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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피프티피프티, 뉴진스, TXT ... BTS 없어도 잘나가는 ‘K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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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프티 피프티(새나·아란·키나·시오)의 ‘큐피드(Cupid)’가 ‘빌보드 핫100’에서 자체 최고 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1주 차 차트인(100위 내에 이름을 올림, 6월 7일 기준) 기록을 달성한 것. 큐피드는 100위로 처음 진입한 이후 2주 차 94위, 3주 차 85위, 4주 차 60위, 5주 차 50위, 6주 차 41위, 7주 차 19위, 8주 차 17위, 9주 차 18위, 10주 차 20위, 11주 차 23위 등을 기록했다. 이로써 피프티 피프티는 K팝 걸그룹 최장 빌보드 핫100 차트인 기록을 쓰게 됐다. 종전 기록은 2020년 블랙핑크와 셀레나 고메즈의 협업 트랙 ‘아이스크림(Ice Cream)’이 세운 8주였다. 미국을 제외한 빌보드 글로벌(Billboard Global Excl.US)에서도 큐피드는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더불어 피프티 피프티는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100(Official Singles Chart Top100) 신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6월 8일 기준 해당 차트 10주 연속 진입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데 12주를 넘기면 블랙핑크가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와 협업한 ‘키스 앤드 메이크 업’의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는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자체 최장기 차트인 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미니 5집 ‘이름의 장: 템테이션(TEMPTATION)’이 6월 7일 기준 18주째 ‘빌보드 200’에 머무르고 있는 것. 특히 이 곡은 ‘역주행’ 흥행으로도 눈길을 끈다.

5월 중순 이 곡은 ‘빌보드 200’에서 190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후 오히려 순위가 70계단 가까이 상승하면서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BTS 군 입대 등으로 K팝 시장이 다소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올해만 에스파와 르세라핌 등 걸그룹의 초동(앨범 발매 후 1주일간 판매량) 앨범 판매량이 각각 170만장, 126만장에 달했다. 주가도 불기둥이다. 하이브는 지난해 에스엠 인수전 당시 주가가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연초 빠르게 회복해 1월부터 6월만 놓고 보면 50% 이상 주가가 상승했다. 빅뱅 공백 이후를 우려했던 YG엔터 역시 블랙핑크 등 후배 그룹들이 약진하며 주가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에스엠, YG, JYP, 하이브 등 주요 4사 누적 앨범 판매량은 약 2400만장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9% 늘어난 수치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음반·음원 시장에서 국내 엔터 4사의 침투율은 지난해 3.3%에서 올해 3.8%까지 높아질 것”이라며 “BTS의 완전체 활동 부재에도 세븐틴, 트와이스, 엔믹스 등이 자체 최고 판매량을 찍는 등 견조한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실제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엔터테인먼트 4사(하이브, JYP, 에스엠, YG) 시가총액은 올해 초 12조810억원에서 6월 5일 기준 19조6158억원으로 62% 껑충 뛰었다.

내실도 탄탄하다. 올해 1분기 엔터 4사의 합산 매출액은 8900억원, 영업이익은 149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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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과 스트레이키즈는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발표한 ‘2022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에서 각각 6위와 7위에 오르며 그 영향력을 과시했다. BTS는 2위를 차지했다. (하이브, JY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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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엔터 근본체질 바뀌었다

“K엔터는 르네상스 아닌 상승세 초기”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사 래몽래인의 김동래 대표 말이다.

래몽래인 역시 영화, 드라마 제작을 넘어 6월에는 일본 현지에서 ‘드림콘서트 인 재팬’을 선보일 예정. K엔터가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국제화됐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이를 두고 김 대표는 “K엔터의 근본 체질이 바뀌었다”고 표현한다.

그는 “유튜브, 넷플릭스, 빌보드 등 글로벌 플랫폼, 평가기관에서 각광받으면서 신인 그룹, 새로운 공연 등에 한발 앞서 소비하려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면서 “종전에는 음원 제작 따로 드라마 제작 따로였던 엔터 사업도 K컬처라는 대명제 아래 ‘빅블러(Big Blur·경계 모호)’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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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엔터 진화 핵심은 ‘버라이어티’

특정 그룹 의존 줄고 수익 모델 다양화

K엔터가 최전성기를 맞이한 배경은 뭘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양성’이다. 엔터사 핵심 상품인 아이돌 그룹, 이른바 ‘파이프라인’이 다양해졌고 수익을 내는 국가와 지역도 늘었다. 앨범이나 음원 판매 등 전통적인 수입원 외에 플랫폼, 지식재산권(IP), 교육 사업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도 다변화됐다. 아이돌 그룹을 운영한 역사와 노하우가 20년 가까이 쌓이면서 양과 질 양측에서 모두 진화한 모습이다.

