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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타다’는 무죄, 그러나…환영 못 받는 新사업들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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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죄가 없다.”

타다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하자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혁신은 죄가 없음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인됐다”고 소셜미디어에 적었다. 이 전 대표는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꿔 혁신을 막고 기득권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메가 트렌드와 함께 IT 기반의 신사업이 기존 사업을 침투했다. 그간 소비자 불만이 누적된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뚫고 들어갔다.

하지만 야생의 경쟁에서 ‘신생 기업의 불리함(The Liability of Newness)’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새로 탄생한 기업은 태생적으로 자원과 역량이 부족하기도 하거니와 기존 산업의 저항에 맞서기가 쉽지 않다. 특히 정부가 앞장서 기존 산업을 보호하려 나서면 스타트업은 더욱 버거울 수밖에 없다. ‘타다’의 무죄 판결을 계기로 기존 사업과 신사업이 공존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타다 사태, 등장부터 무죄까지

‘정치 논리’ 뒤죽박죽…경쟁 소멸

2018년 10월. 커플 앱 비트윈을 만들었던 브이씨앤씨(VCNC)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기존 사업과 전혀 다른 ‘모빌리티’ 분야에 뛰어든 것. 그렇게 탄생한 게 ‘타다’ 서비스다. 이용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운전기사가 11인승 승합차를 몰고 와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차량 렌트와 기사 용역 계약을 이중으로 맺는 형태다. 얼핏 보면 단순한 서비스다. 하지만 파급력은 컸다. ‘승차 거부’와 ‘불친절’에 지친 승객들은 ‘편안한 이동’을 외치는 타다에 푹 빠져들었다.

타다가 쏘아 올린 모빌리티 혁신은 1년이 채 안 돼 장애물을 마주했다. 타다 흥행은 택시업계 반발을 불렀다. 택시업계는 타다를 ‘불법 콜택시’라고 비난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4조에 따르면 여객자동차 운송 사업을 경영하려면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 면허를 받아야 하는데, 타다가 이를 어겼다는 주장이었다. 택시업계는 이 과정에서 대규모 집회를 수차례 진행했다. 2019년 5월. 택시 기사 한 명이 분신해 숨지는 사건까지 벌어지며 정치권까지 뛰어들었다. 정치권 역시 택시업계 손을 들어줬다. 타다를 향한 시민들의 눈초리도 매서워졌다.

결국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2019년 10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타다를 운영한 VCNC 대표와 모회사 쏘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타다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타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에 있는 예외조항에 따라 11~15인승 승합차를 활용, 렌터카와 기사를 알선한 합법 서비스라는 것. 이재웅 전 대표는 개인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타다는 만들 때부터 국토부와 논의해가며 만들었는데, 검찰은 불법이라고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치권도 타다를 옥죄었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전면에 나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1인승 승합차를 임차해 운행하는 타다 방식 영업을 금지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업계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을 ‘타다 금지법’이라고 비판했다. 발의 5개월 뒤인 2020년 3월, 타다 금지법은 결국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사위 통과 이틀 뒤 국회 본회의 문턱도 넘어섰다.

결국 타다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동시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시민의 이동 수단 선택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타다 운영사 VCNC는 경영난에 직면했다. 이를 돕던 모회사 쏘카도 상황은 비슷했다. 결국 2021년 10월, VCNC는 주인이 바뀐다. 타다를 인수한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타다의 기존 서비스 방식을 포기했다. 대신 대형 택시 형태를 취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게 타다 넥스트다. 타다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동안에도 재판은 계속됐다.

2023년 6월, 대법원 3부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웅 전 대표와 박재욱 전 VCNC 대표에게 무죄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타다를 불법 콜택시가 아닌 운전사를 포함한 합법적 렌터카로 판단한 것. 타다를 둘러싼 재판이 4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기존 타다 서비스는 다시 만나볼 수 없다. 이미 타다 금지법으로 인해 서비스 재개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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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부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타다 운영사였던 VCNC의 박재욱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상고 기각 판결로 확정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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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사태’는 현재 진행형

