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수 한양대 교수 첫 세션 주제 발표
현재 주택 공급 방식 진지한 고민 필요
인구정책 주무부서 복지부→국토부 이관 필요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15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헤럴드 금융·부동산포럼 2023 부동산포럼에서 ‘인구·세대·경제·선호주택, 부동산 모든 것이 바뀐다’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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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30년 후에도 우리가 아파트에 살까요? 아파트는 1960~1970년대의 고도 성장이 전제된 방식으로 주거를 공급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총인구가 줄고 있습니다. 구매력도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변화만 생각하더라도 현재의 공급 방식이 유효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헤럴드 금융·부동산포럼 2023’에서 이같이 밝히며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한 한국사회의 질서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 ‘인구·세대·경제·선호주택, 부동산 모든 것이 바뀐다’를 주제로 첫 세션 연사로 나선 전 교수는 “앞으로는 원도심으로 모이는 콤팩트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일례로 일본 도쿄에는 큰 복합 건물이 만들어지는데 1~5층까지를 퍼블릭존으로 만들고 (한 건물 내에) 초등학교, 병원까지 다 넣었다. 거주시설과 오피스, 이런 식의 콤팩트한 방식으로 조성되는 게 결국 초고령 사회를 이길 수 있는 가장 유효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도시는 소위 저밀 수평형의 신도시가 아니라 앞으로 고밀 수직형의 콤팩트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구분야 전문가인 전 교수가 이 같은 전망을 내놓은 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인구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감소에 따른 주택정책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다.
그는 “한국은 인구유지선인 2.1명이 1983년에 깨졌는데 주요 선진국은 그 이전에 저출산 고령화라는 시대적 현상이 생겨났다”며 “그런데 40년 동안 선진국들은 1.6명 수준에 수렴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많은 주요 국가들이 한국의 상황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 이들 국가는 저성장, 재정난으로 힘들어도 아직 인구는 괜찮은 편”이라며 “한국은 뒤늦게 저성장이 시작됐는데 인구조차도 0.7명대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주요 국가가 맞닥뜨릴 앞날을 한국이 가장 빨리 뛰어서 저 앞에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전 교수는 이러한 출산율 하락세 가속화의 원인으로 타 국가 대비 과도한 사회이동, 고학력 대기업 모델 등 한국적 특수성을 꼽았다.
그는 “한국의 인구구조를 표준편차 밖으로 추동시키는 가장 강력한 원인을 비유해보자면 ‘지방에는 먹이가 없어서 서울에 왔더니 서울에는 둥지가 없어서 알을 못 낳는다’라는 것”이라며 “원래 우리의 가설은 지방에는 먹이가 없어서 알을 못 낳고, 서울 수도권에선 둥지가 없어서 알을 못 낳는다라고 분리해서 보지만 이건 한 사람의 현상이다. 2개를 연결시켜서 봐야 하고, 출산과 사망의 이슈가 아니라 전출과 전입의 이슈로 통계를 봐야 인구통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른바 고학력 대기업 모델,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서울에 와야 하는데 이 모델은 이미 깨졌다”며 “서울 외 지역의 과격한 사회이동이 한국적 특수성 중 하나인데 안타깝게도 사회이동은 현존 인구주택총조사 모델에서 반영되지 않는다. 유령인구라고 표현하는데 한국은 그 수가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인구정책의 주무부처가 보건복지부가 아닌 국토교통부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전 교수는 “통계청의 20·30대 고용률 데이터를 보면 20년 동안 변화가 거의 없다. 먹이는 출산율과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이라며 “그러나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을 보면 (출산율 변화 추이와) 거의 동행하거나 약간 후행한다. 둥지가 없어서 알을 못 낳는 게 맞는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데이터가 맞다면 적어도 국토교통부가 해줘야 한다”며 “보건복지부가 인구정책을 담당했던 건 1960년대에 가족 이슈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유효한 주무부처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 변화한 시대상에 맞지 않는, 좀처럼 변화하지 않은 정책을 지적했다. 그는 “상식이 달라졌는데 제도는 그대로 있다. 당연히 미스매칭이 발생한다”며 “그 미스매칭이 연약한 취약계층부터 충격을 주기 시작했고 그게 바로 0.78명이라는 숫자로 만들어졌다고 봐야 한다. 결국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대로 된 인구정책을 하려면 좀 돌아간다고 할지라도 229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정책을 보편화시켜줘야 한다”며 “아이를 낳으면 수천만원을 주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지금 어떤 통계를 봐도 가족을 결성해서는 안 된다는 통계가 있지, 가족을 결성해야 한다는 통계는 단 한 개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똑똑해진 젊은 세대는 알고 있다”며 “30년 후면 대한민국에서 가족이라는 단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사들도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없다면 저성장, 소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시대의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새로운 재편을 만들어내기 굉장히 어렵다”며 “앞으로 인구는 줄어든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전제로 건설사의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야 되는 것이고 우리의 미래를 위한 선택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원 기자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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