비결(1) 라인업 다변화

그룹별 공백기 고려한 ‘포트폴리오’

지난해 초만 해도 국내 엔터업계 관계자 사이에선 ‘2023년 위기설’이 나돌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위협 요소로 꼽힌 것은 역시 ‘BTS’다. 멤버 군 입대 이슈로 ‘완전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소속사인 하이브를 넘어 K팝 시장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과거 동방신기 재계약과 엑소 멤버 군 입대로 실적 악화를 겪은 에스엠, 또 원더걸스와 빅뱅이 활동을 중단하며 팬덤 공백이 발생했던 JYP와 YG 사례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우’였다. 2023년 1분기 K엔터 실적은 전년을 훌쩍 웃도는 모습을 보여준다. 앨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 넘게 늘었고 각종 콘서트와 MD 수입도 오히려 증가했다.

성공적인 한 해를 시작한 배경에는 ‘라인업 다변화’가 존재한다. 그간 엔터사가 주력해온 파이프라인 다변화 노력이 결실을 맺은 모습이다. 특정 그룹 의존도가 너무 높아 낭패를 봤던 과거 경험에서 얻은 교훈으로, 전사적인 관점에서 그룹 데뷔와 활동 시기를 조율하기 시작한 덕분이다.

하이브에서는 BTS 공백을 ‘세븐틴’이 메꿔주고 있다. ‘서클차트’에 따르면 세븐틴은 데뷔 8년 차 앨범 판매량 1144만장을 기록, 같은 데뷔 연차에서 BTS가 기록했던 675만장을 크게 넘어섰다. 세븐틴의 성공은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발표한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에서도 나타난다.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는 전 세계에서 판매된 실물 앨범 판매량,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오디오·비디오 스트리밍 수치 등을 기반한 순위 기록이다. 세븐틴은 6위에 선정되며 ‘글로벌 톱10’에 올랐다. 해리 스타일스(8위), 에드 시런(10위), 빌리 아일리시(16위) 같은 쟁쟁한 글로벌 아티스트보다 더 높은 순위에 위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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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쥬(NiziU)는 JYP가 일본 현지 출신 멤버로만 구성해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걸그룹이다. 지난 2020년 12월 데뷔한 지 2년 만에 일본 도쿄돔에서 공연을 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JY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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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는 세븐틴 외에도 든든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BTS 멤버 개인 활동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가운데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뉴진스 등이 맹활약 중이다.

JYP는 ‘스트레이키즈’가 단연 돋보인다. 데뷔 6년 차를 맞이한 그룹 ‘스트레이키즈’는 지난해 IFPI 글로벌 아티스트 순위 7위에 오르는 등 ‘비욘드 BTS’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트와이스가 최근 ‘커리어 하이(역대 가장 많은 앨범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건재한 가운데 있지(ITZY), 엔믹스 등 신예 그룹이 뒤를 받친다. 에스엠은 동방신기·슈퍼주니어·샤이니·소녀시대·엑소·레드벨벳 등 기존 팬덤을 자랑하는 장수 아이돌 외에도 NCT와 에스파가 떠받친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새로운 남자 아이돌 그룹과 여자 아이돌 그룹 데뷔를 준비 중이다. YG 역시 전원 계약이 만료된 빅뱅과 군 입대를 시작한 위너 공백을 블랙핑크와 트레저 그리고 올해 데뷔를 준비 중인 베이비몬스터로 메꾼다는 계획이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특정 그룹 의존도가 높을 때의 부작용을 엔터사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사적인 차원에서 장기적인 육성·데뷔 ‘타임 테이블’을 고민한다”며 “데뷔 때부터 재계약과 군 입대 시점을 미리 계산하고 해당 공백기에는 다른 새로운 아이돌 그룹이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 방식이다.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 공백기를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특정 아티스트보다 트레이닝 시스템과 매니지먼트 사업 기술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성공할 만한 아티스트를 계속 키울 수 있는 트레이닝 시스템과 해당 아티스트 팬덤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노하우가 선진화되면서 최근 K팝 라인업이 다변화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비결(2) 지역 다변화

현지에서 아이돌 뽑아 해외 직진출

85.5%.