변호사·의사 집단과 플랫폼 갈등

타다 사태는 어떤 의미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기존 산업과 신산업이 부딪히는 현장이 도처에 널려 있다. 스타트업업계에서는 ‘타다’ 판결이 향후 스타트업이 사업을 전개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다만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금지법 등 제도 규제로 타다가 더 운영할 수 없게 된 현실을 고려하면, ‘제2의 희생양’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변호사 프로필과 소개 문구를 비교하고 마음에 드는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게 한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이 대표 사례다. 대한변호사협회와 8년간 갈등 중인 로톡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변협 등 변호사 단체는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세 차례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번에는 로앤컴퍼니가 공격했다. 변협은 2021년 소속 변호사들이 로톡을 비롯한 법률 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할 경우 징계할 수 있도록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변호사 윤리장전 등을 개정해 로톡 가입 변호사들을 징계했다. 로앤컴퍼니는 이를 문제 삼아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올해 2월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각각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리며 로앤컴퍼니 손을 들어주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5월 30일 법원이 변협과 서울변회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며 ‘애매모호한’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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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법무부 판단이다. 법무부는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적절성 여부 판단을 계속 연기 중이다. 법무부가 서둘러 결론을 내고 논란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구체적인 심의 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다. 양측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로톡은 경영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비대면 의료 앱을 운영했던 닥터나우는 약사 단체와 마찰을 빚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닥터나우 앱은 마치 특정 의약품을 무조건 처방받을 수 있는 것처럼 표기해 약사법을 위반했고, 환자가 약국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6월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역시 닥터나우의 손을 들어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곳곳에서 혼선이 나타난다. 정부가 ‘재진 중심’ ‘약 배송 제한’ 등 원칙 외에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서다. 정부 안에 따르면 플랫폼은 재진 여부와 예외적 초진 대상자 개인정보를 확인해 비대면 진료 대상자를 가려내야 한다. 여기에 동일 병원에서 동일 의사에게 30일 이내 진료받는다 하더라도 질병 코드가 동일해야만 재진이다. 소비자 이용률은 줄지 않았지만, ‘불법’을 우려한 의사의 진료 취소 사례가 속출하는 배경이다. 전신영 닥터나우 홍보이사는 “이대로라면 플랫폼이 죽을 수밖에 없고 비대면 진료 역시 자연 소멸할 것”이라고 했다. 일례로, 남성 전문 건강관리 플랫폼인 ‘썰즈’는 지난 5월 30일부로 사업을 종료했다. 비대면 진료·약 배송 서비스 제공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성형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는 대한의사협회와 대치 중이다. 강남언니는 성형외과들이 수술 종류별 가격을 공개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예컨대 병원마다 쌍꺼풀 수술비용이 공개되고 소비자는 가장 저렴한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정부도 가격 공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의협은 “박리다매식으로 가격만이 의료 서비스 기준이 되며 의료 발전에 역행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하며 해당 기능 삭제를 요구 중이다.

세금 환급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와 한국세무사회의 갈등도 끝나지 않았다. 세무사회는 2020년 삼쩜삼과 업무 제휴를 맺은 파트너 세무사 7명에 대해 징계 처분을 내렸다. 또 삼쩜삼이 현행법에 어긋나는 서비스라며 세무사회가 이 회사를 상대로 고소·고발을 진행하는 등 분쟁이 한창이다. 다만 자비스앤빌런즈가 법률 분쟁에서 유리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1년 한국세무사회와 한국세무사고시회로부터 불법 세무 대리와 알선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지만 지난해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났다. 이용자 스스로 개인정보를 입력해 삼쩜삼 AI 서비스를 제공받는 ‘셀프 환급’을 세무 대리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세무 단체들이 수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조사는 검찰로 넘어갔지만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밖에 부동산 중개 서비스 플랫폼 ‘직방’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다투고 있다. 직방은 “부동산 중개비용이 너무 높다”는 소비자 불만을 파고들었다. 협회는 프롭테크 업체와 공인중개사의 상생을 강조하며 플랫폼의 직접 중개업 진출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그러나 이후 협회는 말을 뒤집고 직방과 유사한 서비스인 ‘한방’을 내놓고 대응에 나섰다. 게다가 협회는 ‘한방’의 이용 활성화를 위해 회원인 공인중개사들이 직방 등 경쟁 플랫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탈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부동산 중개 서비스 플랫폼은 향후 SK디앤디와 야놀자클라우드가 참전을 시사하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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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개인택시조합) 조합원들이 ‘타다’의 영업금지를 요구하는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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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례로 본 해법

