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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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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돼도 보험·대출 평생 불이익"…'암 잊힐 권리' EU 공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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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암 생존자 '잊힐 권리' 법안 추진

완치 5~10년 지나면 불이익 받지 않도록

EU "2025년까지 마련" 촉구…6개국 도입

유럽에서 암 생존자의 '잊힐 권리'가 공론화되고 있다. 과거 암 병력이 있었더라도 완치 후 은행 대출이나 보험 가입 시 차별받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다.

13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암 생존자를 위한 ‘잊힐 권리’ 법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법안을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많은 이탈리아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에 답을 주는 법을 이른 시일 내 통과시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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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잊힐 권리' 법안은 현재 하원 보건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 ‘일 솔레 24 오레’에서는 “법안에 대한 여야의 초당적 합의가 있고, 정부도 이 법을 빨리 통과시키는 데 찬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법안의 골자는 암에 완치한 뒤 금융기관, 입양기관 등에 암 병력을 알리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1세 이전 미성년자 시기 암에 걸린 경우 마지막 치료 이후 5년, 그 밖의 성인은 이후 10년 내 암이 재발하지 않으면 법안 적용 대상이 된다.

이탈리아에서 암 병력 때문에 보험이나 대출, 입양 신청 등 계약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사람은 9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18세 때 갑상샘암 진단을 받은 한 시민은 26개월간 치료를 받고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30대가 된 지금 아이 입양을 할 수 없었다. 유방암 병력이 있는 다른 시민은 은행에서 장기주택자금 대출 허가가 나지 않았다.

이날 멜로니 총리의 성명에 이탈리아 종양학협회는 “최근 '암 잊힐 권리'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시작해 온라인 청원에 10만6000명 이상이 서명했다”며 환영했다.

프랑스 등 6개국 이미 도입…한국선 유병자 판단 잦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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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지난해 2월 모든 회원국에 2025년까지 암 생존자를 위한 '잊힐 권리'를 도입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현재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포르투갈, 루마니아 등 6개국에서 이 같은 법안을 시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프랑스는 최근 '잊힐 권리' 법 적용 기준을 치료 후 10년에서 5년으로 개정했다. 또 20만유로(약 2억7605만원) 미만 주택의 경우 은행 대출 시 개인 의료 정보를 묻는 확인서를 아예 폐지하도록 하는 등, 암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도 '잊힐 권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국에서는 아직 암 완치자의 '잊힐 권리'를 명시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보통 암 치료 후 재발이나 전이 없이 5년 이상 생존할 시 완치자로 판단해 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각 보험사에서는 사실상 유병자로 판단하는 경우가 잦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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