2021년 8월부터 2022년 8월까지, 1년 동안 K팝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 수에서 대한민국 외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대한민국이 14.5%로 여전히 모든 국가 중에 가장 높기는 하지만 나머지 조회 수는 전부 해외에서 나왔다. K팝 진출 역사가 깊은 일본(10.6%)을 비롯해 인도네시아(9.6%), 인도(8.4%), 멕시코(6.9%), 미국(6.7%), 브라질(4.6%)까지 고른 점유율을 보였다. 최근 다양해진 ‘다국적 팬덤’을 알기 쉽게 보여주는 예다. ‘라인업 다변화’로 특정 그룹 의존도가 줄어든 데 이어 이제 ‘특정 지역 의존도’도 감소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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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에서도 해외 매출 증가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하이브 해외 매출 비중(67%)은 국내(33%)의 두 배에 달한다. JYP 해외 매출 비중은 2018년 13% 수준에서 지난해 50%를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미국(44%), 일본(67%), 중화권(159%)에 이르기까지 전년 대비 각국 앨범 수출액 증가율도 크게 올랐다. 인도, 동남아, 남미 지역 수출도 우상향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기발매된 앨범을 뜻하는 ‘구보’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글로벌 확장을 보여주는 지표다. 구보는 특성상 기존 국내 팬이 아닌 글로벌 신규 팬덤 유입의 강력한 근거로 해석된다. 이환욱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K팝 전체 앨범 판매에서 구보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8%에서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말 기준 18%까지 도달했다. 올해 1분기에는 25%까지 수직 상승하며 향후 확장 전망이 더욱 밝아졌다”고 말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진 배경으로 ‘K엔터 수출 시스템’의 진화가 첫손에 꼽힌다. 과거 국내 팬덤 인기에 힘입어 해외로 진출했던 ‘1세대’, 다양한 국적의 멤버를 영입해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던 ‘2세대’를 지나 이제는 현지 멤버로만 구성된 그룹을 육성하고 매니지먼트하는 ‘3세대’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2020년 12월 일본에서 데뷔한 JYP 9인조 걸그룹 ‘니쥬’가 대표적이다. JYP와 소니뮤직이 합작한, 일본 출신 멤버로만 구성된 걸그룹이다. 니쥬는 데뷔 2년 만에 일본 가수 사이에서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도쿄돔 공연을 2회나 하는 명실상부한 일본 최고 아이돌로 거듭났다. 일본 여성 아티스트 중에서는 사상 최단 기간 도쿄돔 데뷔다.

이런 3세대 해외 진출 전략은 앞으로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JYP는 최근 미국 거대 음반 레이블 ‘리퍼블릭레코드’와 손잡고 양 사 합작 글로벌 걸그룹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JYP K팝 트레이닝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로 ‘A2K(America to Korea)’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난해 미국 주요 5개 도시에서 오디션이 진행됐고 해당 오디션에서 선발된 이들은 현재 JYP 본사에서 박진영 대표를 비롯한 K팝 기획자, 안무가, 프로듀서로부터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화 KB증권 애널리스트는 “K엔터 시스템 흥행이 비단 한국에서 육성된 아티스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미국 등 주류 음악 시장에서도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엔터사 입장에서는 글로벌 파이프라인을 늘리고 IP 가치를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비결(3) 수익 모델 다변화

위버스·버블 등 팬덤 플랫폼 수익화

엔터사는 이제 음반과 콘서트로만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다. 다양한 수익 모델 구축을 통해 시장 저변 자체를 넓혀가고 있다.

‘IP 사업’이 대표적이다. 아이돌 그룹 오리지널 IP를 통해 다양한 2차 저작물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아이돌 포토카드가 들어가 있는 MD 상품을 비롯해 피규어, 모자, 티셔츠 등 수많은 굿즈를 판매한다. 특정 아이돌 전용 응원봉처럼 세분화된 팬덤을 겨냥한 상품도 많다. ‘팝업 스토어’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공간 수익도 IP 사업에 속한다.