핵심은 정부 중재…국내선 규제 일변

전 세계적으로 IT 발전과 함께 새로운 갈등이 생겨났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과 전통 산업의 충돌이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갈등을 마주한 정치권과 정부는 한쪽 편들기로 일관했다. 양쪽 의견을 중재하기보다 한쪽에 힘을 실어 문제를 해결했다.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전 타다 금지법을 통해 타다를 막아선 게 대표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쪽을 중재해 플랫폼 혁신을 지원하고, 전통 산업과 상생할 수 있는 갈등 해결 구조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단 기존 ‘규제 만능주의’부터 떨쳐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타다 금지법은 입법부가 목소리 큰 기존 산업 이해관계자들만 대변하면서 혁신을 놓치고 소비자 권익을 무시한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변호사 플랫폼, 원격 의료, 세무 회계, 미용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득권 반대로 소비자 권익을 챙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플랫폼과 전통 산업 충돌을 정치적 성격의 문제로만 보려는 시각이 있는데, 기술 혁신을 대하는 정치권의 자세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00여개 스타트업이 회원사로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타다는 불법이라는 수사기관의 낙인과 타다 금지법 시행으로 이미 시장에서 사라졌다”며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플랫폼과 전통 산업 간 갈등은 비일비재하다. 미국과 핀란드, 호주 등 플랫폼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도 마찬가지다. 갈등 양상은 국내와 비슷하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은 해법은 사뭇 다르다. 전문가와 스타트업업계 관계자들은 해외 사례처럼 정부 개입을 통해 얼마든지 양쪽 의견을 중재하고, 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 사례다. 우버의 사업 모델은 택시와 닮았다. 다만 개인 소유 차량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 때문에 우버의 미국 도입도 순조롭지 않았다. 택시업계가 “면허 없이 사실상 택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우버는 “우리는 택시 업체가 아닌 기술 기업”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갈등은 커졌고, 결국 주 정부들까지 뛰어들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공공시설위원회(PUC)는 택시업계 주장을 받아들여 우버에 1000만달러(약 130억원) 이상 벌금을 부과했다. 그러면서도 우버의 필요성을 인지, 우버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결국 PUC는 우버 등 차량 공유 서비스를 ‘네트워크형 운송 회사’라는 새로운 범주의 서비스업으로 인정했다. 신규 자격을 부여하고 이들이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책임보험 가입, 운전자 신원 확인 등 추가 조건을 요구해 서비스 안전성을 높였다.

기여금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 매사추세츠주가 대표적이다. 매사추세츠주는 우버를 조건부 허용했다. 운행 횟수당 0.2달러(260원)를 모빌리티 업체에 ‘기여금’ 명목으로 부과한다. 쌓인 기여금 중 일부는 택시 산업 지원에 쓰인다. 플랫폼 혁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전통 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을 수 있게 제도화한 것. 이를 반영해 타다 금지법에도 기여금 제도가 포함됐다. 다만 플랫폼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상당하다. 매출의 5% 혹은 운행 횟수당 800원을 내야 한다. 이에 타다는 이를 거부, 서비스를 중단했다.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주도 기여금 정책을 쓰고 있다. 차이점은 기여금을 소비자에게 징수한다는 것.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우버 호출 승객이 1.1호주달러를 부담하는 제도를 운용한다. 확보한 자금을 택시 면허 소유자 위로금, 면허 매입 등 기존 택시업계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를 합법화한 대신 과도기 동안 택시업계 손실을 보상하는 기금을 마련하고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와 별개로 현행 플랫폼 정책 메커니즘도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행정부와 입법부는 혁신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를 설계하고, 분쟁이 발생할 때 사법부가 해결하는 메커니즘이 돼야 한다. 현재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플랫폼과 전통 산업 간 갈등이 생길 때마다 책임을 법원에 넘기는 꼴”이라며 “문제는 사법부 판결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타다 역시 4~5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혁신을 도모할 기회를 놓치게 됐다. 소비자 권익을 생각해서라도 메커니즘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플랫폼 규제는

‘자율 규제’ 외쳤지만 강화 흐름

국내에서도 규제가 아닌 ‘중재’가 해법이라는 주장들이 나오자 정부가 변화 의지를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민간 중심 플랫폼 자율 규제를 강조했다. 플랫폼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해 플랫폼 산업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를 기점으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자율 규제를 강조하던 윤석열정부도 최근 ‘법률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꾸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에 칼날을 겨눈다. 국회 발의 법안과 별도로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금지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IT업계와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5월 비공개 당정 협의에서 매출 기준 국내외 상위 5~6개 대형 플랫폼 대상 별도 독과점 법률을 만드는 방안 등을 보고했다고 알려졌다. 또 ‘온라인 플랫폼 분야 심사 지침에 따른 경제 분석 연구’ 용역 등도 발주한 상태다.

정치권까지 합류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입법 논의가 활발하다. 더불어민주당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 조사에 나섰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은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 등 플랫폼들의 부당거래 행위를 파악하고 있다. 오는 8월 중간보고서를 발표하고, 이를 발판 삼아 9월 정기 국회에서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제정을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플랫폼 산업 정책이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자국 이익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플랫폼 규제 방식은 후퇴한 정책이라고 강조한다.

정윤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미국은 플랫폼 규제 법안을 폐기하고 있다. 규제를 하더라도 자국의 이익에 기반해 규제한다. 우리나라의 접근 방식과 다르다”고 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자국 플랫폼 기업들이 엄청나게 성장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규제를 검토했던 건데, 빅테크 성장 추세가 꺾이면서 미국 내 규제 입법 추진도 지지부진한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스타트업업계는 연이은 규제에 생존 위기를 느낀다고 토로한다. 업황도 좋지 않은데, 정부에서는 늘 규제로 모든 걸 해결한다는 불만이다. 익명을 요구한 플랫폼 스타트업 대표는 “해외에서는 자국 플랫폼을 지켜내기 위한 규제를 펼치는데, 국내에서는 온갖 규제를 마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3호 (2023.06.14~2023.06.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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