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임위 4차 회의서 '업종별 차등적용' 두고 노사 입장 '팽팽'…인상 폭 입장 차도 '여전'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4차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노사가 '업종별 차등 지급'을 두고 또 다시 맞붙었다. '저임금 업종 낙인효과'를 이유로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경영계는 영세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을 해소할 유일 대안이라고 주장하며 서로 간 입장 차만 드러냈다.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에 박준식 위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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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임위 전원회의실에서 진행된 '4차 전원회의'에서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음식숙박업인 호텔신라, 비알콜음료점업이자 신세계 계열사인 스타벅스를 예로 들며 경영계 주장처럼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게 될 경우 대기업 계열사임에도 다른 업종보다 낮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부위원장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어려운 것은 대기업·재벌 중심 구조와 정부 정책 부재에 기인한다"며 "업종별 구분 적용을 주장하는 진짜 이유는 이런 구조의 폐해를 저임금노동자에게 전가해 최저임금 인상을 막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근로자위원인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처장도 업종별 차등적용을 두고 반대했다. 정 사무처장은 "이미 2017년에 전문가 의견이 제출된 바가 있는데,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효과와 의욕상실 등을 이유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며 "이제 최저임금 논의 시한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소모적인 논의는 가급적 삼가고, 본격적인 최저임금 수준에 한해 심의가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 '업종별 차등적용' 요구하는 경영계…노동계는 '발끈'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을 일괄적으로 정하는 현행과 달리, 산업별로 다르게 정하는 방식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상으로도 도입할 수 있지만, 최저임금제가 첫 시행된 1988년에만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당시 최저임금위는 벌어진 임금 격차를 고려해 음료품·가구·인쇄출판 등 16개 고임금 업종에는 시급 487.5원, 식료품·섬유의복·전자기기 등 12개 저임금 업종에는 시급 462.5원을 적용했다.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이듬해부터 현재까지는 전 산업에 단일 적용되고 있다.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위원장이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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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영계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들어 35년 만에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30개국으로, 이 중 19개 국가에서 연령·지역·업종 등 여러 형태로 구분 적용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현장에서 최저임금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어서 직원을 줄이거나 폐업해야겠다고 하는 소상공인들의 말이 오가고 있다"며 "어렵고 한계에 부딪힌 어려운 지불주체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는 업종별 구분적용이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자영업자 비중이 과거에 비해 점점 낮아지고는 있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연평균 소득은 2017년 2천170만원에서 2021년 1천952만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며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지불능력과 미만율 등 경영지표가 다름에도 단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여기에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통계 구축을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법적 근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판단할 어떠한 심의자료도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관련 통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결과를 심의자료로 채택하는 절차를 확립하는 방안을 이번 회의부터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최저임금 인상 폭 두고 여전히 '평행선'…노동계 움직임에 소상공인도 '반발'
당초 최저임금위는 3차 회의에서 업종별 적용 여부를 담판 지을 계획이었으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구속 등으로 결정을 한 차례 연기했다. 근로자위원 9명 중 1명인 김 사무처장은 지난달 31일 '망루 농성'을 벌이다 체포되고 이 과정에서 흉기를 휘둘러 진압을 방해했다는 혐의 등으로 지난 2일 구속됐다.
이에 한국노총은 이날 회의에서 김 사무처장의 석방을 위해 최임위가 직접 나서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김 사무처장이 최임위 위원으로 활동 중인 만큼 위원회 차원에서 원만한 사태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구속된 김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부재와 관련해 최임위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원활한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해법을 제시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은 핵심 쟁점인 최저임금 인상 폭에 대해서도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경영계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의 경영난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최저임금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올해보다 24.7% 오른 1만2천원까지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9천620원으로, 380원(3.95%) 인상되면 시급 1만원을 돌파한다.
최임위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6월 말)에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 5일로,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소상공인들도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진은 명동 상권에서 폐업한 한 상점. [사진=아이뉴스24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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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의 주장에 소상공인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날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2024년도 최저임금 동결 및 구분 적용 시행 촉구' 결의대회에서도 전국 소상공인 500여 명은 "손발 잘라내는 심정으로 오랜 시간 함께 일한 종업원까지 내보냈다"며 "인건비 부담에 나홀로 사장이 돼 근근이 버티고 있는데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과 경영 여건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을 추가 인상할 때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저임금법에 명시된 차등 적용을 미루면 소상공인이 무너져 지역경제가 휘청이고 국가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며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은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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