IP 사업 성장은 엔터사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음반·음원·콘서트 매출을 제외한 ‘기타 매출’ 액수가 크게 뛰었다. JYP는 2022년 500억원에서 지난해 1135억원까지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이브 역시 MD와 라이선싱에서 비롯한 매출이 같은 기간 2590억원에서 3956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JYP는 아예 온라인 MD 판매 창구를 자사몰인 ‘JYP360’으로 단일화했다. 외주를 통해 제작한 MD 상품을 사입해 자사몰에서 판매하는 구조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JYP360은 단순한 수익 사업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방대한 MD 판매 데이터 수집·분석이 가능한 ‘데이터 허브’를 보유하게 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향후 JYP 소속 아티스트 데뷔·활동 시 지역·연령·성별 전략 수립에 활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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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사 수익 모델도 점점 다각화되는 모습이다. 사진 왼쪽은 하이브가 운영 중인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 오른쪽은 에스엠이 올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문을 연 아티스트 교육 기관 ‘SM유니버스’. (위버스 앱,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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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사업이 ‘현재’라면 ‘팬덤 플랫폼 사업’은 미래 수익 사업으로 주목받는다. ‘팬덤 커뮤니티’에 기반한 콘텐츠 판매, 여기에 유료 멤버십 운영에 따른 수익도 기대된다.

하이브 팬덤 플랫폼 ‘위버스’와 에스엠 계열사 디어유가 운영하는 ‘버블’이 플랫폼 양강으로 꼽힌다. ‘위버스’는 아티스트와 소통을 비롯해 콘서트 스트리밍, 굿즈 판매, 콘서트 티켓팅 등 서비스를 일원화해놓은 플랫폼이다.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외에도 블랙핑크, 선미 등 총 80개에 육박하는 아티스트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영토를 확장 중이다. 뉴 호프 클럽, 맥스, 릴허디 등 해외 아티스트와 계약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 브이라이브가 서비스 종료 후 모든 콘텐츠 서비스를 위버스로 이관하며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와 기존 입점해 있는 YG 소속 아티스트를 넘어 올해 3분기에는 에스엠 아티스트 입점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디어유가 운영하는 버블은 아티스트와 ‘일대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 덕에 사용자 수가 급증했다. 최근에는 유료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아티스트 라이브 스트리밍도 도입했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아티스트와 메시지, 실시간 자막, 팬레터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유료 멤버십’이 안정화되면 엔터사 플랫폼 수익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플랫폼이 커지면 커질수록 광고, 제휴 등 부가 수입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에스엠은 교육 사업까지 영역을 넓혔다. 그간 쌓은 ‘트레이닝 노하우’를 아이돌 준비생이나 일반인에게도 전한다는 취지다. 에스엠은 글로벌 아티스트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강남구 대치동에 ‘SM유니버스(SMU)’를 올해 설립했다. 쉽게 말하면 ‘K팝 사교육’이다.

올해 SM유니버스는 프로듀싱, 보컬, 댄스, 모델, 연기 등 5개 전공 분야에 120명을 모집했다. 아티스트 활동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정규 교육 과정을 포기하지 않도록 대학 입시 자격 조건을 갖출 수 있는 방법까지 지원한다. 학원비는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4주 교육 과정을 기준으로 200만~260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아이돌 스타를 꿈꾸는 지망생이 늘어나면서 교육 사업도 각광받고 있다”며 “SM유니버스 교육과정을 이수한다고 무조건 SM 연습생으로 발탁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고 SM 오디션 시스템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은 지망생 입장에서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K엔터 약점은 없나

