가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이미지의 배반'을 보고 제목을 떠올렸다고 한다.

"마그리트가 파이프 그림 위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란 문구를 쓴 것처럼, 분명 사랑 이야기인데 사회로부터 사랑 이야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죠."

도은 작가는 100년이란 시간을 설정한 데 대해선 "관객들이 아득하게 느끼는 시간이길 바랐다"며 "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는 여성을 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여성 인물이 나이를 먹으며 할머니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작품을 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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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은 작가
[국립정동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은 현재와 과거, 미래를 끊임없이 오가며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지는 양상을 보여준다. 보아의 '아틀란티스 소녀' 등 여성 솔로 가수들의 노래를 활용해 시간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래은 연출은 민해경이 1982년 발표한 노래 '서기 2000년'을 예시로 들었다. '2000년에는 로켓을 타고 날아다니며 전쟁도 없고 끝없이 즐거운 세상이 도래할 것'이란 낙관적인 가사의 곡이다.

"가수가 서기 2000년을 눈부신 미래로 이야기해도 노래를 듣는 우리에겐 이미 과거인 것처럼, 노래 한 곡으로 다양한 시간을 표현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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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 취하는 연극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제작진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이래은 연출(왼쪽부터), 도은 작가, 나희경 프로듀서가 15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인터뷰에 앞서 손으로 하트를 만드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6.15. cjs@yna.co.kr


제작진은 '이사다'의 관객들이 객석에서 '따뜻함'을 경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나희경 프로듀서는 "퀴어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낙관적인 미래를 상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도은 작가는 "미디어에 사랑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 연극에선 기존의 사랑 이야기에 없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출은 "최소한 퀴어라는 주제를 다루는 극장에서만큼은 차별을 경험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며 극장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두 사람이 만나고 사랑하는 평범한 이야기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는 곁에 관객이 함께하기 때문이죠. 곁에 있는 사람들과 그 순간의 생생함을 같이 느낀다면 연극만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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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포스터
[국립정동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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