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코인 거래 ‘뚝’ 실적은 반 토막…신사업 난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투자 혹한기’에 떨고 있는 코인 거래소


가상자산(코인) 투자 침체, 이른바 ‘크립토 윈터’가 ‘코인 거래소’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거래량이 급락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덩달아 급감하는 모습이다. 올해 초 비트코인 가격이 약 1년 만에 3만달러를 탈환하는 등 시장 분위기는 반전에 성공했지만 국내 거래소 실적은 되레 더 나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글로벌 대형 거래소가 잇달아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소를 당하며 ‘규제 리스크’도 재점화되는 중이다.

올 1분기 거래소 실적 ‘최악’

빗썸 영업이익, 845억원 → 162억원

국내 코인 거래소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코인 투자 열기가 시들해지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거래량 감소로 코인 거래소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 수입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원화로 코인 거래 허가를 받은 국내 거래소 5곳, 이른바 ‘거래소 빅5(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나란히 실적 악화에 한숨 쉬고 있다. ‘업비트’를 운영 중인 두나무는 2022년 연결 기준 매출 1조2492억원으로 전년(3조7045억원) 대비 66.2%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조2714억원에서 8101억원으로 75% 넘게 추락했다.

다른 거래소 상황도 마찬가지다. 2022년 빗썸 매출은 전년(1조99억원) 대비 약 70% 감소한 3201억원, 영업이익은 약 80% 줄어든 1635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당시 2000억원에 달했던 코인원 매출은 지난해 350억원으로 줄었고, 코빗(226억원 → 43억원)과 고팍스(315억원 → 16억원) 역시 덩치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 상황은, 최악인 줄 알았던 전년과 비교해도 더 안 좋다. 업비트 1분기 매출(3048억원)은 전년 대비 28.6%, 영업이익(2119억원)은 26.3% 줄었다. 빗썸 역시 매출(1248억원 → 507억원)과 영업이익(845억원 → 162억원) 모두 전년 대비 급감했다. 바닥 밑에 바닥이 있었던 셈이다.

‘코인 엑소더스’에 거래량 급감

‘거래소 효자’ 코인 상장도 줄어

코인 거래소 매출과 영업이익이 나빠진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거래량 감소’다. 거래소 매출 90% 이상을 차지하는 수수료 수입은 ‘거래 수수료×거래량’으로 도출된다. 각 사 거래 수수료에 큰 변화가 없었던 만큼, 거래량이 줄었다는 얘기가 된다.

금융위원회가 국내 27개 코인 거래소(가상자산 거래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7~12월) 일평균 거래 금액은 3조원에 그쳤다. 2021년 하반기에는 11조3000억원, 2022년 상반기에는 5조3000억원이었다.

매경이코노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요 거래소 앱을 찾는 이 자체가 급감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3년 5월 업비트 월간 순사용자 수(MAU)는 318만명. 2년 전인 2021년 5월(594만명)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다.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다른 거래소 상황은 오히려 더 안 좋다. 빗썸은 2021년 5월 221만명에서 올해 5월 96만명으로, 코인원은 같은 기간 84만명에서 30만명까지 줄었다.

국내 거래소 부진은 전 세계적으로도 두드러지는 편이다. 코인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6월 8일 오후 12시 기준 ‘24시간 거래량’ 글로벌 순위는 업비트(15억6000만달러)가 6위, 빗썸(1억9000만달러)이 55위를 기록했다. 코인원(4000만달러)은 88위다.

코인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2021년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2021년 5월 기준 업비트 24시간 거래량은 300억달러(약 35조원)에 달했다. 순위 자체는 지금과 비슷하지만 거래량이 20분의 1토막 났다. 빗썸은 45억5000만달러로 10위권, 코인원(18억3000만달러) 역시 20위권이었다. 당시 코빗 거래량이 현재 국내 1위 업비트보다 많았던 셈이다.

국내 거래소 상황이 유독 더 안 좋은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상장 코인’ 개수가 크게 줄었다. ‘코인 상장’은 거래소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상장빔’ 기대감에 투자자 거래량이 급증, 수수료 수입도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상장빔은 거래소 상장 직후 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말한다. 마치 ‘레이저빔’처럼 치솟는 캔들 차트(봉) 모양에 빗댄 신조어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거래소 빅5에서 신규 상장한 코인 수는 141개. 2021년 227개에서 급격히 줄었다. 코인 투자 열기가 시들해진 데다 금융당국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다.

내부 임직원이 코인 사업자로부터 대가를 제공받고 코인을 상장해주는 이른바 ‘뒷돈 상장’이 이슈화되면서 거래소 입장에선 신규 상장이 더 부담스럽게 됐다. 코인원은 과거 근무했던 임직원 2명이 거래소 상장을 대가로 수십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배임 수재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한 코인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입장에서는 김치코인을 하나 상장할 때마다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었다. 보통 해외 상장 없이 국내에 단독으로 상장하는 만큼 그만큼 국내 투자자 관심이 크고 거래량도 급증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여러 사건·사고가 터지고 금융당국 감독이 진행되면서 최근에는 김치코인 상장에 오히려 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경이코노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인 거래소, 전망은

신사업 불투명…증권성 논란도 부담

코인 거래소 실적 개선을 위해선 두 가지 과제 해결이 필요하다. 하나는 거래량 증가, 나머지는 수수료 수입 외 다른 수익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둘 다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 중론이다.

‘거래량 증가’ 측면에서는 거래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제2의 코인 붐’이 불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비트코인을 비롯한 코인 가격은 ‘박스권’에 갇혀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3월부터 2만5000달러 선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다른 코인도 마찬가지다. 6월 8일 기준 시총 2위 이더리움 가격 30일 증감률은 -0.3%, 리플(18%), 에이다(-12%), 도지코인(-7%), 솔라나(-13%)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간다. 한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거래량이 늘기 위해서는 코인 가격이 급등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반대로 급락해야 한다. 지금 같은 박스권은 거래소 입장에서는 최악”이라며 “유동성이 넘쳐나던 2021년 같은 해가 다시 오지 않는 한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신사업을 통한 다른 수익원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거래소 빅5를 비롯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지만 신통치 못하다. 그동안 막대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NFT 마켓과 메타버스 사업에 투자해왔지만 코인 시장 침체로 두 사업 모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코인 거래 사업자의 해외 투자가 가로막혀 있다는 점도 신사업 진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한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코인 거래소가 투자해온 신사업 면면을 살펴보면 NFT, 메타버스,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등 코인 시장과 관계가 큰 사업들이 주를 이룬다. 주력인 코인 중개업이 침체할 때 보완해줄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워낙 부족하다”며 “그나마 두나무가 부동산 임대, 스타트업 투자 등에 뛰어들고는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규제 이슈도 여전하다. 지난 6월 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세계 최대 코인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다음 날인 6일에는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잇달아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증권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업자인 거래소가 증권에 해당하는 코인을 중개해 돈을 벌었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향후 규제가 어떻게 논의될지는 미지수지만, ‘코인=증권’이라는 공식이 글로벌 가이드라인으로 자리 잡으면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증권업 라이선스가 없는 국내 거래소가 사업을 잠정 중단하거나 영업에 타격을 받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3호 (2023.06.14~2023.06.20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