낡은 관행 탈피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K엔터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여전히 주류로 올라섰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과거보다 많은 팬덤이 생기고 시장 전체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건 맞지만, 산업의 중심에 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K팝도 마찬가지다. BTS의 활약에도 K팝이 미국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K팝이 미국으로 수출한 음반·음원과 미국 내 공연 모객 수는 각각 미국 시장의 1%, 3% 수준에 불과하다”며 “공연당 평균 모객 수 4만명을 넘길 수 있는 국내 아티스트는 여전히 BTS가 유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월드투어를 진행 중인 블랙핑크의 모객 수 역시 평균 3만명이 안 되는 반면, 테일러 스위프트 등 미국 최고 수준 아티스트 공연에는 평균 5만명 정도가 모인다”며 “여전히 미국 주류 아티스트들과 수치를 비교하기에는 차이가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주류에 도전하는 K팝 앞에는 여러 과제가 놓여 있다. 대표적인 과제는 장르의 다양화다. 글로벌 무대에서 K팝은 주로 아이돌 음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미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아티스트는 BTS, 블랙핑크, 뉴진스, 스트레이키즈 등 아이돌 그룹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팝이 주류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대중성이 필요한데, 장르의 다양화 없이는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 K팝은 아이돌 음악에 집중된 경향이 강하다”며 “팬덤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솔로나 밴드 음악 등 아티스트 범주가 다양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어 장벽도 과제다. 국내에서도 그렇듯, 미국에서도 방송 출연은 아티스트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결국 현지인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언론 노출 빈도를 높이고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꾸준히 언급되는 이른바 ‘7년 전속 계약’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연예인의 전속 계약 기간을 7년으로 권장하는 표준계약서를 내놓은 후, 아티스트들의 전속 계약 기간은 7년이 대부분이다. 아티스트가 장기 계약으로 묶이는 탓에 최근 소속사와 숱한 갈등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결국 재계약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고, 재계약이 불발돼 7년을 끝으로 그룹이 해체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아티스트 이탈 우려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최근에도 에스엠과 YG가 아티스트 이탈 이슈로 주가가 요동쳤다. 에스엠은 핵심 아티스트 엑소 멤버 백현·시우민·첸이 전속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소식에 지난 6월 1일 주가가 전일 대비 7% 급락했다.

YG 사정도 비슷하다. 소속 아티스트 지드래곤 계약 만료 소식에 6월 7일 주가가 전날보다 7%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올 들어 엔터사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처럼 아티스트 이탈 이슈로 주가가 출렁일 만큼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보완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 평론가는 “아티스트들이 대부분 장기 계약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재계약 과정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아티스트는 수익 분배 등 여러 부분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높아진 K팝의 위상을 고려하면, 기획사들은 위상에 맞는 새로운 계약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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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전부터 K팝 걸그룹 최장 빌보드 핫100 차트인 기록을 새로 쓴 피프티 피프티. (어트랙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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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 산업 극복 과제는

IP 유출 막아야 경쟁력 생겨

K팝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 안착에도 불구하고 K무비, K드라마, K예능 등은 전반적으로 여전히 갈 길이 멀다. K팝과 비교하면 변동성이 크고, 제작사 경쟁력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다.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일부 작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올렸지만,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은 여전히 ‘을’의 위치에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제작사 자금력이 부족한 탓이다. 넷플릭스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하면 막대한 제작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제작사가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IP를 넘기면서도 OTT 플랫폼에 올라타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제작사도 IP의 중요성은 알지만, 제작비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조건을 마다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국내 OTT 플랫폼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에 경쟁력 있는 OTT가 있다면 굳이 국내 제작사들이 해외에 IP를 넘기면서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국내 OTT의 영향력이 약하다 보니 글로벌 플랫폼에 유통하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이 됐다. 갈수록 글로벌 OTT의 영향력은 강화되고, 해외에서 국내 OTT를 구독할 유인이 사라져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위기다.

콘텐츠 전문가 노가영 작가는 “현재 국내 제작사들은 글로벌 OTT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게 필수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K콘텐츠를 해외에 계속해서 공급하는 한 해외 시청자들이 국내 OTT를 구독할 이유는 없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OTT 영향력은 갈수록 강화되고 국내 제작사의 협상 주도권은 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규모 제작사가 설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형 제작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제작비를 지원받고 해외에 IP를 넘긴다. 하지만 제작비를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훌륭한 국내 IP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정 평론가는 “대형 OTT 플랫폼은 갈수록 대형 스케일을 요구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중소형 제작사는 설 자리가 없다.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작비가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고, 결국은 ‘쩐의 전쟁’이 되는 양상이다. 국내 제작사의 IP를 지키고 콘텐츠를 다양화한다는 측면에서 중소 업체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정부와 투자사가 연계해서 지원하는 방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구독 모델의 필요성도 강조된다. 콘텐츠전문가 전호겸 서울벤처대 교수는 “우리나라 역직구 2위가 음반, 영상 콘텐츠 등 K콘텐츠임에도 아직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체계화 되지 못한 면이 있다”며 “음반, 영상, 굿즈, 이모티콘 등을 한 번에 즐기며 할인해주는 K콘텐츠 구독 멤버십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마존프라임, 쿠팡와우 멤버십같은 구독 모델을 활성화하면 위기에 처한 토종 OTT에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콘텐츠 중에서도 K예능의 글로벌화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드라마나 영화, 웹툰 등 여타 콘텐츠보다 지역적 색깔이 강하기 때문이다. 예능에는 국민 정서는 물론 사회·정치적 담론도 담긴다.

소재는 물론 포맷도 나라마다 특징이 뚜렷하다. 자칫 기존 포맷에서 크게 벗어날 경우, 이를 예능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영수증을 보여줘’ ‘택시(TAXI)’ 등의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 김희수 작가는 K예능의 해외 수출을 위해 새로운 구조를 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해외 제작사와 공동 제작해 양국에서 동시에 방영하거나, 아예 해외 수출용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방송국 제작비를 편성하는 등 새로운 수출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미래 지향적인 방식으로 구조를 개편하면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자연스럽게 IP 권리도 행사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오히려 더 한국스러운 소재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김 작가는 “해외에서 한국 예능이 자리 잡으려면 오히려 한국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소재가 더 잘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외국인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소재로 어떻게 그들에게 접근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 노가영 ‘콘텐츠가 전부다’ 작가
“K콘텐츠, 웹3 시대 다시 한 번 기회 올 것”
머지않아 웹3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데이터에 대한 주권이 사용자에게 주어지는 형태의 환경이다. 이용자들의 데이터와 개인정보가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콘텐츠 전문가 노가영 작가는 웹3 시대에 K콘텐츠가 다시 한 번 성장할 기회가 올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CJ CGV와 CJ엔터테인먼트(현 CJ ENM)에서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고, KT와 SK텔레콤에서 미디어 전략, 콘텐츠 투자를 맡으며 OTT 사업 전략 리더로 성장했다. 현재는 각종 미디어에서 K콘텐츠를 분석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중이다. 2017년 단독 저서 ‘유튜브 온리’를 시작으로 2020년부터 매해 ‘콘텐츠가 전부다’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콘텐츠 산업을 연구해온 노 작가에게 K콘텐츠의 현주소와 전망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매경이코노미

노가영 ‘콘텐츠가 전부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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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K콘텐츠의 현주소는 어떤가.

A. 산업별로 다른 생태계가 구축됐다. K팝, 웹툰, 게임 등은 글로벌 진입 초기에 플랫폼과 콘텐츠가 같이 진출하며 사업 주권을 지킨 단단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반면 드라마와 영화는 글로벌 IT 유통망에 기대고 있는 현실이다.

차이는 콘텐츠 사업 주권의 확보 여부다. K팝은 IP가 국내 기획사에 있지만, 드라마와 영화는 글로벌 OTT에 IP를 넘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최근 콘텐츠 제작사가 플랫폼과 IP를 공동 소유하는 움직임이 시작된 건 고무적이다.

Q. IP를 안 넘기면 되지 않나.

A. 넷플릭스가 2018년부터 K콘텐츠 투자를 시작했는데, 한국 투자사보다 넉넉한 제작비와 창작 수위의 자율성을 지켜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제작사와 창작자들의 가려운 곳을 잘 공략해 IP를 확보할 수 있는 협상 주도권을 넷플릭스가 쥐게 됐다.

또,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등 성공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넷플릭스의 유통망은 전 세계 190개국 마케팅이 동시에 이뤄진다. 별다른 콘텐츠 마케팅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Q. K콘텐츠 전망이 어둡다고 봐야 하나.

A. 웹3 시대에 K콘텐츠의 영향력이 다시 한 번 커질 수 있다. 플랫폼의 지위가 축소되며 콘텐츠 직거래 시대가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웹3 시대에는 특정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시청자가 콘텐츠를 직접 결제하는 시장이 시작된다. 자연스럽게 OTT 플랫폼의 역할은 줄어들고 콘텐츠 본연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IP 확보에 집중하는 이유도 이미 웹3 시장을 전략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IT 기술의 진화에 따라 콘텐츠를 담는 그릇만 달라질 뿐, 콘텐츠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Q. 웹3 시대에 대비해 제작사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A.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IP를 지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제작사가 전 세계에 콘텐츠를 직접 유통하고 과금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IP 경쟁력이 곧 기업가치로 연결될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 세계 스마트TV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도 K콘텐츠 산업에 긍정적이다. 웹3 시장이 열려도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내보낼 도구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작사들이 글로벌 OTT에 IP를 내주지 않고 잘 쌓는다면, 웹3 시장에 다시 한 번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3호 (2023.06.14~2023.06.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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